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애 "박원순·오거돈, 권력형 성범죄"

"박원순은 가해자냐" 질문에는 "이미 고인" 즉답 회피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을 "권력에 의한 성범죄 사건"으로 규정하며, 박 전 시장의 장례를 서울시장(葬)으로 치른 것도 피해자에게 부적절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후보자는 24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가 실시한 인사청문회에서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의) 권력형 성범죄 사건으로 인해서 보궐선거를 치르게 된 점에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예산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에서 이러한 것들이 바람직한 상황은 아니"라고 했다.

정 후보자는 고 박원순 시장 장례를 서울시장으로 치른 점에 대해서도 "서울시 차원에서 오일장으로 진행하는 건 피해자를 지원하는 입장에서 볼 때는 적절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과 정부에서 피해자를 '피해 고소인'으로 지칭한 것에 대해서도 "피해자로 부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며 "여가부에서는 현재도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하고 있다. 미흡하다고 여기는 부분들은 최대한 보강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 후보자는 박 전 시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가 과거 박 전 시장에게 쓴 편지와 실명을 공개한 것이 '2차 가해이자 처벌 대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전날 민경국 전 서울시 인사기획비서관과 김민웅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피해자의 실명이 담긴 편지를 공개해 논란이 일었다.

그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24조2항에 의하면 이렇게 실명을 밝히고, 또 피해자를 특정해 인적 사항을 파악할 수 있게 한다든지, 피해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그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처벌법 적용 대상"이라며 "2차 가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정영애 여성가족부장관 후보자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권력형 성범죄의 원인을 제공한 집단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정부와 연관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뭐 답변을 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삼갔다.

'가해자는 고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이 맞느냐'는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오거돈 전 시장은 어쨌든 본인의 잘못을 시인했고, 박원순 시장의 경우에는 이미 고인이 됐다"며 박 전 시장을 가해자로 지칭하기를 주저했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박원순 전 시장을 가해자로 지칭하는데 왜 주저하느냐'고 묻자 정 후보자는 "피해자 반대쪽에 있는 사람을 가해자라고 부르는 것이 일반적인데..."라고 즉답을 피했다. 김 의원은 '박 전 시장이 가해자냐'고 재차 물었고 정 후보자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쨌든 고인이 되셨고, 여러 가지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정 후보자는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의 과거 여성을 비하하는 표현과 내용을 담은 저서에 대해서 "왜곡된 성 인식에 의한 것으로 전체적으로 다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탁 비서관에 대한 경질을 촉구할 생각이 있냐'는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경질) 촉구는 여가부 장관으로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탁 비서관이) 새로 임용된다면 의견을 제시하겠지만 이미 일하고 계시고.."라고 말끝을 흐렸다.

'의견을 제시하지 않겠다는 거냐'고 김 의원이 재차 묻자 "여가부 장관으로서 조언과 의견제시를 하겠다"며 "저희가 할 역할은 하겠다"고 했다.

또, 정 후보자는 '여성은 화장 때문에 모르는 사람과 아침 식사를 꺼린다'는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에 대해서는 "적절하지 않은 발언"이라며 "여성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정 후보자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 모친상에 대한 여권의 조문 행렬이 2차 가해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이 안 전 지사 조문 논란에 대한 의견을 묻자 정 후보자는 "우리나라의 조의를 표하는 문화와 연관되는 문제"라며 "법에 따르면 2차 가해는 피해자를 비난하거나 특정할 수 있도록 하는 행위, 또는 피해자의 신원과 정보 공개하는 행위에 국한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앞으로 2차 피해의 정의나 이런 것들이 유연하게 변화돼야 한다고 할 수 있지만 지금 말씀하신 첫 번째 사례(안 전 지사 모친상 조문) 같은 것은 이에 해당하는 지에 대해서 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지난 7월 비서 성폭력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안 전 지사의 모친상에 문재인 대통령은 조문 대신 '대통령 문재인'이라고 적힌 조화를 보냈고, 민주당은 당 차원의 조화를 보내며 조의를 표했다.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이해찬 전 의원과 김태년 원내대표, 이낙연 대표 등 여권 유력인사들의 조문행렬이 이어졌다.

당시 국회 내 페미니스트 모임인 '국회페미'는 "(안 전 지사 모친 장례식에) 정부·정당·부처 이름으로 조의를 표해선 안 된다"며 "정치인들이 안씨 모친 빈소에 보낸 조화·조기 설치 비용은 국민 혈세나 후원금으로 치러졌다"고 비판했다. 정의당도 같은 취지의 성명을 내고 "피해자에게 한국 사회에 '성폭력에도 지지 않는 정치권의 연대'로 비춰지진 않을지 우려스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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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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