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빈 협박 때문에"라던 강훈, 징역 15년 선고

재판부 "조주빈 협박 때문 아니라 스스로 가담...다만 아직 어린 나이 참작" 판단

텔레그램 '박사방'의 2인자로 알려진 조주빈의 공범 '부따' 강훈이 징역 15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강훈은 재판 내내 '조주빈의 협박으로 어쩔 수 없이 가담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조성필 부장판사)는 21일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위반(음란물제작·배포 등)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부따' 강훈과 또 다른 공범 닉네임 '김승민' 한모 씨에게 각각 징역 15년과 징역 1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두 사람에게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5년간 신상정보 공개, 5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과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 제한도 명령했다. 그러나 검찰의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검찰은 강훈에게 징역 30년, 한 씨에게 징역 20년을 각각 구형했다.

"피해자에게 큰 상처 줬다"면서 '나이 어려'·'홀어머니라' 참작

재판부는 강훈에게 "나이 어린 여성을 노예화해 소유물로 희롱하고 박사방을 이용한 사람들의 성적 욕구를 충족하게 해 가상의 공간에서 왜곡된 성문화를 자리잡게 했다"면서 "피해자의 신분이 공개되고 성 착취물이 지속해서 유포되게 해 피해자에게 언제 회복될지 모르는 피해를 안겼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강훈이 아직 만 19살의 어린 나이라는 점, 가정 및 학교생활 태도를 보아 장기간 수형 생활을 한다면 교정될 사정이 없지 않다는 점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강훈은 박사방 개설 무렵부터 박사방을 관리하며 피해자를 유인해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하게 했고 조주빈의 범죄 수익금을 은닉·환전·전달하며 범죄에 본질적으로 기여한 공동정범"이라며 "강훈은 조주빈의 협박이 아니라 스스로 범죄집단에 가담했다"고 판단했다.

강훈은 그동안 조주빈의 협박을 받아 박사방을 관리했다며 혐의의 대부분을 부인해왔다. 그러나 재판부는 "강훈이 먼저 조주빈에게 연락해 지인 성 착취물을 제작해 달라고 부탁했고 조주빈이 돈을 요구하자 강훈이 '돈이 없으니 대신 박사방을 관리해주겠다'고 제안했다는 게 조주빈의 일관된 진술"이라고 적시했다.

함께 기소된 한 씨에 대해선 "소위 말하는 '오프(오프라인) 만남'으로 15세에 불과한 피해자를 강간하려 했고 이를 영상으로 촬영해 유포했다"며 "불특정 다수의 오락을 위해 아동·청소년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등 아동·청소년의 성을 극심한 수준으로 유린했다"고 밝혔다.

다만 "범죄집단 성립 여부를 제외한 나머지 사실관계를 자백한 점, 홀어머니의 헌신적 양육 아래 성장한 점, 어머니와의 유대가 두텁게 유지되는 점 등을 보아 재범 가능성이 크게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참작했다"고 했다.

박사방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 조주빈에 이은 '2인자'로 알려진 강훈은 텔레그램 박사방에서 조주빈 등과 공모해 2019년 9월부터 11월까지 아동·청소년 7명을 포함한 여성 18명을 협박해 성 착취물을 촬영·제작하고 이를 영리 목적으로 판매·배포한 혐의로 지난해 5월 재판에 넘겨졌다.

조주빈과 공모해 피해자에게 성 착취물을 제작할 것을 강요·협박한 혐의, 윤장현 전 광주시장을 속여 1000만 원을 가로챈 혐의, 범죄 수익금으로 제공된 암호 화폐를 환전해 조주빈에게 2600여만 원을 전달한 혐의, 피해자의 얼굴에 타인의 나체 사진을 합성해 게시한 혐의, 12명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취득한 혐의도 있다.

강훈은 범죄집단 조직 혐의로 지난해 6월 추가 기소된 상태다.

▲텔레그램 '박사방'에서 운영자 조주빈을 도와 대화방 운영 및 관리에 관여한 공범 '부따' 강훈. ⓒ연합뉴스

강훈 "신상정보 공개는 호도된 여론 때문"...법원 "공익 때문"

한편 강훈은 자신의 신상정보가 공개된 목적과 절차가 부당하다며 이를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냈으나 지난 15일 패소했다. 함께 제기한 성폭력처벌법 제25조 1항(성범죄 피의자 신상공개)에 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도 기각됐다.

강훈은 "경찰이 과열된 여론에 대응하고 국민의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해 정당한 절차 없이 자신의 신상을 공개했다"며 "국민의 알 권리가 아닌 사람들의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한 처분"이라고 주장했다. "재판 전 피의자의 신상정보 공개 처분은 무죄 추정의 원칙에 위반된다"며 "신상정보 공개로 가족들이 사실상 연좌제를 겪고 있다"고도 호소했다.

또 자신을 "조주빈의 협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박사방에 가담한 피해자"라며 "신상정보 공개로 인격적 모욕감과 수치심에 빠진 채 수사와 재판에 임하게 됐고 호도된 여론이 수사기관과 재판에 영향을 미쳐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박형순 부장판사)는 "공공의 안전 또는 복리를 위해 긴급한 처분이 필요했다는 점이 인정된다"며 "박사방 사건의 실체를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 강훈의 신상정보를 공개해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할 필요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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