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의혹 불거졌는데... 與, 국회 여가위 '통·폐합' 당론?

'일하는 국회' 명분으로 성평등 이슈 다루는 여가위 통폐합 1호 당론법안에 포함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이하 여가위)의 통·폐합을 추진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최근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등 민주당 출신 지자체장들의 성추문이 잇달아 불거진 가운데 여당이 '일하는 국회'라는 명분으로 성평등 이슈와 젠더 문제를 다루는 여가위 통폐합에 앞장서면서다.

지난 16일 김태년 원내대표가 대표발의한 ‘일하는 국회법’(국회법 개정안)에 여가위 통폐합에 대한 내용이 포함된 사실이 알려지며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에서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일하는 국회법은 민주당의 1호 당론법안이다.

민주당은 '효율성'을 명분으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여가위 기능을 흡수해 상임위를 병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동안 겸임 상임위로 분류된 탓에 여가위 회의가 제대로 열리지 못한 점을 들어 추진단은 문화체육관광여성가족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민주당은 이 방안이 여가위 소관 사안을 더 힘있게 공론화 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여가위가 문체위로 흡수 통폐합 된다면 그 역할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현재 16명의 문체위원 중 여가위를 겸하고 있는 의원이 유정주·임오경 민주당 의원, 임이자 통합당 의원 등 3명에 불과하기 때문에 여가위가 제 역할을 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있다.

당장 민주당 내부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20일 여가위 비공개 당정 협의에서는 여가위 소속 의원들에게조차 제대로 설명이 없었다는 취지의 문제 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21일 " 특히 민주당이 자당 출신 광역단체장에 의한 성폭력 사건에 무한 책임을 갖는다면 재발방지와 피해자 보호, 진상규명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찾는 데에 가장 앞장서야 할 것"이라며 "참으로 무책임하고 한심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자당 소속 여가위원들의 반대로 제동이 걸린 만큼 민주당은 여가위 통폐합이 아니라 여가위의 역할과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치열하게 고민하기 바란다"고 했다.

미래통합당 여가위 간사인 김정재 의원은 전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고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으로 권력형 성범죄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하늘을 찌르는 시점에 일하는 국회를 핑계로 여가위 폐지를 주장하는 민주당의 자가당착에 실소를 금할 길이 없다"며 "민주당은 즉각 여가위 폐지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도 전날 성명을 내고 "정치에서 여성·젠더의제를 지우려는 작업을 당장 중단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여가위가 단독 상임위로 격상돼도 모자랄 판에 여가위를 문화체육관광위원회로 편입시키면 여성·젠더 의제에 대해 관심을 가질 의원이 얼마나 있겠느냐"며 "국회의원 다수가 성인지 관점을 결여한 상황에서 유일하게 여성·젠더 의제를 다루는 여가위를 폐지하겠다는 것은 여성/젠더문제를 국회 논의 테이블에서 지워버리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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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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