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과 치료제는 정말 코로나 일상을 멈추게 할 수 있을까?

[코로나 1년, 성찰과 희망 찾기] ⑥

코로나19와의 전쟁이 1년을 맞고 있다. 지구상에서 발을 딛고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인류는 자신의 생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상황에 놓여 있다. 그 경험은 고통스런 것이었고 대다수의 삶을 바꾸어놓았다. 그리고 지겹고 불안한 삶이 언제까지 지속할지 모르는 두려움 속에 하루하루를 힙겹게 지내고 있다.

우리는 지난 1년간 코로나19에 얼마나 잘 대처해왔는지를 살펴보고 코로나가 일상이 된 현실을 어떻게 현명하게 타개해나갈지를 성찰해야 한다. 정치가 과학을 무시하거나 과학 위에 군림할 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코로나19에 잘 대처한 국가와 그렇지 못한 나라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살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코로나 시대에 나타난 인간의 군상들은 어떠했는지 톺아보는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코로나 불안에 빠진 사람들을 겨냥해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제품과 상품을 파는 장사꾼들과 이들의 홍보꾼으로 전락한 언론의 부끄러운 모습도 다시금 되짚어야 한다. 방역 우선이란 무기를 앞세워 인권을 짓밟고 민주주의를 훼손한 일은 없었는지 살피는 것은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만드는데 필수적인 성찰이다.

코로나가 바꾼 세상과 앞으로 바꿀 세상의 모습은 어떠할 지에 대한 통찰과 분석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서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백신과 치료제 개발, 그리고 각자도생과 각국도생이 아니라 국제협력을 바탕으로 코로나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없는 한 코로나가 지구를 떠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을 하나씩 냉철하고 과학적으로 톺아보고 이를 토대로 코로나 일상 시대를 살아가는 지혜를 개인과 국가, 세계가 터득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코로나 전쟁에서 최후의 승리의 깃발을 꽂을 수 있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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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1년 전부터 코로나19와 함께 동거하고 있다. 코로나 유행은 여전히 지구의 일상이다. 불안과 공포, 불확실성이 여전히 우리를 짓누르고 있다. 특히 코로나 대유행 국가에서는 더욱 그렇다.

과학자들과 백신 제조회사들은 코로나 백신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빨아들일 블랙홀이 되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들은 백신 역사상 초특급 혜택을 받아 초스피드 개발과 승인을 얻어내 곧 영국에서부터 시작해 올해 말 또는 내년 초에는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미국, 유럽 국가들에서 본격 접종에 들어갈 것임을 예고했다. 이어 세계 각 국에서 차례로 코로나 일상을 멈추기 위한 백신 정복 전투를 벌이게 된다.

과연 코로나 백신은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를 막아줄 희망이 될 것인가? 백신이 코로나19를 두창처럼 지구상에서 완전히 몰아낼 수 있는가? 몰아낼 수 있다면 그 시기는 언제가 될 것인가? 아니면 두창의 역사를 재현하기는 어렵고 계절성 독감처럼 단지 유행과 사망 규모를 줄여주는 정도에 그칠 것인가? 우리는 언제 백신이란 신형 무기를 충분히 구입해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코로나 전투에 투입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런 질문에 속 시원하게 쾌도난마의 답을 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아직까지 그런 답을 줄 수 있는 전문가는 없다. 세계보건기구(WHO)도 마찬가지다. 내년 봄 마치 대한민국이 코로나 청정국이 될 것이란 말로 혹세무민하는 이들도 있으나 그것은 언어 마술에 불과하다.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등 굴지의 제약회사들이 잇달아 백신 개발 성공을 발표했다. 미국과 영국 등에서는 연내 또는 내년 초 접종 개시를 국가 차원에서 선언했다. 코로나에 지친 세계인들에게 한줄기 빛과 소금 역할을 하는 소식이다. 중국과 러시아 제약회사들도 이들에 뒤질세라 임상시험을 제대로 하지 않은 백신을 생산해 사실상 자국민 등을 대상으로 접종에 들어갔다.

코로나 방역은 백신 접종 전과 접종 후로 나뉜다.

백신 개발·보급으로 코로나 방역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국면에 들어갔다. 코로나 박멸 작전에 그 기여도가 백신에 견주어 상대적으로 미약하기는 하지만 미국의 리제네론사를 필두로 해 일라이릴리 등 몇몇 바이오벤처와 제약회사들이 항체 치료제 등을 개발해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벌이고 있다. 이 가운데 리제네론사와 일라이릴리는 지난달 24일부터 병원에 16만 명분이 보급됐다.

