더불어민주당의 새 원내대표 선거가 윤호중·박완주 의원의 양자 구도로 치러지게 됐다. 당초 출마를 검토했던 안규백 의원은 돌연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4.7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치러지는 첫 번째 민주당 내부 선거가 후보들의 '친문 성향' 강도에 대한 소속 의원들의 판단에 따라 좌우될 전망이다.
경선에는 4선 윤호중(경기 구리) 의원과 3선 박완주(충남 천안을) 의원이 나선다. 신임 원내대표는 5.2 전당대회에서 새 지도부가 꾸려지기 전까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민주당을 총지휘하며, 내년 3월 대선도 새 원내대표 임기 내에 치러진다.
대표적인 '친문'으로 꼽히는 윤호중 의원은 출마 선언문에서 "4기 민주정부 창출"을 강조했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를 이어 정권재창출을 도모하겠다는 의미다.
윤 의원은 재보궐 선거 패배 원인을 'LH비리'와 '부동산 정책'에서 찾았다. 그는 "LH 비리를 막지 못하고 집값을 제대로 잡지 못한 것은 우리의 부족함이다. 저부터 반성하고 변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가 부패척결에 앞장서겠다"며 "국민의 분노를 산 LH 사태와 같은 부패 범죄를 막기 위해서 상임위별 부패척결특별소위를 구성해서 발본색원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조국 전 장관 사태를 재보선 참패 이유 중 하나로 보는 시각에 그는 "이미 1년 반 전에 있던 일이라 개인적 평가는 하지 않겠다"고 말을 아끼며 "원내에서만 판단할 게 아니기 때문에 새로운 당 지도부와 협의해나가겠다"고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맡아 강경한 진행을 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여러 문제점이 없지 않았다"면서도, "저는 기본적으로 저 스스로 의회주의자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윤 의원은 또 패배의 책임이 있는 계파, 언행에 문제가 있는 인사는 차기 지도부 선거에 나오면 안 된다는 당내 일각의 친문 경계론에 대해선 "문재인 대통령을 지키고 문 대통령 만들기에 일조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평가하시든지 부정할 수 없다"며 "어느 누구보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고 그 책임감 때문에 당을 제대로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을 단합시키면서 혁신할 수 있는 적임자로 여러 의원들이 저를 선택해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지난달 27일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를 겨냥해 '쓰레기'라고 표현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해찬 지도부에서 당 사무총장을 맡아 지난해 총선 공천에 관여한 이유로, 초선 의원들에게 강한 영향력이 예상되는 그의 무난한 당선이 점쳐졌다. 하지만 보궐선거의 참패 이후 친문 강경파 중심의 입법 드라이브에 반성론이 제기되면서 의원들 향배는 안개속에 빠져들었다.
상대적으로 친문 색채가 옅다는 평가를 받는 '비주류' 박완주 의원이 윤 의원의 상대로 나섰다. 원내수석부대표와 최고위원을 지낸 박 의원은 지난 2019년 당내 의원 연구 모임인 '더좋은미래' 대표를 맡기도 했다.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의 지지를 받지만, 낮은 대중적 인지도가 약점으로 꼽힌다.
박 의원은 출마선언문을 통해 '내로남불'이 4.7 재보선 참패의 원인이라고 밝혔다. 그는 "공정의 문제가 터졌던 순간에도, 성비위 사건이 터졌을 때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다"며 "야당 시절 성폭력·성비위 문제에 누구보다 강력하게 비판하고, 엄격한 기준을 들이댔으나 우리는 피해자를 향한 제대로 된 사과도 부족했고, 2차 가해를 막는 적극적 조치도 취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스스로 약속을 뒤집어버린 모습은 집권 여당의 오만과 독선으로 비쳤을 뿐"이라며 "당 중진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했음을 고백한다. 떠나는 민심의 경고에 침묵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변화와 혁신으로 민주당의 가치를 복원하겠다"며 논란이 됐던 당헌·당규를 재개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재보궐 선거의 원인 제공 시 후보를 내지 않도록 하는 당헌당규 재개정이 국민께 보여드릴 반성의 자세"라고 했다.
그는 이어 "국회의원 개개인의 소신있는 목소리를 보호하겠다"며 "나만 옳고 너는 틀리다는 오만과 독선에서 탈피해 건강한 비판이 작동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청와대는 민심의 목소리가 반영된 당의 목소리를 더 귀기울여야 한다"며 당 주도의 당정청 관계를 정립하겠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현재 민주당이 독차지한 국회 18개 상임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야당에게 일부 양보할 의사도 내비쳤다. 그는 "상임위원장 조정과 배분 재논의를 통해 정치를 복원하겠다"며 "원구성 협상은 국회 관례대로 하는게 맞다"고 윤 의원과는 상반된 입장을 견지했다.
강성 지지자들이 조국 사태를 반성한 초선 의원들을 향해 '초선 5적' 등의 비난을 쏟아내는 것에 대해서는 "자기와 생각이 다른 사람에게 위압적이고 고압적인 위험을 느끼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정상적 정당이 아니"라며 "그래야지만 다양한 지지층에 대한 힘을 복원하고 내년에 있을 대선에 국민들로부터 신뢰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선거 참패의 책임·반성과 쇄신 방향이 쟁점
4.7 재보궐 선거 참패에 책임을 지고 지도부가 사퇴한 뒤 치러지는 원내대표 선거인 만큼, 선거 참패의 책임·반성과 쇄신 방향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당 내에선 지지층 결집을 위해 개혁의 깃발을 더욱 강도 높에 들어야 한다는 강경론과 쇄신과 반성이 필요하다는 온간론이 충돌하고 있다.
특히 초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조국 사태와 검찰개혁 등 쇄신과 반성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조 전 장관이 검찰개혁의 대명사라고 생각했지만, 그 과정에서 수많은 국민들이 분노하고 분열되며 오히려 검찰개혁의 당위성과 동력을 잃은 것은 아닌가 반성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일부 강성 지지층 중심으로 이들을 향해 '초선 5적'이라는 원색적 비난까지 등장했다. 정청래 의원도 "조국과 검찰개혁이 문제였다면 총선 때는 어떻게 승리할 수 있겠느냐"고 했으며, 김용민 의원은 "검찰을 개혁하고 불공정을 확산시키는 언론도 제자리로 돌려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조응천 의원은 "우리 당이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데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가급적 이번 당내 선거에 나서지 않으시기 바란다"며 '친문'의원들의 지도부 진출을 겨냥한 바 있다.
박용진 의원도 초선의원들의 반성문을 향한 비난을 놓고 "패배의 이유를 밖에서 찾고 남 탓으로 돌리면 속은 편할지 몰라도 더 큰 패배가 불가피하다"며 "민생문제에 더 집중하고 오만한 태도, 위선적인 자세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원내대표 선거는 오는 13일과 15일 2회에 걸쳐 유튜브 생중계로 합동 연설회 및 토론회를 거쳐 16일 의원들 투표를 통해 선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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