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및 시민단체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엄정한 법적 처벌을 촉구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와 참여연대는 8일 서울 서초구 민변 대회의실에서기자회견을 열고 "삼성물산 부당합병이 오로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승계를 위한 것이었다며 "△횡령·배임 등 회사 재산 탈취 범죄 △자본시장법 위반 등 자본시장 교란범죄 △뇌물 등 부패범죄를 모두 저지르는 3대 기업범죄의 종합판"이라고 이 같이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범죄행태가 중대할 뿐만 아니라 범행 동기도 단지 재벌 총수의 경영권 승계에 필요한 자금을 줄이기 위한 것에 불과하여 정상참작의 여지가 적다"며 이 부회장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촉구했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이복현)는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회계사기 등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과 관련하여 자본시장법 위반(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진행된 이 부회장의 영장실질심사는 오후 7시께 마무리됐다. 구속여부는 9일 새벽께나 결정될 전망이다.
수년에 걸쳐 치밀하게 준비한 승계 작업
이상훈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은 "삼바 회계사기나 삼성물산 부당합병은 몇 년에 걸쳐 주도면밀하게 진행됐다"며 "이러한 내용을 이 부회장이 적극적으로 보고받으며 관여했다는 정황이 검찰 수사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2015년 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1대 0.35의 합병비율로 합병했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의 3배가량 큰 규모의 회사로 평가된 셈이다. 그 결과 제일모직의 지분만 23%를 가지고 있었던 이 부회장은 합병회사 삼성물산의 지분 16.54%를 확보했고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합해 40.26%의 지분으로 지배력을 확보했다.
홍순탁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은 "삼바 회계처리는 2014년 합병 직전 공시에서 주주간 계약(콜옵션)을 누락했다는 점과, 합병 후 2015년 결산에서 합병의 불공정성을 수습하기 위해 삼바의 회계기준을 변경해 4조5000억 원의 가공 이익을 만들어냈다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삼바는 2012년 미국 바이오젠사와 함께 삼성 바이오에피스(에피스)를 설립한다. 이때 주주간 약정에 따라 바이오젠은 에피스를 49.9%까지 매입할 수 있는 권리(콜옵션)를 보유했다. 삼바의 가치가 떨어질 수 있는 중요한 정보임에도 이같은 주주간 약정은 이 부회장 승계가 가속화되기 시작한 2014년 감사보고서에 공시되지 않았다. 홍 위원이 지적하는 첫 번째 회계 문제다.
또 제일모직이 가지고 있는 에버랜드의 표준지가가 8만 5000원 수준에서 40만 원으로 급등하면서 제일모직의 가치는 더욱 올라간다.
반면 삼성물산은 전반적인 건설경기 호황에도 불구하고 신규 수주를 하지 않고, 중요한 공사물량을 계열사에 넘겨주고, 해외수주를 했음에도 이러한 사실을 공시하지 않는 등 비정상적인 경영행태를 보였다.
이에 그치지 않고 삼성그룹차원에서 박근혜 정권에 뇌물을 제공하여 국민연금이 손해를 보면서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에 찬성하도록 한 사실이 박근혜 정권 국정농단 사건 재판을 통해 드러났다.
두 번째 회계문제는 합병 후 바이오젠의 갑작스러운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높아지자 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하면서 회계처리기준을 변경한 것이다. 이로써 에피스가 가지고 있던 미국 바이오젠의 콜옵션 부채 1조8000억 원 상당은 2012~2014년 회계에서 누락됐다가 회계기준 변경으로 되려 4조5000억 원의 가공의 이익으로 전환된다.
홍 위원은 "현재 삼바의 주가가 높아졌지만 지금 높아진 주가로 이전의 상황이 정당화되지 않는다"며 "2015년의 이익은 근거가 매우 부실한 회계평가보고서로 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룹 차원에서 이뤄진 조직적 증거인멸 작업
김남근 참여연대 정책위원은 "분식회계가 발생한 삼바나 에피스가 아니라 삼성전자 사업지원 TF 지시에 의해 조직적인 증거인멸이 이뤄졌다"며 "이 모든 것은 그룹 경영권 승계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총수 개인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이 말하는 삼성전자 사업지원 TF는 박근혜 정권 국정농단 사건을 계기로 삼성그룹의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이후 사실상 미전실의 역할을 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TF는 삼성쩐자와 별개의 독립된 회사인 삼바와 그 자회사인 에피스에 증거인멸을 지시했다. 에피스 상무는 이러한 지시에 따라 '부회장 통화결과', '바이오젠사 제안 관련 대응방안(부회장 보고' 등의 2100여개 파일을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그치지 않고 삼성그룹은 분식회계 의혹을 조사하던 금융감독원이 '바이오시밀러 사업화 계획' 문건 제출을 요구하자 변호사들과 상의해 문건 작성자를 미래전략실 바이오사업팀에서 삼바 재경팀으로, 작성시점은 2011년 12월에서 2012년 2월로 조작해 제출하기도 했다.
이와 같이 에피스 콜옵션 부채 1조8000억 원의 고의 누락 등 분식회계를 기획하고 이를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그후 증거조작이나 증거인멸을 여러 차례 조직적으로 자행했다는 혐의로 이미 삼성전자 사업지원 TF 임원들이 유죄판결까지 받은 상황이다.
김 위원은 "이렇게 그룹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증거를 인멸하고 조작했기 때문에 구속영장 발부 사유는 충분하다"며 "기업범죄를 저지르면 제대로 처벌받는다는 인식이 총수들에게 심어져야만 다른 범죄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엄정한 처벌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번 구속영장청구는 검찰이 영장을 발부받기 위해 명확한 부분에만 청구한 걸로 보인다"며 "△국민연금에 조 단위 피해를 입힌 업무상 배임죄에 대한 공범 △의도적 사업축소 등 비정상적인 경영으로 삼성물산에 피해를 입힌 배임혐의 △2015년 에버랜드의 비정상적인 공시지가 폭등에 대해서도 수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