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방역의 적들이 도처에...어찌해야 하나?

[안종주의 안전사회] 여야 협조 절실, 특히 여당은 자중·성찰해야

우리 코로나 방역이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와중에 특정종교 집단뿐 아니라 정치권, '○빠'와 같은 극렬 정치 편향자들이 K-방역에 태클을 걸고 있다. 종교의 자유를 앞세워 방역에 협조하지 않고 있는 일부 극우 성향의 종교집단과 신앙인의 행태는 케이방역에 직접적인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들에 대한 비판과 때론 비난은 나름의 이유가 있는 셈이다.

문제는 광복절 집회와 사랑제일교회 사태를 둘러싸고 여야가 날카롭게 정치적 공방을 벌이고 여기에 진영 간 소모적인 논쟁 내지는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야당 대표가 질병관리본부를 방문한 것을 두고 여당 쪽에서 비난을 퍼 붙는가하면 최근 열흘간 폭증하고 있는 수도권 코로나19 확진자의 원인을 두고 특정 종교집단에게만 모든 책임을 돌리는 언행이 쏟아지는 것도 이번 위기 사태를 정확하게 보는데 방해가 된다.

정치권이 코로나 방역의 친구가 되려면 여야 영수회담이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 지금은 방역에 집중해야 할 때라는 야당 대표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맞는 것도 아니다. 맞다고 하면 질본을 방문한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실제 전쟁에서 적군 장수와도 만나는데 코로나 전쟁에서 서로 적이 아닌 사람끼리 만나지 못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서로 경쟁 상대방이지 적은 아니지 않은가. 만나 국민에게 희망과 긍정의 바이러스를 뿌려야 한다.

여야 협조 절실, 특히 여당은 자중·성찰해야

야당은 적어도 코로나 방역과 관련해서는 정부·여당에 무한 협조할 의무가 있다. 최근의 위기 상황을 오롯이 정부·여당의 책임으로만 몰아붙이는 전략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코로나 방역에 관한 한 정부·여당의 책임이 무한하지만 절체절명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지금 이 순간에 굳이 이것을 자꾸 강조하는 것은 자신들의 책임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 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따지고만 들면 야당도 전혀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여당도 야당에 대해 소모적이고 비논리적이며, 비과학적인 언사를 마구 내뱉으면 안 된다. 특히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을 하는 전당대회를 며칠 앞두고 후보자들이 최근 쏟아내는 말들이 듣기 거북하고 방역에도 외려 걸림돌이 되는 내용들로 점철돼 있다. 자중하고 성찰해야 한다. 국민이 지지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 방역에 실패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테러나 다름없는 짓을 하고 있다", "바이러스 테러범을 방조한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끌어내려야 한다", "지금의 코로나 위기 상황을 만든 그들(판사)의 판결권을 제한하겠다"는 등의 발언을 듣고 있노라면 이것이 과연 공당, 그것도 절대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여당의 최고지도부가 되겠다는 정치인의 입에서 나온 말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말은 야당의 감정만 돋울 뿐이다. 이런 말을 듣고 그 누가 웃으면서 대통령을 만나고 싶겠는가. 우리의 코로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신규 확진자 수가 23일에는 전날 300명대에서 200명대로 내려오기는 했지만 여전히 위기의식으로 무장해야 할 때이다.

쓴 약이 몸에 좋다는 말이 있다. 마찬가지로 쓴 소리가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처방전이다. 힘이 없거나 의기소침한 사람과 조직에게는 용기와 희망, 긍정의 힘을 불어넣어야 한다. 반대로 아집에 빠져있거나 남의 말을 잘 듣지 않고 자기만 옳다고 여기는 사람과 집단에게는 쓴 소리만큼 효과가 좋은 약은 없다. 정치권, 특히 정부·여당이 더 새겨들어야 한다.

감염병과 방역은 과학, 정치권에 휘둘리면 안 돼

감염병과 방역은 과학이다. 치명적 감염병의 대유행 때 사람들이 반드시 과학적 사고와 지식을 바탕으로 행동하는 것은 아니다. 심리적 요인도 많이 작용한다. 위험 인식은 많은 부분 심리적이며 사회적인 요인에 의해 좌우된다. 하지만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핵심적 방역 전략은 그 사회에서 뿌리는 내린 사회문화적 요인과 구성원의 심리적 요인까지 살피되 과학적 사실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예를 들면 광복절 광화문 집회 직후 우리 사회에서 다시 재유행하기 시작한 코로나19의 확산 원인을 찾기 위한 노력은 매우 중요하며 이는 과학적인 역학조사에 근거해야 한다. 만약 누군가가 15일 또는 16~17일께 증상이 나타났거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면 그는 광화문 집회 때가 아니라 그 이삼일 전이나 일주일 전에 이미 감염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18일 이후 확진 판정을 받았거나 증상이 나타난 사람은 광화문 집회에서 감염됐을 가능성도 있고 집회 직전 며칠 사이에 감염됐을 가능성도 함께 있다. 바이러스가 누군가의 몸에 들어가게 되면 몇 시간 만에 증상이 나타나거나 진단검사에서 양성으로 확진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일정 시간 지나야 된다. 적어도 하루 내지 이틀이 지나야 한다. 대개는 사나흘 내지 5~6일 걸린다.

