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문중원 기수 1주기, 중대재해기업처벌 제정 촉구 목소리

아내 오은주 씨 "국가가 고통받는 노동자 있지 않아야"...시민사회단체도 힘 실어

말 관리사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토로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고(故) 문중원 기수 1주년을 앞두고 한국마사회를 개혁하고 처벌을 강화하기 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 부산운동본부는 26일 오전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하늘의 별이 되신 문중원 열사의 염원을 기억하며 거대 적폐세력과의 끝나지 않은 투쟁에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 26일 오전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고 문중원 기수 1주년 기자회견 모습. ⓒ프레시안(박호경)

고 문 기수는 지난해 11월 부정 경마와 조교사 개업 비리 의혹을 제기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했었다. 당시 그의 유서에서는 경마장에 인생을 걸어보기 위해 들어왔지만 기수라는 직업에 한계가 있었고 일부 조교사들의 부당한 지시를 받았으며 조교사가 되기 위해 자격증까지 땄지만 내부 부조리를 넘을 수 없었다는 등 경마장과 마사회의 문제를 상세히 서술돼 있었다.

해당 사건에 대해 수사를 시작한 부산지방경찰청은 지난 7월 조교사 개업 심사 등에 참여한 한국마사회 부산경남본부 간부와 조교사 등 3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기도 했다. 다만 고 문 기수가 제기했던 부정 경마에 대해서는 혐의점을 찾지 못했었다.

부산운동본부는 "부산경마장에서만 이미 7명의 노동자가 부정경마와 마사회의 비리 척결을 요구하며 죽음으로 항거했지만 마사회는 단 한치도 변화와 개혁의 길을 가지 않았다"며 "오히려 지난 7, 8월에는 과천경마장에서 두 명의 말 관리 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엇이 기수와 말 관리사를 죽이고 있는지. 누가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지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며 "때론 비정규직으로, 때론 특수고용직으로 세상의 노동자를 구분해 차별하는 반인륜적인 노동악법과 공공기관이라는 허울 뒤에 숨어서 노동자의 고혈을 짜내고 국민들을 대상으로 도박판이나 벌리는 한국마사회의 적폐 세력들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고 문 기수의 부인 오은주 씨는 "제 남편은 15년간 기수로 일하다 온갖 부조리와 갑질을 견디지 못하고 41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끝내 세상을 떠났다"며 "코로나 재난으로 많은 노동자가 버려지고 있는 현실도 국가가 깨달아야 한다. 고통받는 노동자, 슬퍼하는 유족들을 잊지 않길 바란다"고 울먹였다.

한편 고 문 기수 1주년을 맞아 시민사회단체는 오는 28일 오후 2시 고 문 기수가 잠들어 있는 솔밭산 묘소를 참배한 후 오후 5시 30분 부산역에서 1주기 추모문화제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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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호경

부산울산취재본부 박호경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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