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코로나 전쟁' 발발 1주기...종군기자가 돌아본 '인간과 인간의 전쟁'

[코로나 1년 성찰과 희망 찾기] ①

코로나19와의 전쟁이 1년을 맞고 있다. 지구상에서 발을 딛고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인류는 자신의 생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상황에 놓여 있다. 그 경험은 고통스런 것이었고 대다수의 삶을 바꾸어놓았다. 그리고 지겹고 불안한 삶이 언제까지 지속할지 모르는 두려움 속에 하루하루를 힙겹게 지내고 있다.

우리는 지난 1년간 코로나19에 얼마나 잘 대처해왔는지를 살펴보고 코로나가 일상이 된 현실을 어떻게 현명하게 타개해나갈지를 성찰해야 한다. 정치가 과학을 무시하거나 과학 위에 군림할 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코로나19에 잘 대처한 국가와 그렇지 못한 나라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살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코로나 시대에 나타난 인간의 군상들은 어떠했는지 톺아보는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코로나 불안에 빠진 사람들을 겨냥해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제품과 상품을 파는 장사꾼들과 이들의 홍보꾼으로 전락한 언론의 부끄러운 모습도 다시금 되짚어야 한다. 방역 우선이란 무기를 앞세워 인권을 짓밟고 민주주의를 훼손한 일은 없었는지 살피는 것은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만드는데 필수적인 성찰이다.

코로나가 바꾼 세상과 앞으로 바꿀 세상의 모습은 어떠할 지에 대한 통찰과 분석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서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백신과 치료제 개발, 그리고 각자도생과 각국도생이 아니라 국제협력을 바탕으로 코로나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없는 한 코로나가 지구를 떠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을 하나씩 냉철하고 과학적으로 톺아보고 이를 토대로 코로나 일상 시대를 살아가는 지혜를 개인과 국가, 세계가 터득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코로나 전쟁에서 최후의 승리의 깃발을 꽂을 수 있는 지름길이다.

1. 코로나 전쟁 1년, 종군기자의 주마간산기(走馬看山記)

1년 만에 6천2백만 명 확진, 145만 명 사망

2019년 12월 1일 인간은 지금까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새로운 바이러스와 맞닥뜨렸다. 전문가들은 최초의 코로나19 환자, 즉 제로 환자(Patient Zero)가 2019년 12월 1일에 나왔다고 보고 있다. (Huang, Chaolin; Wang, Yeming; Li, Xingwang; Ren, Lili; Zhao, Jianping; Hu, Yi; Zhang, Li; Fan, Guohui; Xu, Jiuyang; Gu, Xiaoying; Cheng, Zhenshun; Yu, Ting; Xia, Jiaan; Wei, Yuan; Wu, Wenjuan; Xie, Xuelei; Yin, Wen; Li, Hui; Liu, Min; Xiao, Yan; Gao, Hong; Guo, Li; Xie, Jungang; Wang, Guangfa; Jiang, Rongmeng; Gao, Zhancheng; Jin, Qi; Wang, Jianwei; Cao, Bin (February 2020). "Clinical features of patients infected with 2019 novel coronavirus in Wuhan, China". The Lancet. 395)

나중에 이 새로운 바이러스에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란 이름을 붙였다. 이들은 지구상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중국에서 그 모습을 처음 드러냈다.

중국은 2002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이란 신종 감염병이 등장했을 때처럼 자신들이 미지의 병원체한테서 공격 받은 사실을 숨겼다. 병원체의 은밀한 침입을 눈치 채지 못한 인간은 이들의 치명적 공격에 쓰러지는 사람이 잇달아 나오고 나서야 새로운 감염병이 유행하고 있음을 알렸다. 이것이 인류에게 얼마나 치명타를 가할지에 대해 당시 중국은 예상하지 못했다.

1년 만에 6200만 명이 넘는 인류가 코로나19에 걸렸다. 사망자는 145만 명이 넘는다. 한두 명의 감염자가 이처럼 짧은 기간에 아무 장애물 없이 마구 밑으로 굴러가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다. 시작은 미약했지만 끝은 창대할 것이 분명하다. 그 끝이 언제가 될지 아는 사람은 지구상에 단 한 명도 없다. 바이러스가 생겨나고 인간의 몸에서 개체수를 불리는 것은 신의 손이 저지른 일이 아니기에 신도 모르는 일이다. 인간이 코로나 발발 1주기를 맞아 여전히 불안해하는 까닭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런 불확실성에 있다.

