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투기 사태, 1970년대부터 이어진 투기 범죄 끊어내야

[박병일의 Flash Talk]

국토의 면적은 작고, 상대적으로 인구는 많다 보니 이로 인한 주택 가격의 상승을 막고 부동산을 안정시키기 위한 집권세력의 노력은 예나 지금이나 눈물겹다.

예컨대, 조선이 처음 건국되어 한양(지금의 서울)을 수도로 삼았을 때, 전체 면적은 약 500결(結)이었는데, 이는 약 10만 명 정도가 살기에 적합한 크기였다고 한다. 조선이 건국되기 이전, 고려조(高麗朝)까지만 해도 인구가 크게 증가하지 않아 개경의 집값은 시세 변동 폭이 그다지 크지 않았고, 이런 상황에서 고려인들이 집을 투기의 수단으로 삼았을 가능성은 크지 않았던 듯하나, 이와 달리 조선시대 서울의 인구는 꾸준히 늘었고, 반면에 주택은 부족하니 집값이 뛰기 시작했다. 이미 세종이 집권하기 시작한 무렵부터 부동산 문제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고, 성종과 연산군에 이르러 심각한 사회적 이슈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후 중종의 재임 기간에는 한양의 집값이 빠른 속도로 폭등하여 한번 사대문 안의 집을 팔아 벗어나면 다시는 사대문 안에 집을 구해 돌아오지 못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등장했다. 그 이유는 부동산 가격 상승률이 당시 관리들의 녹봉 인상률을 훨씬 상회했기 때문인데, 이로 인해 관리들이 지방으로 발령이 나면 한양 집에 가족들은 남겨둔 채 본인만 부임함으로써 기러기가 되어 살았다고 한다. 또한 역으로 한양의 집을 매도하고 지방에서 근무하다가 한양으로 다시 돌아온 관리들은 엄청나게 오른 집값을 감당하지 못해 세를 살았는데 그 집세마저도 비싸 조정에 하소연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고 전해진다.

이에 조정에서 땅을 사들여 집이 필요한 이들에게 지속적으로 임대주택을 공급하거나, 아무도 거주하지 않는 산 밑의 땅을 개간해 주택 건설용 토지를 조성했던 바, 특히 후자는 오늘날로 말하면 작금의 수도권 신도시 개발 사업을 행한 것과 같다.

하지만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와 이 때문에 빚어지는 주택 가격의 급격한 상승은 권력가들로 하여금 주택을 둘러싼 불법과 비리의 유혹에 쉽게 빠지게 했기에, 조정에서는 공직자들이 그들의 지위를 이용하여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경우 장오(臟汚)로 엄히 다스렸다. 역사 기록에서도 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데, <조선왕조실록> '태백산사고본'('인조실록' 39권, 인조 17년 7월 2일 정사 1번째 기사)에는 장오죄를 저지른 자를 무겁게 처벌해달라는 내용이 등장한다.

해당 실록에서는 "옛날부터 밝은 임금이 법을 제정하여 죄인을 처단할 때 장오죄를 범한 자를 가장 엄하게 하였습니다. (중략) 따라서 이원환을 법에 따라서 엄히 다스리는 한편 해사(該司)로 하여금 그의 재산을 몰수하여 국가의 재정을 돕게 하소서"라고 인조에게 아뢰는 대목이 나온다. 실록에 의하면 이원환이라는 자는 사천현감(泗川縣監)으로 봉직하면서 백성을 착취하여 자신의 부(富)를 축적한 죄를 지은 것으로 기술되어 있다.

또한 관리들이 자신이 감독하는 국가 재산을 훔쳤을 때 이를 감수자도(監守自盜)로 벌하였는데, 최소 장(杖) 80부터 최대 참형(斬刑)에 처하였다. 한편 죄인들은 곤장을 맞는 과정에서 숨을 거두는 사례도 많았다고 하며, 범인의 오른팔에는 도관전(盜官錢), 도관량(盜官粮) 등의 문신을 새겨 넣어 평생토록 반성케 했다.

최근 LH 직원들과 일부 공무원들이 신도시 개발과 관련된 내부정보 등을 활용해 부당하게 재물을 취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일탈이나 투기의 범주를 넘어 심각한 범죄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조선시대에 벌했던 것과 같이 장오죄에 처하여 불법으로 얻은 재산을 국가가 소급하여 몰수함이 마땅하다. 더불어 이들 부정한 공기업 직원들과 못된 탐관오리들을 발본색원하여 감수자도와 같은 엄한 처벌로 일벌백계하는 것만이 1970년대 개발시대로부터 면면히 이어져 왔을 투기와 유사 범죄의 재발을 끊어내는 유일한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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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일

한국외대 경영학과에서 국제경영을 가르치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경제연구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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