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대한 구속 영장이 기각된 가운데 피해자가 공식 입장문을 내고 "사죄한다던 70대 오 전 시장은 본인의 말처럼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시기 바란다"며 합당한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피해자를 지원하고 있는 부산성폭력상담소는 4일 '2차 가해 중단 촉구 및 구속 영장 기각 관련 피해자 입장문'을 발표했다.
피해자는 입장문을 통해 "영장실질심사에서 나온 오 전 시장의 주장에 큰 충격을 받았다. '혐의는 인정하지만, 기억은 나지 않는다'는 말의 모순에서 대형 로펌의 명성을 실감한다. '집무실에서 일어난 사건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면서도 '폭언이나 업무상 위력은 결코 없었다'는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궁금하다"고 밝혔다.
이어 "사퇴 회견 당시 '경중을 떠난 5분'을 강조하며 구국의 결단을 하는듯한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지금은 두려움에 떠는 늙은이일 뿐'이라는 말을 남긴 데 세상에 대한 회의감마저 느낀다"며 "사실 저는 떠올리기만 해도 구역질 나는 그날 그 집무실에서 시간이 얼마나 흘러갔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범행의 경중과 전혀 상관없는 그 시간을, 기억을 잃은 분께서 사퇴 회견 당시 어떻게 그리 정확하게 인지하셨는지 궁금할 따름이다"며 "오 전 시장에게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향후 재판에서는 최소한의 합리적 반론으로 대응해주셨으면 한다. 그것이 피해자인 저를 비롯해 이 사건에 관심 가져주시는 모든 분들에 대한 예의일 줄로 안다"고 요구했다.
특히 "구속영장 기각 전 유치장에서 가슴 통증으로 40여 분 진료를 받으셨다고 들었다. 개개인의 고통을 계량하고 비교할 수는 없지만, 그보다는 심각한 상황인 듯한 환자의 입장으로 한말씀 드린다"며 "하루 15알이 넘는 약을 먹으며 수면제 없이는 한숨도 자지 못하는 저도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오 전 시장께서도 쾌차하셔서 잃어버린 기억도 되찾으시고, 앞으로의 재판에 성실히 임하실 수 있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또한 "사건 발생 후 지금까지 저는 오 전 시장의 직접적인 사과를 받은 적도 없고, 따라서 합의할 일도 없었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며 "전관 출신 변호사들을 선임해 '인지부조화'를 주장하는 사람에게서 사과의 진정성을 찾을 수 없다. '현실적인 해결'이란 말을 앞세워 저와 제 가족을 비롯한 제 주변 누구에게라도 합의를 시도할 시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피해자는 "모든 것은 본인의 잘못, 공직자로서 책임지는 모습으로 사죄한다던 70대 오 전 시장은 본인의 말처럼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시기를 바란다"며 "그것이 부산을 너무너무 사랑했다는 한 사람이 응당 갖춰야 할 자세가 아닐까 반세기 가까이 늦게 태어난 제가 감히 생각한다"고 오 전 시장의 합당한 처벌을 요구했다.
피해자의 입장문을 배포한 부산성폭력상담소는 오 전 시장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피해자의 피해 회복, 권력형 성폭력에 대응하기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결성했으며 오는 9일 출범식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다양한 활동을 펼쳐나간다고 전했다.
한편 오 전 시장에 대한 지난 2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됐으나 부산지법은 "사안이 중하지만 불구속 수사 원칙과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고 주거가 일정해 도망의 염려가 없다"며 검찰이 청구한 구속 영장을 기각했다. 이 과정에서 오 전 시장 측 변호인은 '인지부조화'로 범행 당시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부산지역 여성계에서는 연일 성명과 기자회견을 통해 "법원은 범죄자 오거돈을 당장 구속하고 처벌하라"는 등 엄중한 처벌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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