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지사, 제주환경에 맞는 的當한 정책해야

[기고]희망을 만드는 선택을 했으면 좋겠다

코로나 19 팬데믹이라는 너무나 엄중한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우리 모두에게 먼저 위로의 말씀부터 올린다. 하지만 힘내라는 말 대신 마음을 새롭게 다잡아보자는 말을 하고 싶다. 이제 백신이 공급되어 도로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올 것이라 믿고는 있지만 그냥 아무런 반성이나 변화 없이 예전으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은 반성이 없다. 세상을 구성한 시스템이 반성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대가를 돈으로 지불하기만 하면 그에 따른 모든 도의적 윤리적 책임도 완성되는 자본주의적 시스템 속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는데 필요한 의·식·주를 공급하는 시스템은 지불수단으로서의 돈을 획득하기 위한 노동을 끊임없이 강요한다. 종속됨을 강요당하며 획득된 돈이기에 그 돈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모든 상품에 대한 죄의식이 없어지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강정상수원보호구역 푯말.ⓒ(사진=제주환경연합)

한 해 내내 자연의 축복과 농부의 수고로움을 들여 생산한 곡물들을 먹을 때도 다른 동물의 삶을 빼앗은 결과로 얻은 고기를 먹을 때도 감사함이나 죄스러움조차 느끼지 않는다. 입는 옷에도 살 집에도 마찬가지다. 자연스럽게 염치가 실종된 시대를 살아왔고 대량생산 대량유통 대량소비로 이어지는 사회를 구축해왔다. 그 결과가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 시대인 것이다. 그렇기에 이제 자연과 인간과의 공존은 이제 희망사항이거나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필수불가결 선결과제가 되어야 한다.

2017년도에 한국은행 제주본부에서 진행한 '관광객 수용능력에 대한 용역'에 따르면 제주도에 관광객이 1900만 명 이상 들어오게 되면 오히려 사회적비용이 증가해 경제적으로도 손해며 도민의 삶의 질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런데 제주 제2공항 건설계획은 연간 25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을 받아들이자는 계획이다. 일자리 창출 및 경제부흥 효과가 아무리 크다 해도 오폐수 처리 비용과 쓰레기 처리 비용 등 그보다 훨씬 큰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면 경제는 오히려 후퇴하는 것이며 피폐해지는 환경과 교통난까지 고려한다면 제2공항 사업은 재앙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그보다 제2공항은 국제공항이 될 수 없다. 국내선 40~50%만 수용하는 공항이 되어서는 적자공항이 될 수밖에 없고 결국 군사공항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군사공항이 된다면 주변지역 소음피해 등 생활적 피해는 물론 상권하락 등 경제적 피해도 매우 큰 지역이 될 수 있다. 게다가 미국과 중국의 대결국면이 지속되는 국제정세를 고려한다면 해군기지와 공군기지가 있는 제주도는 고래싸움에 등이 터진 새우 신세가 된다. 안보기지로서 제주도가 역할을 하기 보다는 침략기지의 역할을 할 가능성도 높다.

▲제주 해군기지 진입로 공사.ⓒ(사진=제주환경연합)

제주해군기지가 들어선 강정마을은 점점 환경악화가 심해지고 있다. 해군기지 진입도로 공사가 서귀포시민들의 젖줄인 강정천을 위협하고 있다. 강정천 하류 퇴적물 중금속 수치가 작년에 이미 기준치를 초과할 정도로 오염되고 있다. 그 맑고 푸르던 강정 앞바다와 강정천이 계속해서 중금속으로 오염된다면 언젠가 우리는 강정마을에서 사는 것을 포기해야 할 날이 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한번 잘 못 끼워진 개발 사업은 끊임없이 문제를 키울 뿐이다.

언제까지 이런 악순환을 강요받아야 할까? 제주도민인 우리가 여러 미래 중 하나를 선택 할 수 있어야 가장 최선이 아닐까? 제2공항과 함께 망가져 가는 제주에서 희망이 계속 부서지는 삶을 이어갈지 잘못된 것을 하나씩이라도 뜯어고치며 희망을 만드는 삶을 살아갈지 이제 우리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적당(的當)하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는 이제껏 이 말을 별로 안 좋은 뜻으로 써왔다. 적당 적당히, 적당히 대강대강, 하지만 적당하다는 말은 꼭 들어맞게 잘하자는 뜻이다. 앞으로는 우리에게 제주환경과 인간의 삶 사이에 꼭 들어맞는 '的當한 정책'이 필요하다.

무심코 지나치는 사이에 들어서는 작은 도로 하나, 시설 하나에도 제주의 자연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 먹거리 하나하나에 감사함과 미안함을 담아 먹을 수 있다면 입는 것에도 사는 집에도 우리가 조금 더 겸손 할 수 있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해 가장 '的當한 삶'을 우리는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꼭 그리되었으면 좋겠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현창민

제주취재본부 현창민 기자입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