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논쟁, 이 답변이 있어야 한다

[박병일의 Flash Talk]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해 6월 초 당 초선의원들 대상의 강연에서 '기본소득' 의제를 꺼냈을 때만 하더라도, 그가 이슈 선점의 경쟁에서 앞서갈 듯했으나, 어느 샌가 기본소득은 이재명 경기도 지사의 가장 주요 정책 중 하나가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정작 화두를 던졌던 김 위원장은 "장기적 검토 과제"라며 재원 마련 대책의 필요성을 강조한 반면, 이 지사는 기본소득 제도야말로 새로운 시대의 대안이자 4차 산업 시대에서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이 될 것이라고 말하며 정책실현을 자신하고 있다. 또한 그는 "주권자인 국민들을 정치인의 잔꾀에 속는 '지배와 선동의 대상'으로 여기며 자신을 포퓰리스트라 공격할 것이 아니라 왜 '국민이 선호하지만 잘못된 정책'인지를 설명"해달라고 요청하였다. 이에 '이재명 표' 기본소득의 문제점을 몇 가지 나열해 보고자 한다.

첫째, 그는 기본소득의 정의를 오용하고 있다. 무릇 기본소득이란, 사회구성원 누구에게 매달 지속적으로 최소한의 기본적 생계가 가능할 만큼 지급되는 현금을 의미한다. 즉, '보편성', '실질적 생계 기여성', 그리고 '지속성'이라는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그런데 그가 2월 7일 SNS에 올린 글을 보면, 단기에 연 50만 원을, 중기에 연 100만 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언급하고 있다. 연 50만 원은 약 월 4만 원, 연 100만 원은 약 월 8만 원에 불과해 실질적 생계 기여 가능성과는 거리가 멀다. 만일 혹시라도 본인이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때 임기 중 연 100만 원의 기본소득 지급을 종착지로 계획하고 있다면, 기본소득이 아니라 보편적 기본용돈이라고 주권자에게 말해야 옳다.

둘째, 그는 '이재명 표' 기본소득의 핵심 개념을 "공유부를 모두에게 공평하게"라고 역설하였다. 한편 동시에 그는 기본소득을 통해 "시대적 과제인 양극화를 완화하자"고 주장하고 있기에 아마도 그가 뜻하는 '공유부' 속에는 가진 자에게 세금을 더 걷어 이를 재원으로 삼아 상대적으로 덜 가진 자와 보편적으로 분배하자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런데 여기서 갖게 되는 의문은 과연 조금 더 가진 자의 부(富)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공유부'인가 하는 점이다.

셋째, 기본소득의 재원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기본소득의 단기재원 26조 원은 예산조정을 통해, 중기재원을 위한 추가적인 26조 원은 기존 조세감면의 50% 축소를 바탕으로, 그리고 10년 뒤쯤을 위한 장기재원은 탄소세와 같은 환경세, 데이터세, 로봇세, 토지세 등을 신설하여 조달하겠다고 하였다. 그런데 임기 첫해에는 불가피하게 예산조정을 수단으로 26조 원을 마련한다고 하더라도, 만약 그가 1년짜리 대통령을 하고자 함이 아니라면, 2년차, 3년 차에도 예산조정으로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즉, 그에겐 기본소득의 단기 재원 마련을 위한 복안이 없어 보인다.

조세감면은 중소기업 육성, 인구집중의 분산, 기술개발의 촉진, 지방경제의 활성화, 투자촉진, 근로자 등의 복지정책 등 국가산업정책을 위해 조세를 감면하거나 면제 또는 비과세하는 경우를 일컫는다. 그런데 10%, 20%도 아니고, 국가의 필요에 의해 줄여주던 조세감면의 절반을 기본소득 중기 재원을 위해 삭감하는 것이 가능할지 이 또한 의문이다.

앞선 칼럼을 통해 이미 설명하였듯이, 그나마 최소한의 기본소득이라고 할 수 있을만한 월 50만 원을 국민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지급하기 위해서는 312조 원(5200만 국민 곱하기 연 600만 원)이 소요된다.(☞ 관련 기사 : 기본소득은 휴머니즘인가, 포퓰리즘인가?) 한편 대략적인 우리나라의 1년 예산은 550조 원가량이라는 점에서, 최소한의 기본소득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려 기존 예산의 57%를 증액해야 함을 뜻한다. 탄소세와 같이 특정 목적을 갖고 과징되는 조세를 기본소득으로 전용하는 것도 비합리적이거니와, 환경세, 데이터세, 로봇세, 토지세 등으로 자그마치 312조 원을 만들겠다는 계획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

기본소득, 복지의 끝판왕인가? 포퓰리즘의 끝판왕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이재명 지사의 몫이다. 단기, 중기, 장기 재원을 어떻게 각각 조성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하고 구체적이면서 설득력 있는 답변이 없다면 국민을 현혹하기 위한 포퓰리즘일 것이라는 의구심에서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에도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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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일

한국외대 경영학과에서 국제경영을 가르치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경제연구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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