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시대, '트럼피즘' 넘어야

[서리풀 논평] 미국 대통령 선거와 한국의 코로나19 대응

선거 후에도 한참을 끌더니 이제야 다음 미국 대통령이 정해졌다. 지금 분위기는, 한국에서는 특히 더, 새로운 대통령이나 정권보다 트럼프가 물러난다는 사실에 더 큰 관심이 있는 듯 보인다. 현직 미국 대통령이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다른 모든 나라에 그만큼 큰 영향을 미쳤다는 뜻이리라.

돌이켜 생각하면 처음도 아닌 것이, 늘 그리고 사안에 무관하게 미국 대통령은 그냥 다른 나라 국가수반이 아니다. 특히 한국인에게는 어떤 측면에서든 강 건너 불 보듯 하기 어려운 사람이다. 미국 대통령과 한국, 그리고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의 관계는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한참 숙명과도 같다.

언뜻 직접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일에도 그런 관계가 들어있다. 지금 한국 땅에서 가장 중요한 사회적 과제이자 보건의료 이슈이기도 한 코로나19 또한 마찬가지다. 미국의 정권 교체를 계기로 이를 되돌아보며 또한 전망하는 것을 이 '논평'의 목적으로 삼는다.

선거 과정에서 핵심 논점이었던 만큼 이제 미국의 코로나19 대응 기조는 상당히 달라질 것이다. 물론, 뿌리 깊은 구조, 이념과 문화 등은 크게 변하기 어렵고, 과학과 기술의 내용 또한 금방 달라지지 않는다. 우리는 다른 어떤 나라와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영향력이 큰 미국에서 강화되거나 약해질 정치와 정책의 '경향성'을 주목한다.

첫째, 이른바 '경제 살리기'라는 우선순위.

'정상으로 돌아가기(return to normal)'는 트럼프 정부의 코로나 정치·경제를 대표하며, 이는 방역을 좀 느슨하게 해서라도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지향을 뜻한다. 코로나19 유행 억제와 경제 활동을 대립적으로 보았다는 사실이 특히 중요하다.

미국이 경제 우선을 내세우는 배경에 정치·경제적 이유, 특히 인종과 계급의 불평등 구조가 있다는 사실은 공공연하다. 소비자에게 고기를 공급한다는 명분으로 위험에 노출된 육가공업체에 생산 재개를 명령한 조치는 이런 구조를 그대로 드러낸다.(☞ 관련 기사 : <연합뉴스> 4월 29일 자 '트럼프, 코로나19로 '공급망 위기' 육가공업체 생산재개 명령(종합)') 노동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전제를 붙이지만, 선언 수준을 넘기 어려운 것이 미국 정치와 경제의 실상이다.(☞ 관련 기사 : <더 뉴스 앤 옵저버(The News & Observer)> 6월 30일 자 'COVID-19 bill gives meat packing plants millions in relief, but worker safety isn’t included', <더 인터셉트(The Intercept_)> 7월 24일 자 'MEAT INDUSTRY CAMPAIGN CASH FLOWS TO OFFICIALS SEEKING TO QUASH COVID-19 LAWSUITS')

방역과 대비해 경제를 내세울 때 그 경제가 지극히 모호하고 또한 추상적이라는 점이 교훈이다. 어떤 경제이며, 누구를 위한 경제인지, 또는 어떤 방식으로 그 경제를 보호하거나 개선하는 것인지 물어야 그 뭉개진 경제의 실상이 나타난다. 이미 드러난 부의 집중과 불평등 악화, 그리하여 재난 자본주의는 '전쟁'이라고 부를 만큼 노골적으로 특정 계급과 인종의 이해를 대변하는 '트럼피즘'의 당연한 귀결이다.

미국 민주당 정권의 정치·경제 기반도 기득권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증세와 그린 뉴딜이라는 정책 차이와 함께 민주당 정권은 계급과 인종적 기반 때문에도 코로나19 방역의 강조점을 (부분적이나마) 옮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조금은 덜 불평등하고 조금은 더 노동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둘째, 가짜 뉴스, 포퓰리즘, 반(反)-과학 등.

2020년 선거에서도 트럼프 지지자가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는 소리도 들리지만, 그는 그 개인이 아니다. 개인 특성처럼 보이는 가짜 뉴스, 선동, 반과학주의와 반지성주의 등은 미국뿐 아니라 서구 여러 나라에서 실재하는 현실 정치다. 구조이며 세력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미국의 정권 교체는 이런 종류의 포풀리즘에 큰 타격을 줄 것이 틀림없다. 특정 국가와 인종 탓을 하거나 비과학적인 음모론에 의존하는 정치에 힘이 빠질 것이며, 포퓰리즘의 한 가지 중요한 특징, '우리'와 구분해 다른 사람과 집단을 배제하는 정치도 조금은 나아질 것이다.

코로나19 유행만큼 과학, 합리성, 이성을 중시해야 할 정책과 정치가 또 있을까. 넓은 의미의 정치 없이 이런 사회적 실천이 가능하지 않지만, 넓은 의미의 과학 없이는 어떤 사회적 대응도 불가능하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회복할 수 있기를, 그리하여 진자가 새 방향으로 움직이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셋째, 국제적 연대와 협력의 가능성.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이른바 '국제 협력'의 허구성이 드러났다면, 백신 문제에서 보듯 국가 사이의 협력과 연대가 이렇게 중요한 때도 다시 없을 것이다. 처음부터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웠던 트럼프 정부는 국제 협력과 연대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으며 지금도 그렇다.

그런 대통령이 바뀌면? 보건 분야의 국제 질서에서도 미국의 비중과 중요성은 이 시대의 피할 수 없는 맥락적 조건이다. 미국이 세계보건기구에 복귀하고 국제 사회에 대한 책임을 의식하면 세계는 좀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팬데믹에 대응할 수 있으리라.

모든 것이 지리멸렬한 현재 상황. 그동안 저소득국가의 보건 역량은 상당한 정도로 국제 협력과 국제 보건에 의존해 온 것이 사실이다. 과거 제도를 그대로 회복하자는 뜻이 아니다. 미국의 정권 교체가 새로운 틀로 특히 저소득국가의 대응 능력이 향상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지금까지 미국의 변화를 전망하면서 어느 정도 시시비비를 가렸으니, 이와 연결해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을 재론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그동안 우리가 주장한 대로 인권과 정의, 공공성과 공공보건의료, 민주주의, 연대와 협력이 대응의 기본 원리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확인한다. 한 가지 조건으로서 미국 정치의 변화가 우리에게는 자극이며 또한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시민건강연구소

(사)시민건강연구소는 "모두가 건강한 사회"를 지향하는 건강과 보건의료 분야의 싱크탱크이자, 진보적 연구자와 활동가를 배출하는 비영리독립연구기관입니다. <프레시안>은 시민건강연구소가 발표하는 '시민건강논평'과 '서리풀 연구通'을 동시 게재합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