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 혈세 들어간 한진·금호, 오너 일가는 코로나 위기 고통 분담했나

[기고] 코로나와 대기업의 유동성 위기, 그리고 그들의 도덕적 해이

국제경영이라는 학문영역을 공부하다 보면 많은 기업의 성공이나 실패사례들을 접하게 된다. 예를 들어, 항공사의 경우를 살펴보면, 이 산업은 일반적으로 환율과 같은 환경적 영향이 기업의 성공과 실패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데, 그 이유는 항공 산업이 주로 해외와 유기적으로 관련된 업종이기에 타국 통화와의 교환 비율인 환율이 수익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환율이 계속적으로 하락한다고 가정해보자.

원화 강세 흐름이 지속되면 항공사는 두 가지 상반된 측면의 상황에 놓이게 된다. 원화가 강세이면 똑같은 외화를 환전해도 더 적은 원화를 손에 쥐게 되기에 한국으로 여행을 오는 외국인 관광객 수는 감소하는 반면, 해외로 여행을 가는 한국인 관광객 수는 역으로 증가하게 된다. 실제로 엔저 현상(즉, 엔화 대비 원화의 강세)이 만연했던 2012년 대한항공의 영업이익은 3224억 원이었는데, 이즈음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 관광객 수는 매월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이상의 감소율을 보이며 급감했다고 한다. 이와 반대로, 원화 강세는 국내 여행객의 해외여행 수요를 증가시키기도 한다. 한 증권사의 분석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내국인 출국자 증가에 따라 145억 원의 영업이익이 발생하며, 달러 매출과 비용의 차이에서 131억 원의 영업이익이 증가한다고 한다. 그럼 보다 더 최근 실적을 알아보기로 하자. 2019년 대한항공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6.4% 감소하긴 했으나, 여전히 2909억 원의 흑자를 시현했다고 한다. 그런데 당연한 얘기지만, 지금껏 논의한 환율은 여러 가지 예시의 하나일 뿐, 대한항공의 혹자 혹은 손실 발생에 기여하는 요소가 비단 환율만은 아닐 것이다. 무수히 많은 외부 영업환경들이 영향을 미치게 되며, 2019년을 생각해봐도 무역 분쟁, 일본에 대한 불매운동, 그리고 홍콩사태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되었다고 봐야 한다. 최근 코로나 사태도 이러한 외부환경의 하나일 뿐이다.

만일 대한항공이 대한민국의 국적기라는 점에서 영업이익이 발생하면, 이익을 국가에 환원하는가? 이런 질문을 던지면 많은 사람들이 제게 제정신을 갖고 하는 질문이냐고 질타할 것이다. 왜냐하면 대한항공은 대한민국의 국적기이기 이전에 민간 기업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거꾸로 손실 폭이 확대되어 유동성 문제를 겪는 경우는 어떠한가?

얼마 전 언론의 기사를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으로 경영 위기를 겪고 있는 대한항공에 1.2조 원, 아시아나 항공에 1.7조 원에 이르는 긴급 자금을 각각 투입한다는 뉴스를 접한 바 있다. 유동성 위기에 놓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은 이번 지원으로 현금을 확보함으로써 일단 한숨을 돌리고 급한 불은 끈 모양이다.

그런데 이런 소식을 들을 때마다 정말 의아함을 감출 수 없다.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운영하는 기업이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 그 책임은 온전히 경영을 잘못한 재벌총수와 주주의 몫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두 기업(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오너 일가는 얼마나 많은 고통 분담을 함께 했는지 묻고 싶다. 대한항공이 이 지경이 되었을 때 과연 오너 일가는 사재를 출연하는 등 기업의 위기 극복을 촉진하기 위한 최소한의 성의와 노력을 다했는가? 심지어 한술 더 떠 금호그룹 직원들과 주력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지난해 희망퇴직 압박을 받았고, 얼마 전엔 사업이 정상화될 때까지 무급휴직을 연장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고통을 받고 있음에도, 이 와중에 그룹 오너이자 전직 회장인 박삼구 회장은 64억 원에 이르는 거액의 보수를 받아 챙겼다고 한다. 엄청난 도덕적 해이가 아닐 수 없다.

최근 석유 가격의 하락으로 인해 정유 업계 또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고, 1.4조 원에 대한 세금 납부를 3개월 유예키로 해줬음에도, 납세 유예가 아닌 감면을 호소하고 있다는 신문 기사를 보았다. 우리나라 대기업의 도덕적 해이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우는 소리하면 젖 주고, 우는 소리 하면 젖 주고 해왔던 관행이 그들로 하여금 이익이 나면 이익은 자신들의 돈, 반면 손실이 과해지면 정부에서 어떻게 도와주겠지 하는 비윤리적인 기대를 하게끔 하는 이유가 된 것은 아닌지 총수 일가에게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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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일

한국외대 경영학과에서 국제경영을 가르치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경제연구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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