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끌이혁명과 TK패권주의의 몰락

[이충렬의 정권+교체] '쌍끌이 혁명시대'의 개막

1. TK패권주의의 몰락

6월 13일 실시된 지방선거에 대해 일부언론은 '보수의 패배' 또는 '보수의 궤멸적 참패'라고 규정하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을 지칭한 말이다. 그 기조에서 보수의 재편이나 재건을 운위하고 있다.

그들이 광역과 기초를 막론하고 궤멸적 패배를 당한 것은 맞다. 그렇지만 이번 선거의 의미를 정확하게 포착하기 위해서는 보수라는 용어보다 'TK패권주의세력의 몰락'이라는 관점이 상황을 더 명료하게 이해시켜 줄 것이다.

이번 자유한국당의 패배는 2006년 열린우리당의 패배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당시는 개혁세력이 내분과 기득권세력의 역공 앞에 패배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수구세력이 시대의 대세를 거스르다 참패한 선거다. 따라서 이번 패배는 냉전수구세력 내지는 극우세력의 존립자체가 무너지는 전환기적 의미를 띄고 있다.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에 뿌리를 두고 있는 자유한국당은 지난 70년간 대한민국에서 주류의 지위를 누렸던 세력이다. 아니 더 넓혀서 이야기한다면 남북한이 군사적으로 대결하는 냉전시대에 한반도 차원에서 패권적 지위를 남용해왔던 세력이다.

그랬던 그들이 이번에 궤멸적 참패를 당했다.

이번 패배는 '병가의 상사'가 아니다. 자유한국당은 두 개의 전선에서 참패했다.

하나는 촛불혁명으로 일컬어지는 개혁민심을 받드는데 완전히 실패했다. 두 번째는 전쟁이냐 평화냐의 선택에서 평화를 바라는 민족의 간절한 염원을 거부함으로서 시대 흐름에서 이탈했다.

촛불민심이 바라는 모든 개혁에 대해 발목을 잡았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말을 아무리 해주어도 그들은 빨갱이사냥을 멈추지 않았다.

이들의 시대착오적인 수구적 정치행태는 보수의 본류로 일컬어지는 강남의 시장보수로부터도 사형선고를 받았다.

이 모든 패배중에서도 가장 의미심장한 것은 부울경의 완패였다. 그들이 전가의 보도로 활용했던 '호남을 주적으로 삼아 TK와 PK를 연합시키는 지역이간책' 구도가 산산이 부서진 것이다. 1990년 3당합당이래의 집권구도가 파산했다.

자유한국당으로 상징되는 TK패권주의세력의 본질과 행태를 추적해보자.

2. 친미사대주의·종북몰이·지역이간책

박정희가 주도한 5.16쿠데타에서 시작되어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을 거쳐 박근혜까지 이어온 TK패권주의 세력은 3가지 집권전략을 기초로 삼아왔다.

그 첫째가 친미사대주의 노선이었다. 그들에게 미국은 단순한 동맹이나 우방이 아니었다. 조선시대의 중화사대주의를 능가하는 사대주의의 대상이었다. 한미동맹은 대한민국의 오늘을 이룬 중요한 기반이다. 그러나 이들은 오직 미국이라는 프리즘을 통해서만 세계를 바라보고 스스로의 판단이나 힘으로 생존을 개척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미국에 의존하는 철저한 사대주의 노선으로 대한민국을 지배했다.

둘째는 시도때도 없는 '종북몰이'의 매카시즘이다. 군사독재시절에는 반공법과 국가보안법으로 국민을 속박했었다. 민주화가 시작된 이후에도 이들은 자신들과 다른 일체의 사상과 세력에 대해 무조건 '친북세력'이나 '종북세력'이라는 딱지를 붙여 정치적으로 탄압해왔다. 비록 육체적 고문은 없어졌어도 사상적 고문은 이 땅에서 일상적 행위로 살아남았다. 미국에서도 사라진 매카시즘에 이들은 너무도 깊이 중독되어 치료가 불가능하다.

셋째는 지역주의로 불리우는 지역이간의 정치공학이다. 병법에 '반간계(反間計)라는 용어가 있다. 우리 역사에서 대표적으로 기억되는 반간계는 임진왜란당시 일본군이 조선 조정을 이간시켜 수군 제독 이순신을 백의종군시킨 사건을 들 수 있다.

박정희가 키운 전두환을 우두머리로 하는 영남군벌은 일찍이 1980년 광주학살사태를 일으켜 호남민을 적대세력으로 만들었다. 이어 87년 민주세력이 대선후보를 둘러싸고 분열하자 이들은 호남과 PK의 민주세력을 이간하는 공작 정치에 총력을 기울였다.

김영삼이 호남에 유세가면 정체불명의 깡패들이 돌덩이를 던지고, 김대중이 경남에 유세가면 폭도들이 들이닥쳐 유세장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호남과 PK의 정치 지도자들 뿐아니라 대중 차원에서도 서로를 증오하게 만들었다.

반간계의 피날레가 1990년의 3당합당이었다. TK군벌세력을 성골로, PK의 YS세력을 진골로 하는 집권세력을 형성하여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주류로 행세해 왔다.

TK세력의 이 '지역반간책'은 우리 정치사에서 가장 성공한 정치공학으로 평가받는다. 이들이 얼마나 성공적이었느냐하면, 민주화운동의 같은 뿌리였던 PK의 대중들이 민주화운동의 파트너였던 호남에 적대적인 3당합당을 기꺼이 수용하게 만들었고 호남의 민주화세력으로 하여금 TK보다 PK민주화세력을 더 적대시하게 만들었다.

