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이 29일 새벽 또다시 사드 장비를 성주 사드 기지에 '기습' 배치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 국방부는 "성주기지에서 근무하는 한미 장병들의 근무 여건을 개선하고 일부 노후화된 장비 교체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성주 사드 기지에 있던 운용 시한이 넘은 요격미사일을 똑같은 종류로 동일한 수량으로 교체했다"며 "개량 성능과는 상관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매우 유감스럽고도 우려되는 것이다. 우선 이번 기습 배치는 코로나 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2차 유행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강행됐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다시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는데, 정작 방역에 모범을 보여야 할 한미 당국이 수천 명의 사람들이 밀집될 수밖에 없는 사드 기습 배치 작전을 강행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주민 여러 명이 다치기도 했다.
국방부는 "장병들이 생활하는 시설 상태 등을 고려할 때 시기적으로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며 불가피성을 강변하고 있지만, 이 역시 설득력은 별로 없다. 사드 기지 내 장병 숙소 개선 공사는 작년부터 진행되었고, 공사에 반대하는 주민들과의 마찰을 고려해 공사 장비와 자재를 헬기로 수송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육로 수송을 강행했다.
단순 교체인가, 추가 배치인가?
여기서 주목할 점은 "요격미사일을 똑같은 종류로 동일한 수량으로 교체"한 것이고, 이는 "개량 성능과는 상관이 없다"는 국방부의 설명이 사실과 부합하느냐는 것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미사일 발사대가 새로 기지에 들어가지는 않았으며, 국내에 반입된 사실도 없다"고 말했지만, 사드 발사대와 거의 동일한 차량 2대가 사드 기지로 진입하는 것과 함께 "운용 시한을 넘은 요격미사일"을 실은 차량 2대가 빠져나간 것이 확인됐다.
일단 요격미사일 교체가 이뤄진 것은 맞지만 추가 배치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와 관련해 미국 국방부의 계획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올해 2월 10일 존 힐 미국 미사일방어청(MDA) 청장은 3단계 사드 성능 개량 계획을 밝히면서 1단계로 "사드 발사대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는 사드 발사대를 추가로 반입해 다른 지역에도 배치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특히 "우리는 이 능력을 시험하고 입증해왔다"며, 조만간 사드 발사대 추가 배치를 강력히 시사했었다.
이러한 입장에 비춰볼 때, 미국이 성주 기지에서 교체한 노후 장비를 개보수해 다른 지역에 배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 본토에서 사드 운용 개시 시점이 2013년이라는 점에서 무기 수명이 다 되었는지도 불분명한 상황이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한미 군 당국의 행보가 사드 정식 배치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씻을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요구가 있었더라도 문재인 정부는 일반환경영향평가가 끝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이번 조치에 동의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미국의 요구를 하나둘씩 들어주다 보면 환경영향평가 이후 정식배치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한중관계도, 남북관계도 걱정이다
이번 기습 조치는 미중간의 갈등이 격화되는 와중에 일어났다는 점에서 한중관계에도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박근혜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과 일부 장비의 기습 배치, 그리고 사드 배치 재검토를 약속했던 문재인 정부마저도 2017년 9월에 임시배치를 강행하면서 한중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었다.
다행히 문재인 정부가 "사드를 추가 도입하지 않고 미국 주도의 미사일 방어체제(MD)에 참여하지 않으며 한미일 삼각동맹을 추구하지 않겠다"는 3불 입장을 밝히면서 한중관계는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그런데 이번 조치로 인해 한중관계의 불확실성이 고조될 우려가 커졌다. 한중이 양국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방한을 협의하고 있는 와중에 이뤄졌기에 더욱 그러하다.
남북관계를 포함한 한반도 정세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올해 들어 북미관계에 구속되지 않고 남한 독자적으로 남북관계를 회복시키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피력해왔다. 지난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압승을 거두고 K-방역에 힘입어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고공 행진을 하면서 남북관계 개선을 조심스럽게 점치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러나 가랑비에 옷 젖듯 사드 배치가 정식화되면 남북관계 제로 상태가 장기화될 우려도 커진다. 남한 정부가 한편으로는 남북교류협력을 제안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역대급 군비증강과 한미연합군사훈련 지속에 이어 사드 배치에 동조하고 있는 것에 대해 북한이 양해하고 넘어갈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사드 배치는 5월 하순에 나온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4차 확대회의의 논의 결과와 연결시켜 볼 필요가 있다. 중앙군사위에서는 "나라의 핵전쟁 억제력을 더한층 강화하고 전략무력을 고도의 격동상태에서 운영하기 위한 새로운 방침들이 제시되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국내 언론과 전문가들은 '내부 결속용', '대미 압박용'과 같은 분석을 내놨다. 하지만 이는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다.
나는 최근 펴낸 <한반도의 길, 왜 비핵지대인가?>라는 책에서 최강의 공격 능력을 갖춘 한미동맹이 사드를 비롯한 MD를 강화할수록 북한은 핵 능력 강화와 함께 '경보 즉시 발사'(launch on warning) 태세를 갖추려고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잃느냐 사용하느냐'는 딜레마에 처한 북한은 유사시 미사일의 즉각적인 발사 태세를" 갖추어야 전쟁 억제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을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북한의 중앙군사위원회에서 이렇게 해석할 수 있는 논의 결과가 나왔다. "고도의 격동상태"가 바로 경보 즉시 발사 상태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군사논리상 한미연합전력의 공격력 및 MD 강화에 대한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북한은 이번 한미 당국의 사드 관련 조치를 보면서 중앙군사위 논의 결과를 가속화 할 가능성이 높다. 군비경쟁 격화와 군사적 긴장이 우려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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