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사퇴 9개월만 오거돈 재판행...강제추행 혐의 등, 선거 개입은 불기소

두 번째 피의자 혐의까지 포함, 민주당·청와대 등 개입 아닌 피해자 본인 결정

성추행 사퇴 9개월 만에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여직원 2명에게 강제추행 혐의가 인정돼 정식 재판을 받게 됐으나 선거법 위반과 청와대 개입 의혹은 불기소 처분됐다.

부산지검은 오 전 부산시장을 강제추행, 강제추행미수, 강제추행치상, 무고 등의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고 28일 밝혔다.

▲ 오거돈 전 부산시장. ⓒ프레시안(박호경)

그러나 오 전 시장이 지난해 4월 15일 치러진 21대 총선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사퇴 시기를 조정했거나 직권을 남용했다고 보기는 어려워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해서는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이 밝힌 공소사실을 보면 오 전 시장은 지난 2018년 11월쯤 부산시청 여직원인 A 씨를 강제추행했다. 그해 12월에도 A 씨를 추행하려다 미수에 그쳤다.

A 씨에 대한 혐의는 경찰 수사에서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지난해 검찰이 두 번째 신청한 구속영장실질심사에서 새롭게 등장한 피해다였다.

당시 오 전 시장의 변호사의 말을 종합하면 검찰이 제기한 혐의는 "턱을 만졌거나 턱을 만지려고 했다"가 다였으나 검찰이 강제추행 혐의를 추가한 것을 볼 때 상습적인 범행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 사건은 경찰에서 혐의없음으로 송치했으나 검찰이 부산시청 압수수색과 이메일 등을 통해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하면서 오 전 시장이 지난 2019년 부산시 국정감사에서 A 씨 범행을 부인한 위증 혐의도 고려했으나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증)죄는 필요적 고발사건으로, 국회 고발이 없어 기소하지 않았다.

또한 오 전 시장이 A 씨와 관련된 추행을 무마하기 위해 한 채용시험에 A 씨가 선발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합격자로 결정된 후에 A 씨의 사직의사를 알게 돼 철회하도록 한 사실은 있으나 채용청탁은 없었다고 밝혔다.

▲ 오거돈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 ⓒ프레시안(박호경)

두 번째 피해자 B 씨는 오 전 시장이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사퇴하게 된 계기가 됐던 사건으로 지난해 4월 부산시장 집무실에서 B 씨를 추행한 혐의다.

검찰은 추행에 이어 B 씨가 사건 발생 후 지속적인 2차 가해 등으로 인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얻게 되는 등 상해를 입었다는 사실도 적시하면서 강제추행치상 혐의를 적용했다.

다만 B 씨에 대한 강제추행 사건을 부산시청 정무직들이 개입해 합의와 공증서를 작성하는 등의 과정에서 21대 총선일까지 피해사실을 발설하지 않고 선거일 이후 사퇴하는 데 동의하도록 회유·압박하는 등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모두 무혐의 처분됐다.

검찰은 B 시가 처음 피해사실을 상담한 정무직을 통해서 요구사항을 전달하거나 공증문서 작성 등을 요청하면서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진행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민주당 인사들이 부산시청 정무직과 B 씨 사건에 대한 의논을 위해 지난해 4월 9일 모임을 가진 것은 확인됐지만 피해자가 원하는 대로 해줘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진술했고 B 씨의 의사에 따라 모든 절차가 진행됐기에 다른 민주당 인사들이 피해자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관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을 청와대에서 인지하고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관계자들의 진술과 휴대전화 통화내력 등을 검토한 결과 인정할 만한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최초 A 씨 사건에 대한 '미투' 의혹을 제기했던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를 오 전 시장이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던 건은 무고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오 전 시장의 사퇴 전까지 부산시청 내 성희롱 등에 대한 전체 실태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예방 교육도 매년 2회 정도 형식적으로 실시한 것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실질적으로 부산시청 내 성희롱·성폭력 고충업무를 전담하는 직원은 1명으로, 피해자가 신고하지 않는 한 보호받기 어려운 구조임이 밝혀지는 등 부산시의 대응 시스템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부산지검은 "오 전 시장이 업무시간 중 자신의 집무실 등 근무장소에서 소속 여성 직원들을 상대로 반복적·지속적으로 강제추행하거나 성희롱을 반복하는 방법으로 저지른 권력형 성범죄다"며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공소유지에 철저를 기하고 재판절차 종결시까지 피해자들의 보호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2차 피해를 가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단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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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호경

부산울산취재본부 박호경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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