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화하는 경찰 조직, 시민의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다

[기고] 경찰에 대한 불신, 매우 크다

무소불위 막강한 권력을 가진 검찰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 그간 검찰이 세계적으로도 유례없이 독점해온 기소와 수사를 분리시키는 것은 시대의 요청으로서 당연히 추진되어야 마땅할 일이다. 다만 이러한 정상화의 과정에서 경찰 조직이 비대화하고 또 다른 거대권력의 출현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의 경찰 조직에 대해서는 최근 정인 양 사건에서도 그 심각한 문제점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취약한 초동수사 역량부터 책임감의 결여 그리고 관료주의와 부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면에서 여러 엄중한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다.

오늘날 한국 경찰이 이러한 문제점을 안게 된 요인으로는 검찰이 그간 기소권과 수사권 그리고 영장청구권까지 모조리 독점하고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없는 6천 명이 넘는 수사 인력을 보유하면서 무소불위 권한을 남용해온 바로 그 그늘에서 경찰 조직 자체의 관성과 부패가 조장되어온 측면도 다분하다고 할 수 있다.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는 조직은 정상적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왜곡되기 쉽기 때문이다.

경찰에 대한 국민의 민주적 통제 장치가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지금의 경찰 조직의 문제는 단순히 심기일전한다든지 인권교육을 강화한다든지라는 정신자세의 문제 혹은 교육 차원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경찰 조직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은 검찰에 대한 불신 못지 않게 크다. 과거 무자비한 고문수사를 비롯해 용산참사, 평택 쌍용자동차 파업, 고 백남기 농민 사건 등 시종일관 권력의 주구로서 민중을 탄압한 데 대한 반성도 극히 미흡하다. 솔직히 경찰의 내일에 대해 기대를 갖는 사람들은 거의 없고, 반면 불안감을 크게 품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경찰에 대한 불신과 경찰력 남용에 대한 우려 때문에 경찰 조직이 전국적으로 단일화되어 매머드 조직으로 거대화한 한국과는 달리 4만여 개의 분산된 별도 기관으로 분리시켜 놓았다. 또한 경찰에 대한 시민감시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이 제도는 경찰권의 남용을 통제하려는 시도에서 출발하여 경찰에 대한 민원의 독립적 심사, 정책 검토와 제언, 민원조사의 감시 등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더구나 경찰 조직은 향후 더욱 비대화될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국민에 의한 민주적 통제 장치는 반드시 필요하게 된다. 이를 위해 향후 영국의 ‘경찰비리민원조사위원회(IPCC)’와 같은 경찰 견제장치가 도입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경찰비리민원조사위원회는 2002년 제정된 경찰개혁법에 근거해 2004년부터 운용되고 있는데, 수백 명으로 구성된 이 독립적 경찰감시 기구는 의장과 위원에 경찰 경력이 있는 인사를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 이 위원회는 직권으로 경찰의 위법행위를 조사할 수 있고, 조사 결과에 따라 경찰관 기소를 검찰총장에게 권고하고 요구할 수 있다.

민주주의 시대의 경찰, “국민을 위한 경찰”이라는 위상 정립의 과제를 경찰 자체에만 맡겨놓을 수는 없다. 근본적으로 시민이 경찰을 민주적으로 통제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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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준섭

1970년대말부터 90년대 중반까지 학생운동과 민주화 운동에 몸담았으며, 1998년 중국 상하이 푸단(復旦)대학으로 유학을 떠나 2004년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일했다.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2019), <광주백서>(2018), <대한민국 민주주의처방전>(2015) , <사마천 사기 56>(2016), <논어>(2018), <도덕경>(2019)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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