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지사, "정인이 졸속 법안 피해자 더 위험해질 수 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최근 "아동학대로 사망한 정인이 희생을 헛되게 하지 않으려면 현장 전문가의 의견 수렴과 충분한 토론을 거쳐 정교한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원희룡 지사는 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인이 사건에 대한 국민들의 공분이 크다"며 "엄벌주의 법안들이 효과적일 것 같지만 현장에서 오랫동안 수고해온 전문가의 의견은 다르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연합뉴스)

그는 "사건이 보도된 이후 발의된 법안들이 아동학대 신고가 반복될 경우 빠르게 아동과 보호자를 분리시켜 아동을 보호하고 아동학대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라며 "아동학대에 대한 형량만 강화시키면 오히려 불기소되거나 무죄를 받는 경우도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강화된 형량에 걸맞은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수사와 재판이 혹독해지면서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가 받는 고통도 늘어난다"며 공익변호사로 아동학대 문제와 싸워온 김예분 변호사의 인터뷰를 소개했다.

지난 6일 sbs와 진행된 인터뷰에 따르면 김예원 변호사는 "지금 정치권에서 제일 밀고 있는 것이 형량 강화인데 이건 절대로 막아야 한다"며 "법정형이 높은 사건을 심리하는 판사들은 형량이 높은 만큼 그 정도의 죄를 인정할 수 있을 정도의 강한 증거들을 요구한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장이 망가진 가장 근본적 이유는 어떤 사건이 터졌을 때 국민적 공분(公憤)을 특정 가해자의 악마화에만 쏟았다는 점"이라면서 "이렇게 갑작스럽게 만들어진 법안들이 통과되면 정인이 얼굴이 공개된 값어치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원희룡 지사는 "2회 신고를 받을 경우 피해 아동을 가정에서 즉시 분리시키는 법안도 마찬가지"라면서 "분리 후 갈 수 있는 쉼터 시설이 제한되어 있는 상황에서 정말 보호를 받아야 하는 위급 상황에 있는 아동을 보호받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또, "국민들의 공분이 국회를 움직이는 것은 좋은 현상이지만 그 움직임은 사건 보도 후 며칠 만에 법안이 졸속으로 만들어지는 방식이어서는 곤란하다"며 "아동학대가 다른 범죄와는 다른 미묘하고 특수한 점을 잘 이해하지 못하면 법안이 잘못된 결과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원희룡 지사는 갑작스럽게 만들어진 법안들이 "아동학대 피해자들을 더 위험하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에 법안을 만들기 전에 현장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고 충분한 토론 과정을 거쳐 정교한 법안의 구조를 만드는 진정으로 피해 아동을 위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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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창민

제주취재본부 현창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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