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브 월? 에피데믹?...코로나 용어, 이게 대체 무슨 뜻이야?

[안종주의 안전 사회] 한글날, 코로나 용어를 톺아보다 2

비말, 코호트 격리, 진단키트 여전히 많이 사용

새말모임이 가장 먼저 검토한 용어는 비말, 코호트 격리, 진단키트, 의사환자였다. 국립국어원은 3월2일 보도자료를 내어 이들 용어를 각각 침방울, 동일집단 격리, 진단 도구 모음(또는 꾸러미), 의심환자로 바꾸어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 비말(飛沫)과 의사(疑似)환자는 어려운 한자말이어서, 코호트(cohort)와 키트(kit)는 일반인들에게는 낮선 학술용어여서 좀 더 알기 쉬운 우리말로 바꾸었다.

'코호트'는 원래 같은 특성을 지닌 집단을 의미하는 독일어에서 유래한 용어로, 의학에서는 특정 공간에 있는 특정 질병 감염자나 감염증 발생 환자와 의료진을 뜻한다. 이들을 외부와 물리적으로 격리하여 전염병의 전파 가능성을 예방하는 조치를 '코호트 격리'라고 한다.

이어 3월 10일에는 앞서 소개한 것처럼 팬데믹과 에피데믹을 좀 더 알기 쉬운 말로 바꾸었다. 3월 16일과 3월 30일에는 각각 워킹 스루(walking through)와 드라이브 스루(drive through)를 도보 이동형과 승차 진료(또는 검사)로 각각 바꾸어 사용토록 권고했다.

이 두 용어와 개념은 감염병이 아닌 다른 곳, 예를 들면 패스트푸드 판매나 커피 판매 등과 관련해 쓰이던 것인데 우리나라 의사들이 창발적인 아이디어로 고안해내 코로나19 대유행과 함께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전파되면서 널리 쓰이자 새말모임이 신속하게 누구라도 알 수 있는 쉬운 말로 정리했다.

승차 진료는 국내에서 2020년 2월부터 시행한 제도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늘고 있는 외국 정부와 해외 주요 언론으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 이른바 K-방역의 핵심 무기 가운데 하나라 할 수 있다.

글로브 월(glove wall)은 ‘의료용 분리벽’으로

4월 6일부터 ‘의료용 분리벽’이란 말을 사용토록 한 글로브 월(glove wall)은 도보 이동형 검사와 함께 나온 용어다. 엄밀하게 따지면 ‘의료용’이란 표현은 ‘글로브 월’ 자체를 완전히 포괄하지는 못한다. 이런 장치는 의료용으로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과학 실험실에서도 쓰이기 때문이다. 생물안전 3등급 또는 4등급(최고 등급) 연구실에서는 ‘글로브 월’ 장치가 필수적이며 이미 오래 전부터 쓰였다.

언택트는 그야말로 영어 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즐겨 사용하는 말이다. 최근에는 거의 모든 부문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대면(非對面)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과 일부 언론이 여전히 이 용어를 사용한다. 웹(web)+세미나(seminar)의 합성어인 웨비나(webinar)도 마찬가지다. 영어에 익숙한 전문가 집단이 그들 사회에서 소통하는데 지장이 별로 없는 용어로 쓰던 것이지만 웨비나를 할 일이 전혀 없는 일반인들로서는 생소할 수 있다.

▲국립국어원 새말모임이 선정한 코로나 관련 쉬운 우리말

뉴 노멀도 영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즐겨 쓰는 용어라고 할 수 있다. ‘노멀(normal)’은 ‘정상’ 또는 ‘일상’이라고 번역하는데 ‘뉴 노멀’은 ‘새로운 정상’, 즉 새로운 표준 내지는 기준이 된다. 새말모임은 새 기준이나 새 일상이란 말을 사용토록 권고했다.

6월 9일 ‘취합(선별)검사’란 말로 권고된 풀링(pooling) 검사는 여러 사람에게서 검사 대상물을 채취한 후 모두 섞어 한꺼번에 감염 여부를 검사하고, 그 결과가 양성이면 검사 대상자들을 개별적으로 검사하는 방법이다. 검사 대상자가 많고 실제로 양성으로 나올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은 집단에 대해서 개별 검체마다 일일이 진단검사, 즉 코로나19의 경우 RT-PCR이라는 신속 유전자 진단검사를 하는 것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이런 취합선별검사가 합리적이다.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 우울로, 위드 코로나는 코로나 일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훈련소에 입영한 군 입대자 등에게 이런 검사법을 적용하고 있다. 일반인들도 자동차 함께 타기를 뜻하는 카 풀링(car pooling) 또는 카풀이란 말을 통해 ‘풀링’이 그리 낯설지 않지만 감염병이나 검사와 관련해서는 매우 생소한 느낌을 가지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비교적 최근 말을 다음은 용어로는 코로나 블루와 위드(with) 코로나 시대를 꼽을 수 있다. 새말모임은 코로나 블루를 코로나 우울로, 위드 코로나 시대는 코로나 일상으로 각각 말을 다듬었다. 코로나 블루라는 말은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에서는 사실상 쓰지 않는 말이다. 이들 나라에서는 그냥 코로나 장기화화 대유행으로 인한 정신 건강 문제라고 한다.

그 사례로는 불안, 무기력감, 폭력, 우울증, 자살, 스트레스, 불면 등의 증가를 꼽고 있다. 코로나 일상은 코로나19가 단기간에 사라질 감염병이 아니라 장기화 내지 영원히 함께할지 모른다는 전망에 따라 일상생활에서 코로나와 함께해야 하는 상황을 말하고 있다.

위드 코로나 시대에 앞서 포스트(post) 코로나 시대를 말하는 사람도 많다. 언론에서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코로나 이후 시대란 말을 사용하기도 한다. 새말모임은 이 말에 대해서는 우리말로 다듬은 용어를 선정하지 않았다. 코로나 일상과 코로나 이후 시대는 서로 양립하기 어려운 상치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가 일상인 사회에서 코로나 이후 사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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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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