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이 전세계에 '경제위기 대비 군비 10% 절감' 제안한다면?

[정욱식 칼럼] 문 대통령의 특별 연설을 기대한다

"지금은 무기 생산과 거래를 계속할 때가 아닙니다. 사람들을 돕고 생명을 살리는 데에 사용되어야 할 막대한 돈을 낭비할 때가 아닙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2일 부활절을 맞아 특별연설을 통해 "전세계적인 휴전"과 군사비 감축을 호소하면서 한 말이다. 이에 앞선 3월 23일에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역시 "바이러스의 분노는 전쟁의 어리석음을 설명해주고 있다"며 "지금이야말로 무력 갈등을 봉쇄(lockdown)하고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는 진짜 전쟁에 맞서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그는 4월 3일에도 "오늘날 우리의 세계에서 전쟁은 오로지 하나만 있어야 한다. 그것은 바로 코로나19와의 전쟁"이라고 강조했다.

교황과 유엔 사무총장의 호소는 인류 사회가 추구해온 ‘불편한 진실’에 대한 직시에서 비롯된다. 그것은 바로 대다수 국가들이 ‘인간 안보’를 도외시하면서 ‘군사 안보’를 신성시해온 삐뚤어진 안보관이다. 올해 전세계 군사비는 1조 8000억 달러에 달하고 이 가운데 G20 국가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82%이다. (☞ 관련 기사 : 미사일 만들 돈 넘치는 세계, 인류는 정작 코로나에 죽어간다)

만약 이 가운데 10%만 줄여서 보건·의료를 비롯한 사람들의 안전과 생명을 구하는 데 사용한다면 우리 인류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까? 교황과 유엔의 호소는 이 질문에 대한 인류사회의 답변을 요구하고 있다.

나는 한국이 이에 대한 답을 내놓길 간절히 희망한다. 우리는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확진자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전세계에서 고립될 위기에 처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의 민주적이고 투명한 통제, 보건의료진의 헌신적인 노력, 시민들의 자발적인 협력이 어우러지면서 세계적인 방역 모범 국가로 칭송받고 있다. 한국을 외면했던 많은 나라들이 한국에게 도움을 요청할 정도로 말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위기에 시대, 문재인 대통령이 가장 강조해왔던 정신이 바로 "과감한 상상력"이다. 그 상상력을 동원해 문 대통령이 아래와 같은 메시지를 국민과 세계에 발신해주길 바란다.

"저는 교황과 유엔의 호소, 무엇보다도 전례 없는 위기에 처한 인류 사회의 현실을 직시하면서 다음과 같이 결정하고 전세계에 동참을 호소합니다.

먼저 우리 한국부터 연합훈련을 포함한 큰 규모의 군사훈련을 중단할 것입니다. 또한 올해 국방비를 10% 절감하는 것을 포함해 저의 임기동안 국방비를 매년 10%씩 줄여갈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당초 정부가 계획했던 것보다 25조원의 국방예산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절감한 예산을 우리 국민뿐만 아니라 도탄에 빠진 세계 시민들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사용할 것입니다. G20 국가들을 비롯한 세계 각국 정부들과 지도자들도 함께 해주십시오.

저는 또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에게도 협력을 요청합니다.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성공하고 세계적인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생산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요구됩니다. 이 사이에 마스크를 비롯한 방역 물자의 부족 현상을 해결하는 데에 국제사회가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남북한이 함께 가동했었던 개성공단이 큰 힘을 보탤 수 있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개성공단에서 최소한 이러한 방역물자를 생산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제재 예외를 인정해줘야 합니다. 안보리가 조속히 호응한다면 남북한은 인류에게 가장 절실한 공공재를 생산해 공급할 것입니다. 안보리가 이러한 결정을 내린다면 북한도 함께 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의 우수한 방역 능력은 개성공단에서 가장 안전하게 남북한과 국제사회가 필요로 하는 방역 물자를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준비되어 있습니다. 국제사회의 동참을 강력히 호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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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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