사랑제일교회와 관련해서는 지난 12일 첫 확진자가 나왔다. 이어 13일 4명, 14일 14명, 15일 40명, 16일 190명, 17일 50명, 18일 138명, 19일 166명, 20일 53명, 21일 56명, 22일 64명, 23일 45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왔다. 이러한 통계를 바탕으로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산이 언제부터 이루어졌으며 광복절 집회는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 16일까지 사랑제일교회 누적 확진자수는 249명이었다. 적어도 이들은 광화문 집회와 관련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방역 당국이 매일 발표하는 신규 확진자는 실은 발표 날짜보다 하루이틀 전에 검사를 받은 사람들이다. 그리고 증상이 있거나 증상이 없더라도 검사를 받은 시점보다 적어도 이틀 더 이전에 타인한테서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과학적인 사고를 한다면 적어도 249명은 광화문 집회 이전에 감염된 이들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광화문 집회는 코로나 확산 원인의 전체가 아니라 일부일 뿐

그리고 17일 이후 확진자로 드러난 사람 가운데 상당수는 광화문 집회 이전에 감염됐을 수도 있고 일부는 광화문 집회 때 감염됐을 가능성도 있다. 앞서 말한 249명 가운데 상당수가 광화문 집회에 참석했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19일 또는 20일 이후 확진자로 드러난 사람의 경우는 다수가 광화문 집회에서, 극히 일부는 그 이전에 감염됐다고 보면 된다.

23일 현재 841명으로 집계된 사랑제일교회 누적 확진자는 대다수가 광화문 집회 때문이 아니라 그 이전에 감염된 사람과 뒤섞여 있는 셈이다. 이들 가운데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이른바 '깜깜이' 감염자가 상당수에 이르러 감염 시기별 확진자 수를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방역 당국은 23일 현재 순수하게 광화문 집회와 관련해 발생한 확진자가 136명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방역 당국은 이들에 대한 정말 역학조사를 통해 최대한 감염경로와 시기를 밝혀내야 한다. 그래야만 그 결과를 바탕으로 한 맞춤혐 방역을 할 수 있다. 현재까지의 역학조사를 보면 광화문 집회 이전에 사랑제일교회에서 집단 합숙을 하거나 방역수칙을 잘 지키지 않은 상태에서 소모임과 예배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광화문 집회 이전에 교회 안에서 이미 상당한 감염 확산이 이루어졌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옳은 말 했다가 '○빠' 추정자들한테 조리돌림 당한 전문기자

메르스 유행 때를 비롯해 감염병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취재보도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개인적으로 잘 알고 있는 후배 전문기자가 최근 "이번 수도권 바이러스 확산은 (광화문 집회 탓이 있기는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7월 24일부터 8월 중순까지 수도권 곳곳에 바이러스가 축적된 결과"라는 사실을 말했다가 문재인 대통령 열성 지지자로 보이는 사람들한테서 "그럼, 문재인 정부가 방역을 잘못하기라도 했단 말이야?"라는 지적과 함께 자신을 "일베 기자" 혹은 "개신교 인권을 걱정하는 기자"로 조리돌림한다는 하소연을 지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의 분석이 틀린 것은 전혀 아니다.

광복절 당일과 그 이후 2~3일 사이 확진자가 폭증한 사실을 두고 감염병의 특성과 진단검사 에 이은 발표 과정에 대해 깊이 있게 모르는 사람은 광복절 집회 이전에는 감염이 거의 없었고 이 집회가 전적으로 감염의 확산 구실을 한 것으로 여길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틀렸다. 감염과 확진검사 결과 사이에는 적어도 2~3일의 시차가 있음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코로나가 전국으로 확산하는데 광화문 집회가 기폭제가 된 것만큼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방역은 철저히 과학적 전략과 역학 조사 결과에 기초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여야의 정치적 계산에서 나온 비판과 특정 정치적 열성 지지자나 광신도들의 주장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감정에 치우치거나 자신들의 정치적 내지 종교적 유불리를 따져 감염 확산의 근본적 원인마저 뒤흔들려 해서는 안 된다. 방역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방역의 배가 산으로 올라간다.

광복절 이전에 이미 코로나19 감염 확산의 씨는 뿌려졌다. 그리고 그 씨는 싹을 틔운 뒤 우리 사회의 방심이란 자양분을 먹고 소리 소문 없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 국민의 눈, 심지어는 방역당국이나 정부의 눈에조차 잘 보이지 않았다.

국민이 힘만 모으면 '코로나 잭의 콩나무' 자를 수 있어

그리고 8월 15일 광화문 집회를 계기로 해서 뒤늦게 우리는 눈여겨 살펴보았다. 코로나19는 이미 '잭의 콩나무'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콩나무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계속 커가고 있다. 그날 대규모 집회가 있었고 그 때 콩나무가 가장 좋아하는 감염자들이 그 콩나무에 비옥한 거름을 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거대한 콩나무라 해도 우리가 힘만 모으면 얼마든지 자를 수 있다. 하루라도 빨리 자르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정략적이거나 비과학적인 언행을 일삼는 사람들이 더는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코로나19 콩나무를 뿌리 뽑는 지름길은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과 코로나19를 명징하게 보고 있는 감염병 전문가, 그리고 사물과 사안을 제대로 보는 언론인의 전략과 조언을 귀담아 듣고 실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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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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