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여름철 다잡지 않으면 겨울에 심각한 위기 온다

[안종주의 안전 사회] 불안 불안한 코로나19, 무엇을 해야 하나?

방역 당국이 매일 매일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산의 불길이 잡히지 않고 있어서다. 끄기 힘들만큼 거센 불길은 아니지만 집단 감염의 여파가 계속되고 있는데다 어디서 불씨가 생겼는지 모르는 산발적 불길이 곳곳에서 일고 있어 방역 당국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23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46명 발생했다. 현재까지도 50명 전후의 확산세가 계속되고 있다. 감염경로를 보면 지역발생에서 수도권 확진자수가 많고, 대전에서도 확산되고 있는 걸 볼 수 있다.

새로 발생한 확진자 추이를 보면 6월 12일 56명을 기록한 뒤 13일 48명, 14일 34명, 15일 37명, 16일 34명, 17일 43명, 18일 59명, 19일 49명, 20일 67명, 21일 48명, 22일엔 17명까지 줄었다가 23일 다시 46명으로 늘었다. 22일을 제외하고 대체적으로 34~59명 사이의 박스 권에서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신규 발생 확진자 수를 한 자릿수로 묶기 위해서는 뭔가 특별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여름 바캉스와 깜깜이 감염이 걱정 되는 이유

하지만 방역 당국은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본격 여름철을 맞아 해수욕장 예약제 정도가 새로운 대비책이다. 이런 대책으로 지역 사회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지난 몇 달간 답답한 일상을 겪었거나 주로 ‘방콕’하며 지냈던 사람들 가운데는 시원한 곳에서 여름철 휴가·여가를 보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

이 때문에 여름철 사람들의 잦은 이동과 피서지 인파들로 인해 제2의 감염자 폭증이 우려된다. 이와 함께 최근 꾸준히 늘고 있는 ‘깜깜이 감염’, 즉 누구로부터 감염됐는지를 정확하게 모르는 비율이 늘고 있어 확산의 고리를 끊는데 결정적 걸림돌이 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을 맡고 있는 권준욱 국립보건연구원장도 기자 브리핑에서 이 점을 시인하고 또 걱정했다. 이른바 2차, 3차 감염에서 5차, 6차 감염으로 ‘n차 감염’의 n 숫자가 커지면서 필연적으로 생기는 결과다.

여러 곳에서 집단 감염이 일어나고 서로 교차하면서 새로 감염된 사람과 이를 추적하는 방역 당국 모두 감염원을 모르고 있다는 것은 지금과 같은 추세가 이어지거나 더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는 매우 불길한 신호다.

아무리 뛰어난 진단검사 도구를 사용해 신속·정확하게 감염 여부를 확정할 수 있고 승차검사(드라이브 스루)와 도보 이동형 검사(워크 스루) 기법과 장비, 시설 등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케이방역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하더라도 검사 대상을 제때 찾을 수 없기 때문에 ‘깜깜이 감염’으로 인해 코로나19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뭔가 새로운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현재로서는 뾰족한 수가 없다. 에이즈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바이러스 침투와 증식에 아킬레스 건으로 작용하는 여러 약제를 섞어 투약하는 ‘다제 요법’이란 전략을 사용하는 것처럼 우리 사회에서 코로나19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서도 여러 전략을 동시에 사용하는 수밖에 없다.

직장마다 전담 관리 인력 두고 정부는 현장 점검 강화해야

우리의 일상이 코로나19 이전처럼 돌아가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마음과 행동의 허리띠를 더 단단히 조여야 한다. 모든 직장에서는 업무를 시작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쓰기, 손 씻기 등을 철저히 하겠다고 다짐하는 의식을 간단히 치른 뒤 매일 업무를 시작하는 국민 캠페인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여러 교회, 구로 콜센터, 쿠팡 부천 물류센터, 방문판매업체 리치웨이 등 많은 곳에서 일어난 집단 감염과 이로 인한 지역 사회 확산을 찬찬히 복기해 보면 대부분이 열악한 작업 환경, 나와 내 주변의 잘 아는 사람이 감염자는 아닐 것이라는 안이함에서 비롯한 방역수칙 무시가 빚은 것임을 알 수 있다.

직장마다 방역 수칙을 잘 지키는지 꼼꼼하게 수시로 점검하는 자체 인력을 따로 두어 직장 내 모든 공간에서 감염 확산이 이루어지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아야 한다. 또 지금까지 집단감염이 일어난 곳과 그 행태를 면밀하게 분석해 비슷한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유사 조직과 직장을 대상으로 중앙 정부와 지자체가 역할 분담을 해 탁상이 아닌 현장 점검을 반드시 해야 한다.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는 것은 바이러스 때문이 아니라 사람 때문이다. 아무리 우리의 방역 시스템이 잘 되어 있고 방역 당국의 방역 전략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시민들이 이를 미리에 새겨 행동에 옮기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다. 시민들이 방역 수칙을 잘 지킬 수 있도록 효과적 소통 매체를 통해 끊임없이 머리에 꽂히는 메시지를 던져 행동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여기에는 무엇을 해라와 함께 무엇을 하지마라는 내용이 함께 담겨야 한다. 예를 들면 방역 소독을 할 때 사람이 만지거나 접촉하는 물체를 소독약으로 일일이 꼼꼼하게 닦는 것이 좋다는 메시지와 함께 드론을 이용한 항공 소독과 길거리 소독을 절대로 하지 말라는 메시지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우리 방역 당국은 전자만 이야기하고 있다.

방역 소독뿐만 아니라 마스크 착용도 어디를 갈 때, 어느 경우에 꼭 마스크를 쓰라는 메시지나 지침을 강조하는 것에서 나아가 이런 경우는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을 함께 이야기해야 한다. 하지만 마스크 착용 지침도 전자 위주로 이루어져왔다. 앞으로 모든 방역 수칙과 이를 강조하는 소통을 할 때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해 동시에 이야기해야 한다.

여름철 다잡지 않으면 겨울에는 심각한 위기 올 수 있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여름철에 확실하게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잡지 못한다면 가을, 겨울로 갈수록 몇 배, 몇십 배 더 힘들어진다. 코로나19가 감기나 독감과도 쉽게 구별되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에 하나 코로나19의 전파력과 독력이 그대로 유지된 채 감기나 독감이 유행한다면 그야 말로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

따라서 8월까지는 하루 새로 생기는 감염자를 제로 내지는 제로에 가까운 수준으로 낮추어야 한다. 일주일이나 보름 동안 새로운 감염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던 뉴질랜드와 중국 등에서도 시간이 흐르면서 외국 유입 등을 통해 신규 확진자가 나오거나 이로 인해 재유행하고 있는 것을 우리는 똑똑히 보고 있다.

이런 국가들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고 대만 등 우리보다 훨씬 더 코로나19 방역을 잘 하고 있는 국가들 사례에서 배워야 한다. 코로나19 방역 모범국 세계 ‘톱 10’이나 ‘톱 7’에 들어간 것에 만족하지 않고 ‘톱 3’나 ‘원 톱’이 될 수 있도록 우리 사회를 다시 한 번 다잡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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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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