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에 대해 얼마나, 제대로 알고 계신가요

[우수근의 '아시아 워치'] 팍스 '아시아나' 시대의 도래

20세기를 풍미했던 미국 위주의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가 요동치는 가운데 글로벌 사회에는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이와 관련 중국이 중심이 되는 '팍스 시니카' 시대의 도래를 전망하는 소리도 적지 않다.

하지만 중국이 처한 중국만의 제반 "중국병(中國病)" 등을 고려할 때, 중국의 시대를 점치는 것은 아직은 적잖은 시기상조라고 여겨진다. 결국, 현재와 같은 G1 미국과 G2 중국의 현황을 고려할 때 글로벌 사회, 특히 글로벌 경제 분야 등은 당분간 유일 패권강대국에 의한 독자적 주도가 아닌, 몇 개의 주요 국가들에 의한 다자적 주도의 영향을 더 많이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 주역들은 과연 어떤 나라들일까?

현재 글로벌 경제에서 주목받고 있는 주요 성장 국가들의 많은 수가 아시아 지역에 포진해 있다. 간단하게 중국,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를 위시한 동남아시아 국가들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향후 특정 국가가 패권강대국으로 부상하기 전의 일정 기간은, 바로 아시아를 기축으로 하는 '팍스 아시아나' 시대가 전개되어 갈 개연성이 적지 않다.

아시아 중에서도 좀 더 구체적으로는, G2 중국과 G3 일본 및 G10 안팎을 오르내리는 대한민국이 포진한 동북아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동남아 국가연합(ASEAN)이 포진한 동남아, 즉 동아시아에 의한 주도세가 두드러지리라 예상된다.

▲ 지난 2019년 12월 24일(현지 시각) 중국 청두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 이후 세기성 국제회의센터에서 공동 언론 발표가 있었다. 사진은 공동 발표하고 있는 리커창(가운데) 중국 총리. 문재인(왼쪽) 대통령과 아베 신조(오른쪽) 일본 총리가 함께 발표에 나섰다. ⓒ연합뉴스

한편, 중국 대륙과 일본 열도 사이에 낀 한반도는 예로부터 양측으로부터 적잖이 시달려 왔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이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 등은 이상하지만은 않은 것이다. 하지만 2020년대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안팎의 상황은 시달림을 당해 왔던 과거와는 매우 달라졌다.

먼저 더 이상 약소국이 아니고 세계 10위 전후의 경제력에 군사력만 해도 세계 6위를 오르내릴 정도의 중견강국으로 부상한 대한민국을 이제는 이들도 함부로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다음으로 이들이 처한 국내외 제반 상황 등을 면밀히 고려하더라도, 이들 또한 '중견강국 대한민국'과의 긴밀한 협력과 윈윈 등이 매우 중요하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과거와는 판이하게 달라진 오늘날의 우리와 이들과의 상황을 '적확하게' 파악하고 인식한다면, 과거에는 '애물단지'와도 같았던 이들이, 현재는 '보물단지'와도 같을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도 이들에 대해 과거에서 기인된 고정관념과 선입견, 그리고 편견 등과 같은 부정적 측면 위주로 인식하며 안팎의 변화의 물결을 채 따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불편한 진실 그리고 불편한 사실, 현실속의 사실 등이 우리 뇌리속의 그것과 다르다고 해서 애써 부인하고 부정하려 한들 바뀔리 만무하다. 그럼에도 계속 닫힌 사고 속에 우행을 고집한다면? 이는 역사를 부정하는 진부한 존재들과 다를 게 과연 무엇일까? 그들을 보라! 그들이 어리석은 행태를 고집하면 할수록 자신들만 더 고립되고 퇴보되며 미래 또한 그만큼 더 암울해지고 있지 않은가?

나와 우리는 오늘날 글로벌 사회의 추이에 대해 얼마나 적확하게 파악하고 있는가? 현재 이 시기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는 '여시구진(與時俱進)'의 자세가 절실하다. 개인간 교류나 기업간 비즈니스 및 국가간 외교 등에도 '시대의 변화에 맞도록 적확하게 인식하고 행동해 나갈 필요가 있는' 것이다.

나와 우리는 또한, 이웃 중국과 일본 및 우리 스스로에 대해서도 얼마나 이성적이며 냉철하게 인식하고 있는가? '지피지기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라고 했다. 그야말로 '적을 잘 알고 스스로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는' 것인데, 나와 우리는 과연 한중일 3국에 대해 얼마나 자신있게 제대로 잘 인식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가?

21세기 팍스 아시아나 시대는 최근들어 기존의 전망보다 더 빠르게 도래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동아시아가 리드하는 이 시대의 주역은, 동북아의 한중일 3국임은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3국 중에서도 주역 중의 주역은, 다름 아닌 대한민국이다. 과거에는 중국 대륙과 일본 열도 사이에 위치한 '탓에' 시달려 왔지만, 현재는 이들 사이에 위치한 '덕에' 그 누구보다도 이들에 대해 더 잘 알고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어 더 잘 활용할 수 있는 등, 우리만이 지닌 다양한 독보적 요소 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불편한 진실. 내가 그 진실을 모르거나 부정하고자 하기 때문에 불편할 뿐 진실은 진실이다. 결국 진실이 불편한 것은 바로 내 탓이다. 그로 인한 피해 또한 닫힌 자세 속에 갇혀 있는 나의 자업자득이다. 열린 자세로 앞서 가는 이들을 질투하며 음해하는 못난 나의 몫인 것이다. 이를 고려하더라도 우리에게는 알을 깨는 노력이 절실하다.

아직도 애물단지와도 같았던 이들과의 '과거'를 주로 떠올리며, 보물단지와도 같은 이들과의 '현재'를 제대로 다져나가지 못하는 인식상의 장벽을 우리 스스로 깨고 나와야 한다. 그리하여 진실이 더 이상 불편하지 않게 된다면, 중일 양국은, '작은 위험 속에 놓여 있는 더 큰 기회'임도 깨닫게 될 것이다. 작은 위험을 더 크게 할 것인가, 더 큰 기회를 더더욱 크게 할 것인가? 앞으로 이어질 졸고와 더불어 함께 고민해 보았으면 좋겠다.

* 우수근 교수는 유튜브 '우수근의 한중일TV'와 '한중일 윈윈 클럽'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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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근

우수근 교수는 일본 게이오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뒤 미국 미네소타대 로스쿨을 졸업했습니다. 상하이 화동사범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거친 뒤 상하이 동화대학교 교수를 역임했습니다. 저서로는 <미국인의 발견>, <캄보디아에서 한‧일을 보다> <한국인 우군의 한‧일의 장벽이란 무엇인가>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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