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질 것이 터졌다’ 돈 한푼 들이지 않고 수백억짜리 대형 여객선 건조?

230억 혈세 투입하고 관리는 나몰라라...여객선 현대화 사업 부실 투성이

‘먹튀’시도 논란(본보 2월 6일자 관련보도)을 일의 켰던 ㈜에이치해운의 ‘선라이즈제주호’가 부실투성이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15일 한국일보 등에 따르면 정부의 ‘연안 여객선 현대화 사업’ 일환으로 230여억원의 혈세를 투입해 건조된 대형여객선이 부실투성이로 드러났다. 허술한 사업 공모와 관리감독으로 선박 정비일수가 운항일수보다 많은가 하면, 특정 항로 운항을 약속하고 선박 건조비를 받아낸 선사가 ‘돈이 되지 않는다’며 운항노선을 변경해 '먹튀' 논란마저 일고 있다.

▲에이치해운의 ‘선라이즈제주호’ ⓒMBC 뉴스보도 캡쳐

이번 논란의 중심에 있는 에이치해운의 ‘선라이즈제주호’는 제주 성산포항~전남 녹동항 노선을 운항한다는 조건으로 지난 2018년 해양수산부의 연안 여객선 현대화 펀드(선박건조비용 50%)를 지원 받아 1만5000t급으로 건조됐다. 하지만 운항 시작 3개월 만에 돌연 운항을 중단하고 지난해 10월 부산의 한 조선소로 입항했다.

선사측은 입항 이유로 코로나19 여파로 승객 감소와 선박 수리 등으로 운항을 중단하게 됐다고 밝혔다. 취항 3개월만에 수리 목적으로 조선소에 입항한 되는 파도나 강풍에 배가 기울어져도 원래 위치로 되돌아오도록 하는 선박 복원성에 치명적 결함이 발견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관리감독을 맞고 있는 해수부와 관할 지방해양수산청(해수청)은 선박 복원성에 치명적 결함이 발견돼 운항을 중단하고 조선소로 들어가 5개월이나 정박해 있었지만 관리 당국은 현장 확인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세월호 참사와 같은 사고를 막기 위해 막대한 세금을 쏟아 부어 만든 선박이 취항 3개월 만에 수리 입고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업계는 ‘터질 것이 터졌다’는 분위기다. 업계에 따르면 여객선 현대화 사업 계획이 발표되기 전부터 조선소와 해운회사가 밀집한 부산과 경남, 전남지역에는 선박 브로커들이 ‘나랏돈으로 수백억 원짜리 배를 만들 수 있다’며 휘젓고 다녔다고 했다.

이와 관련 대형 여객선사 모 대표는 “선박 브로커들이 찾아와 ‘건조가액을 부풀려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배를 건질 수 있는 사업계획서를 만들어 주겠다고 했다”라며 “해수부가 펀드 선박 대상자를 공개 모집하기도 전에 이미 특정 선사가 뽑혔다는 내정설까지 돌았다”고 말했다.

또한 해수부가 “연안 여객선 안전을 확보 하겠다”며 선박 7척 건조비 절반을 지원했지만, 대상자 선정부터 선박 관리감독까지 ‘펀드’라는 이유로 운용사인 민간 금융회사에 선사 선정부터 관리감독까지 맡기면서 잡음마저 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안전한 해상운송이 최우선이어야 하지만 펀드로 사업이 추진되면서 투자자들 이익에 초점이 맞춰졌다”며 “이 때문에 막대한 돈을 댄 정부도 운영에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울릉군 비대위가 포항해수청 전정에서 공모선 선정 연기에 대한 규탄 집회를 열고 있다. ⓒ프레시안(홍준기)

한편 정부의 허술한 관리를 틈타 에이치해운은 “기존 노선은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며 포항해수청의 포항-울릉간 대형카페리선 공모사업에 참여했다가 사업 부적격 업체로 신청 반려됐지만 선사측은 포항해수청을 상대로 공모신청 반려 처분은 부당하다며 대구지법에 소송을 제기해 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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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기

대구경북취재본부 홍준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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