하지만 이들 치료제에 대해서 미국 국립보건원은 임상 데이터 부족 등을 이유로 본격 치료제로 사용하는데 적극적인 미국 보건부와 달리 신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코로나 항체 치료제 개발과 보급을 놓고 최근 희망적인 보도가 잇따르고 있으나 임상 데이터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고 있어 승인 시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산 치료제는 일러야 내년 초부터 보급될 수 있을 전망이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과의 전쟁에서 승리에 보조 구실 정도밖에 하지 못하는 치료제와 달리 백신은 전쟁의 판도를 확 바꿀만한 힘을 지녔다. 비유하자면 전쟁에서 백신은 아예 부상을 입지 않도록 해준다면 치료제는 발생한 부상병을 치료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에 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치료제 개발·보급을 가지고 ‘청정국’ 또는 ‘코로나 전쟁 게임 체인저’ 운운하는 것은 사기꾼의 이야기이고 이를 무비판적으로 보도하는 것은 사이비 언론이나 다를 바 없다.

78억 인구가 매년 맞을 수 있는 백신 생산 속도가 중요

하지만 백신은 다르다. 감염병의 확산을 막을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관건은 짧은 기간다시 말해 6개월 내지 1년마다 지구촌 인구 78억 명이 모두 또는 70%에 해당하는 55억 명이 접종받을 수 있는 값싸고 효과가 좋으며 안전한 백신을 개발·보급할 수 있느냐이다. 전 세계가 코로나 전쟁을 치열하게 치르고 있어 인류가 힘을 모은다면 물량 확보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아프리카나 남미, 일부 아시아 국가 등에서는 비용 문제와 백신 접종을 단기간에 끝낼 수 있는 인프라 구축 미비 등의 이유로 선진국 등과 달리 제때 유효 백신을 전 국민 또는 대다수에게 모두 맞힐 수 없을지도 모른다.

지구촌 전체가 동시다발적으로 백신 접종을 하지 않으면 접종 효과는 반감되고 세계 곳곳에서 계속해서 산발적인 코로나 전투가 벌어지는 일은 불가피하다. 산발적 전투는 여건에 따라 언제든지 대규모 전투 다시 말해 심각한 유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코로나 전쟁에서 각국도생이 아니라 세계연합이 중요함을 우리에게 일깨워주었다.

계절 무관, 무증상 전파 등 박멸 어려운 요소 많은 코로나

코로나는 지난 1년간 추울 경우 기세등등했고 더울 때도 그 기세가 크게 꺾이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계절성 독감과 같은 특성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 점은 우리에게 매우 위협적으로 다가온다.

코로나19를 박멸하기 어려운 요소는 많다. 무증상 감염자가 상당한 전파력을 지닌 점과 백신의 효과가 6개월 내지 1년 밖에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그 가운데 하나다. 백신 접종에 따른 항체 지속성이 어느 정도냐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한 답을 내놓기가 어렵다. 많은 사람들에게 접종 후 그 경과를 살펴보아야 한다.

인류 역사에서 많은 감염병과 인간이 전쟁을 치르면서 백신 무기가 위력을 발휘한 사례로는 두창과 소아마비를 꼽을 수 있다. 두창 백신은 수백 년의 역사를 지녔고 1960년대 들어 전 세계가 힘을 모아 30년 넘게 전투를 치른 결과 완전 승리를 일궈낼 수 있었다.

여기에는 95%의 면역 효과와 백신 접종이 3~5년 동안 높은 수준의 면역력을 제공했다는 점 등을 주요 이유로 들 수 있다. 두창 바이러스는 사람 외에는 숨을 곳이 없는 매우 특이한 바이러스였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따라서 두창의 박멸 역사를 바로 코로나19에 대입하는 것은 너무나 부적절하다.

박멸된 두창과 정복 눈앞 소아마비 등도 30년 넘게 걸려

1796년 영국 의사 에드워드 제너(Edward Jenner)가 현대 두창 백신을 도입한 지 181년만인 1977년 마지막 두창 사망자가 나왔고 인류는 마침내 인류는 1980년 두창과의 전쟁이 끝났다고 선포했다. 마지막 희생자가 나온 전투는 아프리카 소말리아에서 일어났다. 세계보건기구가 1967년부터 모든 역랑을 동원한 끝에 30년 만에 놀라운 열매를 맺은 것이다.

두창 박멸에 큰 힘을 얻은 세계보건연합군은 다시 소아마비 박멸을 기치로 내세워 서울올림픽이 열렸던 해인 1988년 전면전을 선포했다. 연합군은 세계보건기구와 유엔이 이끌고 있다. 그리고 그 성과는 32년만인 올해 마지막 고지 점령만을 남겨놓았다. 두창 박멸에 걸린 기간과 거의 같다. 앞으로 몇 년 안에 두창처럼 완전 박멸이란 큰 족적을 감염병 역사에서 남길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올해 소아마비가 유행한 곳은 지구상에서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등 단 2개국이다. 여기서 말하는 유행은 야생 소아마비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환자가 발생한 것을 말한다. 파키스탄 81명, 아프가니스탄 54명 등 모두 135명이다.

