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의 1차·2차 공판이 비공개로 이루어지면서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해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은 국정원 직원들이 간첩혐의를 받고 있던 유우성 씨에게 인권침해와 증거조작을 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 "가혹행위는 하지 않았다"고 거짓 증언한 혐의(위증)로 기소된 사건을 말한다. 현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23일 3차 공판을 앞두고 증인신문에 출석하게 된 사건 피해자 유우성 씨 측 변호인단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서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미 알려진 사건으로 재판이 이루어지는 데도 피고인들이 국정원 직원이라는 신분을 이용해 비공개 재판을 요청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헌법상 재판은 공개재판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재판에 앞서 판사는 국가안보를 위협할 우려가 있거나 선량한 사회 풍속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에 한해 비공개를 결정할 수 있다. 비공개 결정이 되면 취재진을 포함한 방청객들은 모두 퇴장해야 한다.
지난 1·2차 공판은 피고인들이 현직 국정원 직원임을 이유로 비공개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유우성 씨 측 변호인단은 "이 사건은 언론 보도를 통해 사실관계가 이미 알려져 있으며 재판 또한 국정원의 비밀이 아닌 수사관들이 유우성 씨 동생 유가려 씨에게 폭행 등 가혹행위를 했는지에 대한 것"이라고 공개재판을 주장했다.
변호인단의 양승봉 변호사는 "재판 중인 두 피고인은 2012년 11월부터 유가려 씨를 폭행·가혹행위·욕설·회유 등으로 허위진술을 하게 한 혐의와 2013년 6월 유우성 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서 '유가려 씨에 폭행이나 가혹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위증한 혐의"라며 "공소사실 자체가 폭행과 가혹행위로 허위진술을 받은 것과 재판정에서 위증한 것이며 국정원 내부의 은밀한 정보와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용두사미 꼴 진상규명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장경욱 변호사는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이 제때 이루어지지 않아 공소시효가 남은 허위진술 강요죄와 위증죄로만 기소할 수 있었다"며 "그 재판조사 불구속 상태에서, 비공개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우성 씨가 간첩으로 몰려 재판을 받을 때는 검사가 비공개 하자는 데도 가짜 탈북자들을 내세워 공개 재판을 하더니 이제 와서는 고문 수사관들의 이익을 위해 비공개로 재판을 진행한다"며 "이 고문 범죄에 국민들의 알권리가 충족돼야 구조적·근본적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유우성 씨는 "2013년 간첩으로 몰려 재판을 받았을 때 거의 모든 재판이 공개로 진행됐다"며 "지금 법원이 피고인들의 요구에 따라 재판을 비공개로 진행하고 여기에서도 이들의 신원을 지켜주겠다며 차폐막(가림막)을 설치해주고 있다. 마치 내가 가해자가 된 기분"이라고 전했다.
유우성 씨는 "국정원의 비밀에 관한 부분이 있으면 그 부분만 비공개로 진행해도 가능한데 모든 재판을 비공개로 하겠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이미 알려진 사실로 재판을 하는데도 무엇을 숨기고 싶어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어 "열 개가 넘는 범죄 혐의에서도 검찰이 한두 개만 기소했는데 그 기소마저 재판부가 비공개로 조용히 진행하려 한다"며 "간첩 조작 사건이 다시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라도 재판 과정이 널리 알려져야 한다"고 했다.
이날 진행된 3차 공판은 유우성 씨 측 변호인단의 요구에 따라 공개로 이루어졌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 측 요청도 일부 받아들여 피고인들을 차폐막으로 가렸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은 2011년부터 서울시 계약직 공무원으로 일하던 탈북민 출신 유우성 씨가 당시 북한에 남아 있던 유가려 씨를 통해 국내 탈북자들의 정보를 북한 보위부에 넘겨준 혐의로 2013년 기소됐던 사건이다.
재판 과정에서 검찰의 증거가 허위로 드러나면서 유우성 씨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이 과정에서 국정원 직원 박 모 수사관과 유 모 수사관이 당시 남한으로 온 유우성 씨의 동생 유가려 씨를 6개월간 감금하고 폭행·협박해 허위 진술을 받아냈다는 점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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