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대북 전략"을 검토하는 바이든 행정부에게

[정욱식 칼럼] 제재와 억제가 '효과적인 도구'가 되려면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을 "재검토"해 "새로운 전략"을 내놓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북핵 문제가 역대 미국 행정부를 거치면서 더욱 악화되었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크게 두 가지 방향을 밝혔다. 하나는 "한반도 비핵화를 증진시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들을" 찾아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북한의 무기고에 의해 증대되는 문제에 대한 대응"이다.

도구들과 관련해서는 "추가 제재와 동맹·우방국들과의 추가적인 공조 및 협력"과 "외교적인 인센티브"를 언급했다. 북한 위협 대응과 관련해서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아마도 미사일방어체제(MD)를 중심으로 한미일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러한 내용을 대략적인 윤곽으로 잡으면서 구체화하는 방향으로 대북정책을 설계하면, 실패한 정책의 되풀이가 될 공산이 대단히 크다. 역대 미국 행정부들의 대북정책과 거의 차이가 없을뿐더러, 북한의 변화된 전략마저도 제대로 간파하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역대 미국 행정부들의 핵심 도구들은 '대북 경제제재 부과'와 '군사적 억제력 및 MD 강화'였다. 그리고 이것들은 가장 비효과적인 도구들임이 판명되었다. 미국이 대북 제재를 가하면 북한이 크게 양보하거나 굴복하거나 심지어 붕괴될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에 휩싸여 있는 사이에 북한의 핵 능력은 '확실히 증강'되었다. 미국이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들과 대북 억제력과 MD를 강화할수록 북한도 "전쟁 억제력"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응수했다.

북한의 전략은 최근 몇 년 사이에 더욱 분명해졌다. 제재에 굴복하는 것을 "나라의 존엄을 파는 것"으로 인식하면서 오히려 제재를 "자력갱생과 자급자족"을 강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삼겠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한미일의 군비증강에 맞서 새로운 전략 무기와 전술핵무기 개발 의사도 밝히고 있는데, 그 골자는 2차 공격 능력 확보와 한미일의 MD 무력화에 맞춰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블링컨이 언급한 "추가 제재"가 효과적인 도구가 될 수 있겠는가?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할 것으로 보이는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가 이미 위험 수위에 도달하고 있는 군비경쟁과 안보딜레마를 더욱 격화시키지는 않겠는가? 이 과정에서 미국 및 동맹국들의 민생을 돌보는 데 사용되어야 할 자원의 낭비를 초래하지는 않겠는가?

▲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1월 27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취임 후 첫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바이든 행정부가 진정으로 기존의 대북정책을 재검토해 새로운 전략을 내놓겠다면, 이미 실패한 정책과 역효과가 분명한 도구들의 사용을 반복할 것이 아니라 재검토에 대상에 제재와 억제 위주의 접근부터 올려놓아야 한다. 같은 행동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만큼이나 어리석은 일은 없기 때문이다.

제재가 가장 효과적인 도구가 되려면 제재를 유지·강화할 것이 아니라 북한의 긍정적인 조치와 조율해 완화·해제해 나가는 선택을 해야 한다. 이래야만 외교적 문제 해결의 기초인 '공감'을 형성할 수 있다.

또한 북한으로 하여금 가장 유력한 "전쟁 억제력"을 내려놓게 하려면 미국과 동맹국들도 군비증강을 하향 조절해야 한다. 이미 한미일은 충분한 대북 억제력을 갖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군비증강을 자제함으로써 한편으로는 꺼져가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의 희망을 되살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군비축소로 마련한 자원을 국내 문제 해결과 기후 위기와 같은 글로벌 문제 해결에 사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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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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