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 국립공공의대 설립이 또다시 국민적 기대에 반하는 집단행동에 부딪쳐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더구나 '공공의대' 설립은 공공의료의 지역불균형과 응급의료 취약지역 해소라는 대전제 아래 추진돼 오던 사업여서 이번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신설 추진 원점 재논의’ 합의가 더욱 지탄을 받고 있다.
참여연대 등 177개 노동.시민단체는 4일, 이같은 합의에 대해 "공공의료를 포기한 당정과 의협의 밀실거래"라고 민주당과 의협을 규탄했다.
이들 시민단체는 기자회견에서 "정부여당과 의협이 공공의료 정책의 진퇴를 놓고 협상을 벌인 끝에 사실상 공공의료 개혁 포기를 선언했다"며 "정부와 여당이 의사들의 환자 인질극에 결국 뒷걸음질 친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2018년 2월 남원 서남대가 폐교되면서 의대 정원 49명을 활용해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해 왔던 전북도와 남원시의 기대는 또다시 물거품이 될 형편에 놓였다.
20대 국회에서는 남원 공공의대 설립이 민주당의 ‘지역총선공약’이라는 이유로,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 의원들의 반대와 민주당의 소극적인 대응으로 국회문턱을 넘지 못했다.
21대 국회가 시작되면서 관련법안이 다시 발의되면서 2024년 개교 목표를 향한 희망의 불씨를 살렸지만 의사협회의 파업이라는 뜻밖의 암초를 만나 다시 좌초 위기에 놓였다.
민주당은 이번 합의에서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추진은 코로나19 확산이 안정화 될 때까지 관련 논의를 중단하며,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협의체를 구성해 법안을 중심으로 원점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재논의하기로 한다. 또한, 논의 중에는 관련 입법 추진을 강행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그러나 시민단체는 이 조항에 따르면 "정부가 추진한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추진은 코로나19 이후 원점에서 재논의되며 재논의 때는 의협과 정부가 협의체를 구성해 의협이 협상 당사자로 참여"하기 때문에 "공공의료 확대 폐기도 모자라 민간의료를 강화해 주겠다는 꼴"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은 의사 인력이 인구 1,000명 당 2.3명으로 OECD 국가들의 2/3 수준에 불과하고, 지역편중 또한 매우 심하다는 것, 이같은 부족한 의료 인력으로 인해 전공의 등의 노동강도 역시 상상을 초월한다는 지적은 ‘소 귀에 경 읽기’였다.
또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을 중심으로 공공의료의 인프라를 확충하고 의료인을 확충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고 시급한 정책이며 ‘의료의 공공성’을 생각한다면 그 누구도 이를 반대할 명분을 갖고 있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은 메아리없는 외침에 불과했다.
OECD 평균 수준의 의사 1인당 환자 수를 맞추려면 약 5만 명의 의사가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묻혔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새로 선출한 더불어민주당은 "이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으나, ‘공공의료’가 거대이익집단의 집단행동에 막혀 오히려 실종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
지난 7월 23일, 송하진 전북지사는 당·정이 사실상 남원 국립공공의료대학원 설립 추진을 확정한 것에 대해 "서남대 폐교로 지역경제 침체와 의료인력 공백을 겪어 온 전북에 새로운 희망의 계기가 마련됐다"고 평가했지만, 불과 두달이 채 지나지 않아 약속은 물거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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