중국 최초 보고, WHO 팬데믹 선언 모두 늦어 위기 자초

세계보건기구(WHO)는 3월 11일 코로나19를 세계적 대유행병, 즉 팬데믹으로 선언했다. 하지만 중국이 자신의 국가에서 치명적인 신종 감염병이 유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른 국가들에 드러내는 공표가 늦었던 것처럼 팬데믹 선언 또한 상당히 늦었다.

감염병 퇴치는 전쟁과 같은 것이다. 아니 전쟁이다. 초전에 상대방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하면 공격자들은 파죽지세로 몰아붙인다. 특히 상대방이 결정적이고 강력한 무기를 지니고 있다면 더욱 그렇다.

코로나19는 실은 자신이 침입한 인간이란 숙주 몸 안에서 본격적인 증상을 나타나게 만들기 전에 이미 다른 숙주를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이 바이러스의 놀라운 특성을 감염병이나 바이러스 전문가조차 처음에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무증상 감염자를 인간 집단에서 구별해 이들이 타인에게 전파하지 못하도록 하는 일은 쉽지 않다.

코로나, 비장의 무기인 무증상 전파에 초토화

이런 능력을 지닌 바이러스와의 전투에서 인간이 승리하기는 정말 어렵다. 코로나19는 이미 오래 전에 일일생활권이 된 지구촌에서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중국을 벗어나 인근 아시아 국가는 물론이고 미국, 유럽 등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유럽에서는 3월부터 코로나 유행이 본격화했다. 유럽은 6백여 년 전 중앙아시아에서 시작한 선페스트, 즉 흑사병이 이탈리아에 상륙해 불과 4~5년 사이(1347~1351년) 당시 유럽 인구의 3분의 1 가량의 목숨을 앗아간 아픈 역사를 지녔다. (<전염병과 역사> 셀던 와츠 지음, 태경섭,한창호 공역, 모티브 북, 2009.) 코로나19는 그 전파 속도가 흑사병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삽시간에 유럽 전역을 휩쓸었다. 각 나라는 공포와 불안의 나날을 보냈고 지금도 2차 대유행을 겪고 있다.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 등 북미와 브라질 등 중·남미, 인도 등 세계 곳곳은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코로나의 공격에 시달리고 있다. 경제가 마비되고 의료체계가 붕괴됐다. 병원 문턱을 넘어보지도 못하고 숨지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제대로 된 장례도 치르지 못한 수많은 주검들이 집단 매장됐다. 병원이나 장례식장에 안치할 수 없는 주검들을 냉동 트럭에 보관하거나 길거리에 방치하는 나라들도 속출했다.

기저질환자와 노인에 치명적, 사망자 급증

코로나는 특히 기저질환이 있거나 면역력이 약한 노인 등에게서 치명적 형태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의료 선진국이자 복지 선진국이었던 유럽의 많은 나라는 이미 고령사회여서 특히 많은 사망자가 나왔다. 브라질, 인도 등 개발도상국 또한 치명적 감염병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 미비와 열악한 의료 자원과 체계로 많은 사망자를 내고 있다.

중국에서는 유행 초기 우한에서 걷잡을 수 없이 코로나가 확산하자 1천만 명이 넘는 도시 전체를 봉쇄했다. 인류 역사에서 그동안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장면이었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지나지 않았다. 세계 곳곳에서, 선진국에서도 도시 전체를 봉쇄하거나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하는 검역차단(콰란틴)이 이루어졌다.

세계 각 나라는 자국에서 코로나가 유행하는 것을 막거나 줄이기 위해 아예 국경을 폐쇄하거나 사실상 문을 걸어 잠그는 강력한 대응을 하고 있다. 이는 인류 역사상 보기 어려웠던 모습이다. 사실상 세계 관광이 중단됐다. 국가 간 인적 교류도 매우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문화, 스포츠 교류 등은 사실상 멈췄다. 사람이 아닌 물건과 상품의 교역만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다.

