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8일 "법관 대표자회의 의사에 따라서 헌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는 임성근 판사에 대한 의원들의 탄핵소추 추진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당 의원총회가 끝난 뒤 "여러 판단 끝에 김태년 원내대표가 허용하는 것이 좋겠다는 제안을 했고 제가 동의했다. 저와 원내대표가 그렇게 하기로 한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날 아침 당내 법률전문가 몇 분으로부터 이동근 판사는 대상에서 제외하는게 좋겠다는 제안이 있었고, 이탄희 의원이 수용했다"이라고 밝혔다.
다만 정치적 논란을 의식해 당론으로 채택하지는 않았다. 이 대표는 "(당론 채택은) 아니다. 의원들의 판단을 존중하겠다는 것"이라며 "의원들의 의견이, 법리적 법적 정의와 정무적 판단을 종합한 결과 임 판사에 대한 탄핵 소추를 인정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와 이동근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을 제기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일본 <산케이신문> 기자의 재판에서 판결문을 유출과 내용을 수정한 혐의(직권남용)로 기소됐으나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임 판사는 법원에 재임용 신청을 하지 않고 사직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직서가 수리돼 퇴임할 경우 퇴직연금을 수령하고 변호사 등록도 할 수 있다. 법관 탄핵을 주도해온 이탄희 의원은 임성근 판사 외에 이동근 판사에 대해서도 탄핵안을 발의하자는 입장이었지만, 이날 아침 당 지도부 회의에서 정무적 부담을 이유로 이동근 판사는 제외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홍정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의원총회에서 상대적으로 죄질이 더 나쁜 임 판사 위주로 선택과 집중을 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재판부에서 헌법 위반이라고 명시한 것에 대해 국회가 소추하지 않는 것은 국회가 임무를 방기한 꼴"이라고 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도 의총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당은 헌법을 위반한 판사 임 판사에 대한 탄핵 소추 발의를 허용한다"며 "발의 후 국회법 절차에 따라 처리할 것이다. 의원들이 법적 요건에 맞춰 발의하면 국회법에 따라 72시간 내 표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법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동의로 발의돼 재적 의원 과반수가 찬성으로 의결된다. 국회가 법관 탄핵을 의결하면 헌법재판소가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된다. 이탄희 의원을 중심으로 민주당 의원 96명, 정의당, 열린민주당 의원 등까지 포함해 107명이 임 판사 탄핵에 찬성하고 있어 탄핵안 발의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법관 탄핵은 사실상 처음인 데다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이 마무리되자마자 새로운 '법조 갈등'이 시작되는 점이 여권으로서는 정치적 부담이다.
앞서 국회는 두 차례 법관탄핵을 시도했지만 모두 불발 됐다. 1985년 유태흥 전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재석의원 247명 중 찬성 95표, 반대 146표, 기권 5표, 무효 1표로 부결됐다. 2009년 신영철 당시 대법관에 대한 탄핵소추 발의는 72시간 이내 표결이 이뤄지지 않아 자동 폐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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