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미국 안팎에서 회의론이 거세지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 말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장담과는 반대의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한반도 정전체제의 평화체제로의 전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등을 골자로 한 싱가포르 북미 공동성명이 좌초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로 분석할 수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 내 저항세력(resistance)의 태업과 반격이 주효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대북 수퍼 매파이자 '양심불량' 존 볼턴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겉과 속이 다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
이들은 사석에서 "북미협상은 실패할 것"이라며 '자기 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을 즐겼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직접 약속한 종전선언, 비핵화 프로세스와 상호조율된 제재 완화 등을 무산시켰다.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보다 비현실적인 내용을 담은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되는 비핵화(FFVD)'를 만들어 비핵화의 허들을 크게 높였다. 심지어 하노이에선 북한이 '스냅백'을 수용할 수 있다는 양보안까지 내놓았지만, 이들은 이마저도 무산시켰다.
그렇다. 볼턴과 폼페이오는 자신들의 예언, 즉 '북미회담은 실패할 것'이라는 전망을 실현하기 위해 대통령까지 기망하면서 온갖 방해공작을 펼쳤다. 이들을 제대로 통솔하지 못하고 스스로 했던 약속 이행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트럼프의 책임도 결코 작지 않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본인과 김 위원장이 틀렸다'는 세간의 평가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한 것일까? 공직자의 기본적인 도리마저 저버리고 돈벌이에 혈안이 된 볼턴에 대한 가장 확실한 반격은 그가 틀렸다는 것을 트럼프가 보여주는 데에 있다. 그리고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기회는 남아 있다.
그것은 바로 트럼프가 '노딜'로 끝난 하노이 협상을 재구성해서 3차 북미 정상회담에 나서는 것이다. '영변 핵시설 완전 폐기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대폭 완화의 교환'을 골자로 하되 몇 가지 내용을 추가할 수 있을 것이다.
'영변 + 알파'와 관련해 북한과 타협을 타진해볼 수 있는 것은 세 가지다. 하나는 북한의 핵실험 중단 및 장거리 로켓 발사 중지를 문서화된 형태로 확약 받는 것이다. 또 하나는 미국이 의심하고 있는 영변 이외의 우라늄 농축 의혹 시설에 대한 현장 방문을 논의해보는 것이다. 북한의 약속 불이행시 제재를 자동적으로 부과할 수 있다는 스냅백을 명문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북한이 미국과의 회담 결렬을 공식 선언한 것은 아니기에 기회의 창은 아직 열려 있다. 기회의 창을 활짝 열기 위해 트럼프가 약속했던 한미 연합 군사 훈련 중단을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선언하고, 3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도 채택하겠다는 입장을 선제적으로 밝힐 필요도 있다. 한국전쟁 발발 70년이 되는 올해야 말로 종전선언을 하기에 딱 좋은 해이지 않겠는가?
트럼프 대통령 본인 스스로 작금의 사태에 대해 반문해봐야 한다. 김정은 위원장을 친구로서 좋아하고 신뢰하며 심지어 "사랑에 빠졌다"는 말까지 해놓고 경제 제재 유지·강화를 통해 계속 괴롭힌 것은 아닌지 말이다.
그래서 호소한다. 정확한 실상은 알 수 없으나 북한은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울 것이다. 어려울 때 도와주는 사람이 진정한 친구라고 했다. 재정적으로 도와줄 필요도 없다. 북한 민생과 관련된 제재를 비핵화 프로세스의 맞게 풀어주는 데에는 미국 예산이 한 푼도 들어가지 않는다. 이 정도면 충분히 거래할 만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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