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이낙연 의원은 21일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자처한 문재인 대통령이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침묵하고 있다는 지적에 "모든 문제에 대해서 (대통령이) 전부 말씀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때론 말씀을 않는 것도 반응일 수가 있다"며 "대통령께서 여러가지 판단을 하실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대통령의 침묵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직전 총리로서 제가 해석하긴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며 "해석은 평론가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즉답을 피했다.
'최근 당의 여러 악재가 연발로 터졌다'는 진행자의 지적에 "최근 지자체장들의 문제는 중앙에서 파악하기 어려운 문제였다"며, '당의 말초신경이 제대로 작동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아쉽게 생각한다. 감수성이 둔화된 것이 아닐까... 그런 점에서 새로운 대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내년 4·7 재보궐 선거에서 성추행 의혹으로 공석이 된 서울·부산시장 자리에 후보를 내는 문제에 대해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 당내서 왈가왈부하는 게 현명한가"라며 "공천 여부가 연말쯤 돼야 결정될 텐데 지금 끄집어 당겨서 미리 싸우는 게 왜 필요하느냐"고 답했다.
전날 차기 대권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무공천을 주장하며 "아프고 손실이 크더라도 약속을 지키는 게 맞다"고 답했고, 김부겸 전 의원은 후보를 내야 한다고 입장을 밝히며 서울·부산 시장의 공천 여부가 당내 현안으로 떠올랐다. 이에 이 의원은 "미리 싸우는 게 왜 필요하냐"고 선을 그은 것이다.
이 의원은 당 대표에 당선되더라도 당헌·당규에 따라 대선 출마를 위해 7개월만인 내년 3월에 사임을 해야 해 보궐선거 공천 시점과 엇갈릴 수 있다는 지적에 "(재보선) 공천은 그 이전에 해야 한다"며 "선거는 선대위 체제로 운영된다"고 일축했다. 이어 "김부겸 전 의원 같은 분들과 함께하고 당 밖에서 신망받는 분들을 모셔서 함께 선대위를 꾸린다면 좋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권 경쟁자인 김부겸 전 의원은 이날 아침 YTN라디오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이낙연 의원을 겨냥해 "유력한 대선 주자가 왜 7개월짜리 당대표를 거쳐 가야하는지 그것은 조금 납득하기 힘들다"며 "민주당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대선 후보로서 바로 가시는 게 맞는 게 아닌가"라고 직격했다.
김 전 의원은 "무엇보다도 (이 의원이 당 대표가 되어) 내년 3월에 사임을 하시게 되면 4월에 치러질 서울시장, 부산시장 선거. 그것은 어떻게 누가 책임지냐"며 '7개월 짜리 당대표'라는 비판을 받는 이 의원의 중도 사퇴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그러면서 "잠시 거쳐 가는 당 대표가 아니라 앞으로 2년 동안 당을 책임지는 당 대표가 돼서 내년 4월에 재보궐 선거, 그 뒤에 이어질 대선 후보 경선, 또 2022년 대통령 선거, 지방선거까지 책임지겠다"며 "2년 동안에 당의 모든 준비와 또 그런 역량을 다 모으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내년 4월 치러질 재보궐 선거도 당헌·당규를 손봐서라도 민주당이 후보를 내야 한다고 다시 강조했다. 민주당은 당헌·당규를 통해 재보궐 선거의 귀책사유가 민주당에 있는 경우 후보자를 내지 않도록 하고 있다
그는 "공당의 약속이기 때문에 당헌의 무게감은 있어야 하지만, 너무 명분론에만 매달리기에는 워낙 큰 문제"라며 "필요하다면 당 대표자가 회초리를 맞아줘야 후보들이 늠름하게 시민 앞에 나설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저는 당 대표가 되면 손에 흙을 묻히고, 말하자면 대신 매를 맞는 그런 당 대표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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