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정상회의, 연내 개최 사실상 물건너간 듯

[우수근의 '아시아 워치'] 위안부 배상 판결, 중요한 변수로 작용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신임 일본 총리의 집권 이후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과 한일의원연맹 회장단 등이 일본을 방문하면서 경색됐던 한일 관계가 회복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연내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가 가시화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 박지원 원장이 지난 11일 스가 총리와 면담 이후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에 대해 "좋은 방향으로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11일 한국에서 벌어진 하나의 사건으로 인해 연내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문제가 내년 초에 선고되는 것으로 확정됐기 때문이다.

▲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10일 오후 일본 총리관저에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를 면담한 후 취재진과 접촉하고 있다. ⓒ연합뉴스

위안부 피해자들과 유족들은 2016년 12월 일본 정부를 상대로 "1인당 2억 원을 배상하라"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소장을 송달받지 않아 재판이 계속 미뤄져왔고, 이후 법원이 공시송달을 확정해 지난해 11월 13일 첫 변론이 시작됐다. 이후 이날 마지막 변론기일이 열렸고, 재판부는 내년 1월 13일을 선고 기일로 지정했다.

재판부가 어떤 선고를 내릴지 단정지을 수는 없으나, 강제 동원 노동자들의 대법원 판결 전례가 있었던 만큼, 일본 입장에서는 이 판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선고 공판에서 일본에 대한 배상 판결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우리와 의미 있는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즉, 일본 입장에서는 안 그래도 강제 동원 문제 때문에 한일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데, 여기에 위안부 배상 문제까지 직면하게 된다면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판단, 한국과 관계 개선에 소극적인 자세로 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런 와중에 일본 측에 연내 한중일 정상회의 참가를 요구하는 것은 사실상 일본에게 수용할 수 없는 카드를 내미는 것과 같은 상황이 될 수 있다.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연말에 정상끼리 모였다가 내년 위안부 피해자와 관련한 판결에서 배상 명령이 나오면, 일본 정부로서는 정상회의에 참가했다가 한국에 뒤통수를 맞았다는 식으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12일 2박 3일 일정으로 일본에 방문하는 한일의원연맹 회장단은 이 점을 숙고하여 일본 인사들과 만남을 가져야 한다. 한일 간 강제 동원 문제뿐만 아니라 위안부 피해자 재판 사안도 적잖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서 일본 측과 어떤 방식으로 접근할 것인지에 대한 면밀한 전략 설계가 필요하다.

* 우수근 부총장은 <우수근의 한중일 TV>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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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근

우수근 교수는 일본 게이오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뒤 미국 미네소타대 로스쿨을 졸업했습니다. 상하이 화동사범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거친 뒤 상하이 동화대학교 교수를 역임했습니다. 저서로는 <미국인의 발견>, <캄보디아에서 한‧일을 보다> <한국인 우군의 한‧일의 장벽이란 무엇인가>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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