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외교안보팀이 해야 할 일, 한미 훈련 중단

[황재옥의 '한반도 톡'] 남북대화, 북미대화 살리기 위해 결단해야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1200만 장이나 되는 대남 삐라(전단)를 뿌리겠다고 기염을 토하던 북한이 지난 6월 2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남 군사행동 보류 언급 이후 조용하다. 단, 다음날인 24일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이 "남측의 차후 태도와 행동 여하에 따라 북남관계를 점쳐볼 수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을 뿐이다.

우리의 차후 행동을 지켜보겠다는 것은 대북 전단 살포 문제와 한미연합훈련 중단 여부에 따라 향후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북의 태도가 결정될 것이라는 일종의 예고이다. 우리의 태도가 결정 나기를 기다리는 동안, 북한은 미국을 상대로 메시지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상황을 관리하고 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말을 끌고 갈 외교 안보라인을 대폭(국가안보실장, 통일부장관, 국가정보원장) 교체했다. 이는 임기 말까지 한반도 평화‧번영을 위해 뒤로 물러서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대외선전매체를 통해 새롭게 교체된 외교안보라인에 기대를 나타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북한도 남북대화나 북미대화의 문이 아주 닫혀버리는 것을 원치 않아 보인다.

북한이 문제 삼은 대북 전단 문제는 일단 지난 17일 전단 살포 단체의 법인 설립이 취소됐고, 대북 전단 살포를 강력 규제할 관련 법제정 절차는 진행 중이다. 그러나 북한도 예의주시하고 있는, 통상적으로 매년 8월 중하순에 실시했던 한미 연합 훈련에 대해서는 아직 방침이 정해지지 않았다.

새로 지명된 통일부장관과 국정원장 내정자는 청문회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7월 하순에나 취임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 청와대 국가안보실의 결정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바꿔 말해, 새로 취임한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정경두 국방장관의 결단으로 한미연합훈련을 중단시키지 않으면 문재인 정부 남은 임기 동안 남북관계는 후퇴할 것이다. 심하게 말하면, 취임을 해도 이인영 통일부장관이나 박지원 국정원장이 한반도 평화·번영을 향한 문대통령의 참모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한편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 1일 한미연합방위 태세 유지에 필수적이기 때문에 올해도 대규모 연합 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같은 주장 외에도 전작권 환수, 한미동맹 강화 이유로 한미 연합 훈련을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판문점 선언이나 평양공동선언 남북군사분야합의서에 상대방에 위협적인 군사훈련을 안 하기로 한 조항이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는 것 같다.

사실, 매년 8월에 실시됐던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등 한미 연합 훈련은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2018년부터 축소되거나 중단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한미 연합 훈련을 중단하겠다고 김정은 위원장에게 약속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올 2월에 예정됐던 한미 연합 기동 훈련은 코로나19 때문에 연기됐다.

이렇게 한미 양국 정부의 정무적 판단으로 중단할 수도 있고, 축소할 수도 있고, 연기할 수도 있는 것이 한미 연합 훈련이다. 그렇다면 새 외교안보팀은 청문회가 끝나기 전이라도 8월로 예정된 한미 연합 훈련을 중단시키는 문제를 숙고해야 할 것이다. 이는 새 외교안보팀의 '존재의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서라도 한미 연합 훈련은 중단돼야 한다. 15일 현재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사망자는 58만 5619명, 확진자는 1366만 2667명을 넘어서고 있다. 이중 미국이 사망자 수 압도적 세계 1위로, 2위인 브라질의 7만 5366명보다 두 배 많고, 전 세계 사망자의 24%를 차지하고 있다.

주한미군 사령부에 따르면 이달 9∼15일 미국에서 들어온 주한미군 장병 12명과 가족 2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현재 주한미군 관련 누적 확진자 수는 100명이 넘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8월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은 코로나19 때문에라도 취소되어야 할 것이다.

마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지난 1일,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인도주의 휴전" 결의문을 15개 이사국 전원합의로 채택했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긴 하지만 이제라도 안보리가 휴전 결의문을 낸 것은 다행이다. 코로나19가 극복될 때까지 온 인류는 총을 내려놓고 공동의 적인 코로나19와 전투에 임해야 한다.

한미 연합 훈련 몇 번 안 한다고 한미동맹이 약화되지 않을 것이고, 한미 연합 훈련 안 하면 전시작전지휘권 전환이 어렵다는 것도 핑계에 불과한 것이다. 북한을 다시 남북대화와 북미대화의 테이블로 불러 낼 수 있다면, 올해 한미 연합 훈련은 중단되어야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그동안 노력해 왔던 성과가 후퇴하지 않게 새 외교안보팀은 결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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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옥

이화여대 정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북한학으로 석사-박사학위를 받았다.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원광대 초빙교수(외교안보통일), 김대중평화센터 이사 등을 거쳐 현재 민주평통 상임위원, 민화협 정책위원장, 통일부 남북관계발전위원회 위원, 더불어민주당 한반도경제통일교류위원회 부위원장, 외교안보통일 자문회의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북한의 기아>(역서, 2001) <북한인권문제 : 원인과 해법>(2012), <국경을 걷다>(2013), <정세현 정청래와 함께 평양 갑시다>(공저, 2018)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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