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금기어? 박영선·우상호, 맥빠진 '지지층 구애' 경쟁

본선 쟁점 이슈 회피…젠더·인권 검증 부실한 민주당 경선

17일 진행된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 예비후보 토론회에 등장하지 않은 단어는 '박원순'이다. 고 박원순 전 시장의 성폭력·성희롱으로 열린 선거인 데다 여당 지지층 표심이 관건인 당내 경선 단계인 만큼, 여당 후보들로서는 회피할만한 이슈다.

그러나 야당 후보와 맞붙는 본선이 본격화되면 회피가 불가능한 주제를 멀리한 탓에 경선 흥행도, 후보들의 젠더·인권 정치관 검증도 부실해졌다는 평가다.

연합뉴스TV를 통해 1시간 10분여 동안 진행된 이날 경선 토론회에서 박영선, 우상호 후보는 단기간 내에 실현이 불가능한 부동산 정책을 내놓으며 공방을 주고받았다.

박 후보는 "5년 안에 공공주택 30만호를 마련해서 평당 1000만 원의 반값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것이 저의 부동산정책의 핵심 요지"라고 했고, 우 후보는 "16만호의 공공아파트를 공급하겠다"며 공급 위주의 부동산 대책으로 경쟁했다.

우 후보는 "박 후보가 강남에 재건축 재개발하겠다고 해서 강남 지역의 집값이 들썩거리면 어떻게 하냐"고 공격했으나, 박 후보는 "우 후보의 부동산 공약에 대해 저는 큰 틀에서 공감한다"고 피해가 논쟁이 확대되지도 않았다.

코로나19 대책을 주제로 한 토론에서도 두 후보는 서울 공공의료 시스템 강화를 강조하며 "우 후보와 제 공약을 합치면 만점짜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박영선 후보)는 화기애애한 장면도 선보였다.

정책 경쟁에 치중한 토론회였지만, 그보다 눈에 띄는 대목은 민주당 지지층을 향한 구애 경쟁이었다. 우 후보는 "민주당의 후보는 민주당의 정신에 가장 투철한 후보가 돼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이 영입해 노무현 대통령을 지키고 문재인 대통령 당선에 기여하면서 민주당을 지킨 정통 후보는 우상호"라고 했다.

박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역임했던 경력을 앞세우는 한편 "검찰개혁과 관련된 일이 저의 국회의원 16년 경험의 대표적인 실적"이라고 여권 지지층이 많은 관심을 보이는 사법개혁에 대한 찬성 의지를 강조했다.

이같은 지지층 구애 경쟁 속에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지난 15일 MBC <100분 토론>에서도 이들은 박 전 시장의 언급을 먼저 꺼내지 않았다.

진행자가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유고로 인해 치러지기 때문에 후유증을 어떻게 봉합해나갈 것인가"라고 질문한 뒤에야 우 후보는 "박 전 시장 서거로 재·보궐선거가 이뤄지는 점에 대해 송구하다"고만 답했다.

박 후보 역시 여성후보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하면서도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에 대한 성찰을 내놓지 않았으며, 박 전 시장을 '롤모델'이라고 말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논란까지 일었던 우 후보의 발언에 대해서도 짚지 않았다.

하지만 박 전 시장의 성희롱 사건으로 인해 촉발된 서울시장 보궐선거이기에, 박 전 시장에 대한 언급을 피할수록 오히려 해당 이슈에 대한 책임성이 부각될 뿐만 아니라 인권감수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박 전 시장과 거리두기를 하다보니 두 후보는 민감한 젠더·인권 정책에 대한 언급도 꺼리고 있다. 지난 14일 설 민심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두 예비후보는 '퀴어 퍼레이드 관련 입장'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박 후보는 당시 퀴어퍼레이드에 대한 거듭된 질문에 답변을 하지 않았다. 우 후보는 "시장에 당선되지 않아서 구체적으로 검토해본 바 없지만, 면밀히 따져보도록 하겠다"고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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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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