'영남패권주의'라는 용어 자체가 성공적이었다. TK세력은 그 용어뒤에 숨어 자신을 드러내지않고 성골로서의 권력을 행사해왔다. 마침내 이번 선거로 호남에 적대적인 TK와 PK의 지역차별적인 정치연합이 깨어지게 된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그의 동지들이 중심이 되어 지난 30년 동안 뿌린 씨앗이 마침내 TK패권주의를 밀어냈다. 이제 민주화세력은 반간계의 극복이 가능해졌다.

3. '쌍끌이 혁명시대'의 개막

한 개도 아닌 두 개의 혁명이 동시에 한반도에서 진행중이다. 촛불혁명과 문재인 민주정부의 출범, 그리고 올해들어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시작으로 한 평화체제로의 전환은 촛불혁명과 평화혁명으로 일컬어질 만하다.

6월항쟁과 촛불혁명을 거치면서 우리는 마침내 우리의 내재적인 힘으로 내부의 혁명을 추진할 동력을 갖게 되었다.

또한 1945년 미국과 소련의 분할점령을 받으면서 오늘의 분단구조가 시작되었다면, 이번에는 남과 북이 주도적으로 주변 강대국을 설득하면서 냉전체제를 해소하고 평화체제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안팎에서 '쌍끌이혁명'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지방권력지도를 단숨에 뒤집은 이번 지방선거야말로 이 두 혁명의 연장선상에 있지않았다면 불가능하지 않았겠는가?

해방직후 우리의 대중들은 어리둥절했고, 정치지도자들은 시대의 흐름을 따라잡지 못했다. 결과는 점령군의 지원을 받는 정권의 출현이었고, 전면적인 내전으로 귀결되었다.

과연 이번에는 다를 것인가?

한국전쟁이래 한반도에는 3개의 세력이 각축전을 펼쳐왔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으로 이어지는 민주화세력이 그 하나이고, 박정희-전두환-노태우-이명박-박근혜로 이어지는 TK패권주의 세력이 둘이고,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조선노동당 세력이 그 셋이다.

조선노동당을 대표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선대의 유훈통치와 결별하고 경제건설 제일주의를 골간으로 하는 신노선을 채택하여 냉전구도 해체라는 새로운 시대조류에 앞장서고 있다.

문재인대통령을 대표로 하는 민주세력은 촛불혁명의 뜻을 이어받아 민주주의와 평화라는 시대적 과제를 풀기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TK세력은? 답이 보이지 않는다. 그들이 안으로는 적폐청산을 원하는 촛불민심과 밖으로는 냉전구조의 해체라는 시대적 과제를 인식하지 않는한 보수의 혁신이나 재구성은 언감생심이다. 역사의 급류에 떠내려 갈 것이다. 과연 TK패권주의와 결별한 새로운 보수세력이 나올 수 있을까?

4. 촛불민주평화세력의 과제

그러면 민주평화세력은 이번 선거이후 탄탄대로를 걸을 것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우리는 반대세력을 정치적으로 숙청할 수 있는 전체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계속되는 선거를 통해 끊임없이 민심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수면위의 보수 세력은 궤멸적 패배를 당했다. 2년 뒤 총선에도 그럴 것인가? 그럴 수도 안 그럴 수도 있다. 정치 주체들이 어떻게 하기에 달린 것이다. 수구반동은 언제라도 되돌아올 수 있다.

수면 밑 보수세력의 기반은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이터가 있다. 리서치뷰는 정기적으로 전현직 대통령에 대한 호감도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6월 9-10일 실시된 가장 최근의 조사에 의하면 문재인 대통령(33%), 노무현 대통령 (21%), 김대중 대통령 (9%)이고 박정희 대통령 (26%), 김영삼·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은 각 2%였다. 즉 민주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 총합은 63%이고 TK계열 대통령들에 대한 지지도 총합은 32%였다.

촛불혁명 전이나 후에도 대략 6:4 정도의 판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보수가 대동단결하고 민주진영이 분열하면 언제라도 보수반동이 올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수치라 할 수 있다. 보수의 지리멸렬에 기대는 반사이익만 노려서는 안될 것이다.

보수반동의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① 문재인정부의 민생관리능력과 혁신성장의 가시적인 실적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② 문재인정부의 소통자세가 초심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③ 범민주세력의 대동단결이 필수불가결하다. 비록 최저임금과 같이 우리 내부에 이견이 있다손 치더라도 대승적으로 단결할 필요가 있다. 일본제국주의에 대항하기 위한 국공합작과 같은 자세가 필요하다. 쌍끌이 혁명을 성공시키는 것보다 더 큰 과업이 있겠는가?

④ 민주당을 비롯한 민주평화세력이 2020년 총선에서도 압승을 거둘 수 있도록 기반을 단단히 다지고 외연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 특히 민주당은 최근까지도 호남세력과 PK세력이 분열되었음을 기억하고, 민주당이 호남정치의 혁신을 통해 명실상부한 민주세력의 총본산으로 업그레이드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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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렬

『박정희 김대중 김일성의 한반도 삼국지』(2015년, 레디앙) 저자. 1957년 출생. 유신시절 민주주의 운동에 평생 헌신할 것을 맹세, 민주화운동·노동운동·정당활동에 참여하고, 김대중·노무현정부에서 미관말직을 지냈다. 2012년 대선이후 당대에 대한 기대를 접고 강화도에 귀촌, 언젠가 이 땅에 사필귀정(事必歸正)의 역사가 꽃피는 날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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