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안보다 후퇴한 중대재해법...이낙연 "노동존중 초석될 것"

8일 처리에 주력, 정의당 "재계 핑계 삼은 누더기법…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유예 불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 제정안을 다루는 국회 법사위원회가 법 취지를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은 정부안보다도 후퇴한 내용으로 손질해 논란을 키우고 있다.

"재계를 핑계로 누더기법이 되는 거냐"는 비판에도 아랑곳없이 더불어민주당은 "일하다 죽지 않는 사회·노동 존중 사회로 가는 초석이 될 것"이라며 임시국회 내 법안 처리에만 주력하는 모양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법 하나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일하다 죽지 않는 사회로 가는 길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모레 본회의에서 중대재해법 등 합의된 법을 처리하기로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해 다행"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그러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 여야 위원들은 중대재해법의 쟁점이었던 사업주·경영책임자 처벌 수위와 관련해, 사망사고가 발생한 경우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형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형을 선고하도록 했다.

당초 민주당 박주민 의원 안(2년 이상 징역 또는 5억 원 이상 벌금)과 정부안(2년 이상 징역 또는 5000만~10억 원 벌금)보다 징역의 하한선을 낮추고 벌금의 하한선을 없애 처벌 수위를 완화한 것이다. 법인에 부과하는 벌금의 경우 고의가 인정됐을 때 매출액의 10%를 벌금에 가중한다는 조항도 삭제했다.

경영책임자를 법적으로 규정하는데 있어서는 사업주 입장이 반영됐다. 경영책임자를 '사업 대표·총괄책임자 및 안전보건업무 담당자'로 규정하고 있는데, '및'을 '또는'으로 바꿔 적용 대상을 느슨하게 했다.

또 다른 쟁점인 △공무원 처벌 조항 △식당·노래방 등 다중이용시설 포함 여부 △50인 미만 사업장 법 적용 유예 등은 이날 법안소위를 재개해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와 배진교, 심상정 의원 등이 5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하는 회의에 참석하는 백혜련 1소위원장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처럼 반복되는 '후퇴 손질'에 정의당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김종철 대표와 강은미 원내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법사위 소위 논의에서 중대 재해의 책임이 있는 대표이사의 처벌형량이 정부안보다 낮아지고, 법인의 손해배상은 축소되는 등 후퇴의 조짐이 일어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김종철 대표는 "재계를 핑계로 지난 6개월 동안 버려졌던 국민생명을 지키는 이 법이 누더기법이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현행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에서와같이 책임을 분산하고 말단 관리자를 행위자로 처벌하는 것은 법 제정 취지를 사실상 무산시키는 것"이라며 "안전보건 담당 이사에게 중대 재해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을 또다시 만들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라며 기업 대표이사 등 경영책임자의 명확한 규정을 강조했다.

강은미 원내대표도 "처벌수위가 낮아지면 중대재해 예방 효과가 떨어진다"며 "법인에 대한 최소한의 처벌을 규정한 하한형을 없애버렸다. 비록 상한형을 올린다 해도 수천억 금액의 공사나 수조원 매출을 내는 기업에는 영업비용에 불과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강 원내대표는 또 "국민 생명에 차등을 둬선 안 된다. 정의당은 줄기차게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유예를 절대 불가하다고 주장해 왔다"며 "4년 유예 8000명, 5년 유예 1만 명의 국민 목숨을 담보로 산업재해라는 참사를 방기하겠다는 것"며 사업장 규모별 처벌 유예를 반대했다.

정의당에 따르면, 국내 전체사업 약 410만개 중 50인 미만 사업장은 405만여개로 98.8%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9월까지 사고재해 발생율은 50인 미만 사업장이 79.1%이고, 노동부에 신고된 중대재해도 50인 미만 사업장이 84.9%를 차지하고 있다.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가 6일 오전 국회 본청 단식농성장 앞에서 열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관련 대표단 - 의원단 긴급 기자회견에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기업의 대표이사 등 경영책임자 책임 규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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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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