현재 사용하는 소아마비 백신은 두 가지가 있는데 주로 매우 값싸고 편리한 먹는 경구용 백신(세이빈 백신)을 사용한다. 한번 접종하는데 150원정도 밖에 되지 않는 사실상 공짜 백신이다. 이 백신은 약독화한 소아마비 바이러스를 사용하기 때문에 극히 일부 접종 대상자에게 소아마비를 일으킬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소아마비 자연 감염보다 훨씬 더 많은 732명의 소아마비 환자가 파키스탄 등 백신 접종 20개 국가에서 올해 발생했다.

소아마비와의 전쟁에서 우리가 완전 승리를 눈앞에 둘 수 있었던 결정적 요소는 경구 소아마비 백신을 한번 투여하면 평생 면역력을 가진다는 사실이다. 코로나19로 지칠 대로 지쳐가는 우리들로서는 정말 부러운 대목이다.

앞서 살펴본 두창과 소아마비와의 전쟁의 역사를 통해 감염병 퇴치가 얼마나 힘든지 알게 됐을 것이다. 코로나19와 지금까지 나온 코로나 백신의 효과를 보면 두창이나 소아마비 백신과는 비교하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을 만큼 완전 퇴치에는 부족한 면이 너무나 많다.

다만 기대해볼만한 유리한 점도 있다. 세계가 동시다발적으로 코로나로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는데다 특히 미국과 유럽 선진국들이 가장 창궐하고 있는 지역으로 꼽혀 백신 제조회사들이 열심히 백신을 제조·보급할 것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또한 한 곳에서 코로나가 유행이 계속될 경우 다른 청정 지역이라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어서 설혹 선진국에서 유행이 끝난다 하더라도 다른 국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유행을 이들이 나몰라 하지 않을 것이란 점도 유리한 점이라고 말할 수 있다.

국산 백신 힘겹고 생산기지 구실만 하는 한국, 확진자 줄이는 길밖에

코로나 백신과 관련한 한 K-방역의 성과와 달리 정부에 결코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다. 바이오 강국이란 말은 적어도 코로나 백신 개발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현재로서는 코로나 백신에서 앞서 나가는 선진국 제약회사의 생산 기지국 가운데 하나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내년까지 국산 백신이 임상 3상 시험까지 완료한 뒤 한국인의 몸에 접종할 수 있을 가능성은 반반 정도다. 한때 우리나라는 코로나 확산을 잘 막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나 유럽 국가 등 심각한 확산세를 보이고 있는 나라들과 달라 백신 접종의 시급성이 상대적으로 덜하다고 전문가와 정부는 말해왔다. 맞는 말이었다. 적어도 11월말 급속 확산세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하지만 최근 사정이 크게 바뀌고 있다. 11월 중순부터 신규 확진자 수가 400~500명대를 오르내리다 급기야 12월초부터는 600명대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신속하게 이를 다잡지 않으면 일주일 후 700~800명대는 물론이고 2주일 뒤에는 1천명을 훌쩍 넘을 수 있다.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확산세를 멈출 수는 있다. 하지만 엄청난 사회경제적 파장이 뒤따르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만약에 하나 1천명을 훌쩍 넘어 내년 1월부터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수천 명 대에 이르면 백신에 대한 갈망이 고조될 수밖에 없다. 여러 선진국에서는 이미 접종을 시작했는데 우리는 언제 시작하느냐는 질책과 비난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질 것이다. 지난 봄 마스크 대란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정부 위기가 발생해 불신·불안 심리가 사회 전반에 팽배해질 것이 분명하다.

최근의 우리 코로나 확산세를 보면 하루빨리 백신 확보 로드맵을 제시해야 하고 할 수 있는 모든 역량과 수단을 동원해 백신 확보에 나서야 한다. 백신 확보는 케이방역과는 성격이 다르다. 케이방역처럼 우리 국민이 열성을 다해 협조해서 해결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 그야말로 국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다. 백신국가주의가 대세를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현재로서는 신규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지 않도록 우리 몸과 마음의 허리띠를 더 졸라매는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대통령이든, 방역당국이든 백신 확보와 관련해 국민에게 상황을 투명하고 자세하게 공개하고 이해를 구할 부분은 진솔하게 이해를 구하고 모자라는 부분이 있으면 이를 시인하고 사과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정당과 정파를 떠나 모두가 하나 되어 위기를 극복하는 길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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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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