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치료제, 서정진의 위험한 발언 받아쓰기 그만해야

[안종주의 안전사회] 치료제는 '게임 체인저'가 아니다

코로나19가 최근 국내에서 급속히 확산하면서 백신과 치료제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강하다. 화이자와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등 거대 제약회사들이 잇달아 코로나19 백신을 성공적으로 개발했다는 소식과 함께 12월 중 또는 내년 초 실제 접종까지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국내에 전해지면서 우리나라는 언제쯤 자체 개발에 성공할 수 있느냐는 푸념을 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국내 자체 코로나 백신 개발은 아직 요원하다. 다만 치료제 개발은 속도를 내고 있다. 국민들이 지닌 이런 마음을 헤아려 언론 플레이를 하는 제약기업도 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대표적 인물이다.

‘내년 봄 한국은 코로나 청정국’, 정말 황당무계

그는 요 며칠 사이 언론과 빈번하게 접촉하면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조기에 코로나 감염 진단검사를 하자.” “그 결과 감염자들에게는 셀트리온이 개발 중인 항체 치료제를 투여하자.” “내년 봄 우리나라를 (코로나) 청정국으로 만들자.” 등의 국민이 솔깃해 하는 말을 쏟아내고 있다.

거의 모든 언론이 서 회장의 말을 대서특필하고 있다. 조건부 허가도 아닌 ‘(셀트리온 항체 치료제)조건부 허가 신청이 임박했다’는 보도에서부터 서 회장의 입을 빌려 “이제 터널 끝, 내년 초까지 참아라.”며 곧 우리나라가 코로나19의 공포와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처럼 전하고 있다.

서 회장이 주장하고 언론이 이구동성으로 전하는 이런 희망의 이야기들은 한마디로 황당무계하고 비현실적이다. 그리고 비과학적이다. 서 회장은 사업가이다. 심하게 말하면 장사꾼이다. “돈 벌기 위해 이 치료제를 개발하지 않았다.”는 말은 믿는다면 너무 순진할 수도 있다. 주식이 오를 대로 오를 터이니 치료제로 떼돈을 벌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백신은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치료제는 결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없다. 지구상에서 두창이라는 감염병은 백신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수많은 뛰어난 항생제가 개발돼 쓰이고 있지만 감염병을 사라지게 만든 것은 단 하나도 없다. 치료제는 예방약이 아니다. 단지 질병에 걸린 환자의 증상을 낫게 해줄 뿐이다.

서 회장이 말한 ‘내년 초 대한민국 코로나 청정국’이라는 말이 얼마나 황당한 발언인지,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언론은 그가 말한 ‘국뽕’ 성격의 이야기를 앞뒤 살피지 않고 단지 유명인사, 그것도 대표적 바이오기업 대표가 하는 말이어서 크게 실어줄 뿐이다. 그의 발언이 얼마나 진실을 담고 있는지 ‘팩트체크’는 하지 않고 말이다.

비현실·비과학적인 서 회장 발언, 언론 검증 없이 보도

전 국민 코로나19 진단 검사는 한마디로 불가능하고 사실상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일이다. 엄청난 국력 낭비만 가져올 뿐이다. 만약에 손쉽게 단 하루 이틀 만에 전 국민을 100%의 정확도에 가깝게 동시에 검사를 할 수 있다면 물론 이야기는 다르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런 정확도를 갖춘 값싼 검사법도 없거니와 5천만 명의 혈액을 하루 이틀 만에 몸에서 채취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만약 이런 일을 하는데 수개월이 걸린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피를 뽑아 항원항체 검사를 한다면 이는 그 순간의 상태만을 판별한 것이기 때문에 그가 하루 이틀 뒤 또는 몇 주, 몇 달 뒤에 다시 감염될 수 있다.

셀트리온이 개발 중인 항체 치료제가 어떤 상태의 감염자와 환자에게 효과를 어느 정도 발휘하는지에 대한 임상 결과가 정확하게 공개되지 않았다. 아직 임상2상도 채 끝나지 않았다. 이런 미완성인 상태의 치료제를 마치 ‘신의 약’인 것처럼 말하는 것 자체가 엄청난 희망을 거는 사람들에겐 자칫 ‘사기극’이 될 수도 있다.

최근 코로나 불안에 떠는 국민이 많은 가운데 서 회장이 이런 발언을 하는 것은 한때 국민 영웅으로 추어올렸던 ‘황우석 박사’의 과거 모습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가 말하는 말 하나 하나가 국민 감정선을 자극한다는 뜻이다.

식약처 등 코로나 치료제 철저하게 검증해야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코로나 치료제와 관련한 효능과 안전에 대한 관리·감독을 하고 인허가를 맡고 있는 정부 기관에서는 그의 말과 이를 다룬 언론의 보도에 휘둘리지 않고 국민의 편에서 철저한 검증을 해야 한다. 우리는 최근 ‘인보사 사태’ 등 불미스런 일을 겪었기 때문에 결코 서두를 일은 아니다.

또 전문가들과 질병관리청 등 방역 당국과 정치인들도 ‘국뽕’에 휘들려 할 말을 제때 제대로 하지 않거나 모르는 척 넘어가지 말고 서 회장의 발언의 진실성과 현실성 등에 대해 국민과 적극 소통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언론 또한 그의 말을 단순 전달하고 언론으로서 사명을 다했다고 하지 말고 그가 한 말의 진실성과 현실성, 과학성 등을 면밀하게 따져 본 뒤 보도 가치가 있을 때 이를 다루고 만약에 하나 문제가 있다면 이를 비판하는 보도를 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다.

우리 언론은 그동안 ‘국뽕’에 취해 ‘김치가 코로나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등 허무맹랑한 비과학적 사실을 앞 다퉈 보도한 ‘흑역사’를 지니고 있다. 그 외에도 단지 국민에게 잘 알려진 취재원이니 정부기관이 발표했다는 이유만으로 그 내용에 대한 검증 없이 보도부터 해 사회를 혼란케 한 일도 적지 않았다. ‘우지 라면 사건’ ‘통조림 포르말린 사건’ ‘불량 만두 사건’ 등의 공범 노릇을 충실히 해온 것이 우리 언론의 부끄러운 역사라는 점을 늘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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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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