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땅을 파지 말라

[기고] 개발의 시대, 이제 그만 멈춰야 한다

애초 인간들이 석탄을 캐고 석유를 개발한다고 땅을 파기 시작한 것이 불행의 시초였다. 그렇게 무한대의 지하자원을 채굴했던 것이 오늘날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지구온난화와 이산화탄소의 엄청난 배출을 초래한 근본 요인이었다.

함부로 땅을 파지 말라

대개 이산화탄소는 대기 중에 존재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지구의 토양은 대기보다 두세 배나 많은 이산화탄소를 품고 있다. 즉, 토양은 엄청난 이산화탄소를 저장하고 격리시키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가장 큰 탄소 저장고인 것이다. 강남 일대 재개발지역 지하 1~3m 깊이에서 유기탄소가 발견되었다. 왜냐하면 금싸라기 강남 땅의 대부분이 본래 논밭이었고, 논밭은 엄청난 이산화탄소의 저장고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산업화시대, 인간들은 땅을 개발하고 화석연료를 소비하면서 지구의 이산화탄소 순환 과정에 큰 영향을 끼쳐왔다. 땅 속의 탄소 자원을 태우면 지각에 갇혀 있던 탄소는 대기 중으로 대규모로 방출된다.

서울이 사막으로 변하고 있다

서울은 이미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다. 도시 전체가 아스팔트와 시멘트 그리고 보도블록으로 가득 덮여 물이 대기 중으로 증발할 수 없고, 내린 비도 땅에 스며들지 못하고 그대로 흘러나간다. 비가 땅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는 방식을 채택해야 하고 시멘트와 아스팔트 포장도 이제 그만 멈춰야 한다.

광화문 광장은 이번이 도대체 몇 번째인지도 모르겠다. 시장만 바뀌었다 하면 광장은 다시 파헤쳐졌고, 그렇게 몇 번이나 광장은 뜯어지고 다시 지어졌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시장이 부재 상태인데도 갑자기 다시 파헤쳐지고 있다. 언제까지 이렇게 파냈다가 다시 또 뜯고 있을 것인가?

천혜의 보고 제주도도 제2공항을 짓는다, 관광단지를 조성한다, 비자림 숲을 모조리 자른다면서 매일 같이 개발한다고 난리다. 제발 좀 제주도를 손대지 말라. 언제까지 아름다운 제주도를 파괴할 셈인가?

더 이상 우리 땅을 ‘토건족’의 손에 맡길 수 없다

이 땅 ‘토건족’의 탐욕은 도무지 끝이 없다. 그 탐욕스러운 ‘토건족’과 수십 년 간 관료들 간에 쌓아온 관행의 강고한 고리는 여전히 물샐 틈 없이 작동되고 있다. 박정희의 ‘개발성장 시대’부터 전국 방방곡곡 산허리를 끊고 터널을 뚫고 그 많은 도로를 탐욕스러울 만큼 만들어왔다. 한국의 고속국도 밀도는 OECD 평균보다 일곱 배나 된다.

또 도시마다 도로 지하에 지하철을 건설하고 빈 땅만 보이면 아파트 신축에 4대강 삽질 등등 그야말로 한 날 한 시도 국토를 가만 두지 않았다. 겉치레와 과시욕에 급급한 각 지자체 역시 마찬가지다. 그저 눈앞의 목표와 이익만 추구한 채 죽음과 절멸의 길로만 치닫고 있다. 참으로 탐욕스럽고 아둔하다. 그러나 가장 위험하다. 우리 국토를 더 이상 ‘토건족’의 손에 맡길 수는 없다.

엊그제 밤새 내린 폭우가 104년 만에 11월 최다 강수 기록이라 한다. 요즘은 걸핏 하면 백년만의 기록이 세워진다. 그만큼 이미 기후 위기가 심각하다는, 먼 훗날이 아니라 바로 우리 눈앞에 다가왔다는 분명한 경고다.

‘개발’이 우리의 삶을 옥죄어 오고 있다. ‘개발’의 시대, 이제 그만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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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준섭

1970년대말부터 90년대 중반까지 학생운동과 민주화 운동에 몸담았으며, 1998년 중국 상하이 푸단(復旦)대학으로 유학을 떠나 2004년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일했다.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2019), <광주백서>(2018), <대한민국 민주주의처방전>(2015) , <사마천 사기 56>(2016), <논어>(2018), <도덕경>(2019)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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