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유엔이 채택한 '올림픽 휴전 결의'는 한국에게 또 한 번의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 결의에 따라 2018년 봄에 예정되어 있었던 한미 연합 훈련이 유예되고 북한 선수단이 평창에 올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었습니다.
안전을 우려했던 평창 동계올림픽은 평화 올림픽으로 전환되었고 남북한 사이에 대화가 재개되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남북 간의 대화는 미국과 북한 간의 대화로 이어졌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9월 24일이 유엔 총회에서 한 기조연설의 한 대목이다. 문 대통령이 강조한 것처럼 2018년 한반도 정세의 반전(反轉)은 2017년 유엔 총회의 '올림픽 휴전 결의'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새삼 이 대목을 소개한 이유가 있다. 향후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에 있어서 가장 큰 변수를 뽑으라면 하반기에 예정된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의 실시 여부일 것이다. 만약 훈련이 강행된다면 북한의 선택은 강경한 방향으로 흐를 공산이 대단히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 양국은 연합 훈련 중단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기회가 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7월 1일 "코로나19 사태 대응에 집중하기 위해 최소 90일 간 전쟁을 멈추자"는 휴전 결의를 만장일치로 채택한 것이다. 2017년 11월 유엔 총회의 '올림픽 휴전 결의'와 마찬가지로 이번 안보리의 '코로나19 휴전 결의'를 근거로 한미 연합 훈련 중단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국제적 분위기가 조성된 셈이다.
더구나 안보리 결의는 상임이사국인 미국도 동의한 바이다. 미국과의 협의를 통해 한미 연합 훈련 중단 결정을 내리는 데에도 더 유리한 조건을 품고 있는 셈이다. 한미정상 간의 전화통화를 통해 조속한 발표가 필요하고 또한 가능하다고 보는 이유이다. 코로나19 사태는 이러한 발표를 가능케 하는 전화위복의 기회이기도 하다.
한미 연합 훈련 중단 발표가 중요한 또 한 가지 이유가 있다. 문재인 정부는 미국 대선 이전에 북미정상회담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그런데 북미 정상회담은 문재인 정부의 권유와 트럼프 행정부의 결단만으로 이뤄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김정은 정권의 결단도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위해 두 가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차례 약속한 한미군사훈련 중단 선언을 통한 분위기 조성이다. 만약 문재인 정부가 한편으로는 북미 정상회담 중재에 나서고 다른 한편으로는 한미 연합 훈련을 강행한다면, 이는 북미 정상회담의 성사 가능성뿐만 아니라 남북관계마저도 짙은 안개 속으로 떠미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아마도 한미 연합 훈련 중단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고심은 전시작전권 전환에 미칠 영향일 것이다. 이 둘을 연계시킨 상황에서 연합훈련 중단이 전작권 전환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 둘을 최대한 분리할 필요가 있다. 연합 훈련이나 연습을 통해 전작권 행사 능력을 검증하지 말고 양측 군수뇌부 사이의 '비대면 화상회의'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확실히 성과를 낼 수 있는 북미 정상회담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북한의 입장은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하나는 북미대화의 문을 완전히 닫지는 않겠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그렇다고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겠다'는 것이며, 끝으로 "미국의 적대시정책" 철회가 말이 아닌 행동으로 입증되어야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현실적으로 추진해볼 수 있는 대안은 노딜로 끝난 하노이에의 협상을 재구성하는 데에 있다. (☞ 관련 기사 : 트럼프 대통령, "모두가 틀렸다"는 것 보여주길)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