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4일은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유엔군, 실질적으로는 미군에게 이양한 지 정확히 70년이 되는 날이었다. 70년 동안 군사 주권의 핵심이 타국에게 맡겨진 비정상적인 상황이 지속되어온 것이다. 이에 따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어왔고,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 환수를 목표로 삼아왔다.
그렇다면 전작권 전환은 문재인 정부의 임기인 2022년 5월 이전에 마무리될 수 있을까? 현시점에선 한미연합훈련 실시 여부가 핵심적인 문제로 거론된다. 한미 양국이 2014년 10월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조건에 기초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합의했고 이를 연합군사훈련과 연계해온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합의에 따라 1단계인 초기운용능력(IOC) 평가를 2019년 8월 11~20일에 실시하였고, 올해 완전운용능력(FOC) 및 내년 완전임무수행능력(FMC) 평가가 남아 있다. 이를 연합군사훈련을 통해 검증하려고 할 경우 최소한 두 차례의 연합훈련이 불가피해진다.
그러나 한미연합훈련 실시는 남북관계 및 한반도 정세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코로나19 방역에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도 있다. 이를 두고 언론과 전문가들은 '딜레마'라고 표현한다. 한미연합훈련을 실시하자니 상기한 문제들이 걸리고 연기하거나 중단하자니 전작권 전환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미연합훈련과 전작권 전환 사이의 문제는 이보다 훨씬 '넓은 시야'를 요구한다. 한미가 합의한 전작권 전환 조건에는 세 가지가 있다. 한국군이 연합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능력 구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한국군의 초기 대응 능력, 안정적인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환경 등이 바로 그것들이다.
한국군의 연합방위 주도력은 앞서 설명한 것처럼 한미연합훈련을 통해 검증키로 했다. 북핵 초기 대응 능력은 사상 최대 규모의 군비증강에 따라 상당 부분 달성된 상황이다. 한국의 군사력이 세계 6위로 평가될 정도로 말이다. 문제는 전작권 전환 시기의 한반도 안보 환경이다.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도 안보 환경의 악화를 이유로 또다시 무산되거나 연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넓은 시야'는 바로 이 대목에서 필요해진다. 전작권 전환을 위해 한미연합훈련 실시를 강행할 경우 한반도 안보 환경의 악화를 야기해 전작권 전환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만약 한미연합훈련이 강행될 경우 북한은 어떠한 형태로든 대응하고 나설 것이다. 특히 "전략적 도발"로 일컬어지는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SLBM)이나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 시 한반도 정세는 또다시 위기로 치닫게 될 공산이 커진다.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는 김정은 정권이 약속을 깼다며 유엔 안보리 회부 및 전략 자산을 동원한 무력 시위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고 이에 북한도 정면 대결을 불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여 한미연합훈련 실시가 반드시 전작권 전환에 유리한 조건을 충족시킬 것이라고 보는 것은 단견이다. 오히려 연합훈련 중단이 전작권 전환에 유리할 수도 있다. 최선의 시나리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했던 한미 군사훈련 중단을 뒤늦게나마 지킴으로써 반전을 도모하는 데에서 비롯될 수 있다.
북한은 북미협상 재개를 위해서는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는데, 한미연합훈련 중단이 그 출발점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작년부터 지속적으로 악화되어온 남북관계의 회복 전망도 한미연합훈련 실시 여부에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사정이 이렇다면 한미 양국은 조속히 연합훈련 중단 의사를 밝힘으로써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재가동하는 데에 유리한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한국군의 연합방위 주도력은 연합훈련을 통해 검증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비대면 화상회의' 방식으로 전환하면 된다.
기실 연합훈련을 통한 한국군의 기량은 2006년에 이미 검증받은 바 있다. 당시 주한미군 사령관이었던 버웰 벨이 당장 전작권을 이양해도 좋을 정도로 한국군의 우수성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 이후 한국군의 능력은 비약적으로 성장해왔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세계 12위로 평가받았던 군사력이 6위로 껑충 뛰어올랐을 정도로 말이다.
문재인 정부는 북미 정상회담에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있다. 하지만 이건 '막연한 바람(wishful thinking)'으론 이뤄질 수 없다.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을 실천해야 그 문을 조금이라도 열 수 있다. 한미 정상이 전화통화를 통해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고 전작권 전환 검증 회의를 '비대면 화상회의'로 하겠다는 발표가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정전협정 67주년을 맞이해 평화협정 협상 개시를 한미 정상이 공동으로 제안한다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 필자 신간 <한반도의 길, 왜 비핵지대인가?> 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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