올림픽 연기, 외국 관광 사라지고 마스크 사회 도래

감염병 때문에 올림픽 대회가 연기됐다. 내년에 열릴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세계 각 나라에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가 되었다. 잠자거나 집에서 혼자 있을 때만 제외하고 하루 종일 마스크를 쓰고 지내는 일상이 지극히 정상적인 모습으로 자리 잡았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외출하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서 공공장소를 드나들거나 대중교통을 타면 범죄자 취급을 받는다.

중국이나 한국 등에서는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거나 술을 마시려면 QR코드를 찍거나 출입명부를 작성해야만 한다. 건물을 출입하려면 먼저 열화상카메라 앞에 서야 하고 여기서 체온이 37.5도 이하가 되어야 한다. 수업도 유행 정도에 따라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하고 있다.

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서 경기가 침체되고 실업자가 폭증하고 있다. 특히 음식점과 관광산업 등은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배달 문화 등 비대면 사회가 새로운 표준이 되었다. 이런 변화 때문에 인공지능과 정보통신, 로봇 등 새로운 산업기술이 각광을 받고 있다. 각 나라들은 이런 기술 개발과 발전에 집중 투자를 하고 있다.

코로나 전쟁에서 심각한 타격을 받지 않은 나라들은 대체적으로 과학적인 방역 전략을 제때 세우고 이를 국민들이 잘 실천해왔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감염병 유행에 대비하는 시스템을 잘 갖춘 국가 또는 신속하게 준비한 국가는 상대적으로 혼란을 적게 겪고 있다. 베트남, 뉴질랜드, 대만, 한국, 일본 등이 그런 나라에 속한다.

코로나, 개인 자유 구속과 국가주의 강화란 과제 던져

코로나 1년이 인류 사회에 드리운 그림자는 여전히 짙다. 또 코로나가 우리에게 던진 여러 숙제를 아직 풀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는 사회경제적 약자와 안전 약자에게 더 가혹하게 다가오고 있다. 이들은 감염과 사망 위험뿐만 아니라 실직과 소득 감소의 위험이 높은 영순위 집단들이다.

이들의 보호와 방역뿐만 아니라 경제 침체를 막기 위한 국가의 역할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이는 역으로 개인의 자유를 구속하고 전체주의, 국가주의의 강화를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코로나 일상 시대에서 어떤 것이 바람직한 표준인지 논란이 될 수 있는 지점이다.

코로나 대유행 시대는 혼돈의 시대다. 무엇이 우리가 좆아야 할 표준인지 성급하게 제시하는 것은 위험하다. 한 국가에서 표준으로 정하고 있는 것을 다른 나라가 그대로 본떠 시행하기 어려운 면도 있다. 중국과 한국, 미국, 유럽 국가들이 지닌 국가 정체성과 인권 존중, 민주주의 수준, 문화와 역사가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에 한 국가에서 잘 작동된다고 해서 다른 나라에서 잘 작동할 것이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 전쟁, 지난 1년은 인간과의 싸움

지금까지의 코로나 전쟁, 즉 1년간 치른 전쟁은 인간과 인간의 싸움이었다.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안종주, 동아앰엔비, 2020.) 그동안 코로나 확산 방지는 바이러스와 직접 싸우는 것이 아니라 코로나에 걸린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전파하지 않도록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쓰기 등을 얼마나 잘 실천하느냐, 즉 인간의 행태에 달려 있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가 본격 나오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하는 2년차부터는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싸움과 인간과 인간의 싸움이 병행하는 과도기를 거쳐 백신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시기가 되면 그때는 코로나 전쟁이 바이러스와의 정면 승부가 된다. 이 단계에서 인간이 승리하면 인간과의 싸움 때 나타났던 비대면 등 많은 문화와 행태가 바뀔 것임이 분명하다. 서서히 코로나 이전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다. 그때로 돌아가는 것이 우리의 궁극적 희망이다. 그 희망은 인간에게 달려 있다.

필자 안종주는 최근 코로나 사태를 분석한 책으로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낸 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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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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