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틀러 치하의 독일에는 특별한 불문율이 널리 퍼져 있었다.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고 모르는 사람은 질문하지 않으며 질문한 사람에게 대답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자신은 자기 집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의 공범자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제2차 세계대전 말기 반파시즘 저항운동에 참여하다가 체포당해 아우슈비츠로 이송된 후 화학공장이 붙어 있는 제3수용소에서 1943년 12월부터 1945년 1월까지 11달 동안 노예보다 못한 삶을 겪은 이탈리아 대표 작가이자 화학자인 프리모 레비의 '이것이 인간인가'라는 체험담을 인용하며 "정작 검찰개혁의 선의는 사라지고 검찰을 길들이려는 의도만 남은 상황을 보면서는 침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이재명 지사처럼 자신과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의견을 일베댓글 수준이라고 몰아부치는 것은 토론을 싸움으로 바꾸는 행동"이라면서 "의견이 다르다면 어떤 근거에서 왜 다른지 비판해야 한다. 타인을 비판하는 방식이 자신을 보여준다"라고 꼬집었다.
발단은 지난 4일 이재명 지사가 자신의 페이스 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왜 공수처를 두려워하십니까' 태종도 공수처(의금부)로 검찰(사헌부)을 수사해 세종의 태평성대가 가능했다"며 공수처 설립을 반대하는 국민의 힘을 비판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원희룡 지사는 이재명 지사의 발언에 "실소를 금할수 없다"며 "국왕의 직속 기구로 전제 왕권을 위해 고문을 비롯해 많은 악행을 행하던 의금부를 공수처에 비교한 것은 교묘하게 청와대와 공수처를 '디스'하는 것인가 생각했을 정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보다 앞서 민주주의를 실현한 국가들이 공수처를 두지 않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권력 기관을 통제하기 위해 더 강한 권력기관을 만들면 통제불가능한 더 많은 위험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며 "이재명 지사의 주장대로 검찰이 절대 권력이라면 그런 검찰을 수사할 공수처는 수퍼 절대 권력이며 수퍼 절대 권력인 공수처는 절대적으로 부패할 것"이라고 공수처 설립을 경계했다.
이재명 지사는 "현재 대한민국 검찰권처럼 독점된 권력은 남용될수밖에 없으므로 분할후 상호견제 시켜야하니 공수처를 만들어 검찰과 공수처를 상호견제시키자는 것"이라며 "명색이 제1야당 중견 정치인 또는 대선후보급 정치인들의 언행이 글의 의미도 이해 못 한 채 유치한 일베 댓글 수준이니 안타깝다 못해 측은하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원희룡 지사는 7일 '누가 민주주의의 적인가'라는 글을 통해 "87년도 민주화 항쟁 때 수 백만의 시민들이 최루탄의 매운 공기 속에서도 독재타도를 외쳤다. 2016년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의 에너지 역시 옳지 않은 것에 대한 공분이었지 한쪽을 일방적으로 편드는 편협함의 산물이 아니었다"라면서 "장담하건대 어느 권력이든 또 잘못을 저지르고 정치가 그것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시민들은 다시 광장으로 나와 촛불을 들 것"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국책 연구소 조세연구원이 이재명 지사의 핵심 공약인 지역화폐를 비판하자 이를 적폐로 몰아부쳤던 일을 거론하며 "이재명 지사처럼 지역화폐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자신이 업적으로 포장하는 정책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국책 연구소(조세연구원)의 연구자들을 적폐세력으로 비난하는 것은 인성이나 태도가 나쁜 것을 넘어선 것"이라고 수위를 높였다.
이어 "연구자들은 정치적 외압과 상관없이 연구해야 한다. 연구 결과가 맘에 들지 않으면 근거를 갖고 비판하면 된다"며 "하지만 연구자들을 적폐세력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폭력"이라고 날선 비판을 이어 갔다.
그는 "유력 대선 후보자가 이상한 행동을 하는데도 비판하는 사람들이 드물다"면서 "다른 의견을 내는 사람을 적폐로 몰아붙이고, 비판 의견을 갖는 사람을 일베로 비난해도 비판하는 대신 '그렇다네' 라고 말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또 "그렇게 공격적이면서도 정작 검찰개혁의 선의는 사라지고 검찰을 길들이려는 의도만 남은 상황을 보면서는 침묵한다"며 이재명 지사는 "공수처가 의금부라며 옹호한다. 그런 태도로 일관해도 지지율은 별로 손상받지 않는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을 침묵하며 방관하면 자유와 민주주의는 퇴행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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