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현장 주변 주민의 시정 요구가 '악성 민원'이라고?

[기고] 개발만능주의에 제동을 걸어야

요즘 들어 단독주택을 리모델링해 예쁘게 꾸몄다며 사진과 함께 홍보용으로 소개하는 기사들을 자주 보게 된다. 현대 생활에서 더욱 자연과 격리되고 있는 사람들에게 당연히 호기심이 많을 수밖에 없는 내용이다.

그런데 그 기사들에는 건축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웃 주민들의 이른바 '악성 민원', '막무가내 민원' 등의 얘기들이 소개된다.

공사 현장의 끊임없는 소음, 먼지, 진동... 그것은 삶의 환경 파괴다


그러나 역지사지,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자. 공사를 하게 되면 우선 기존 건물을 부수느라 엄청난 먼지와 소음이 발생한다. 그리고 땅을 파고 실어 나르기 위해 엄청나게 큰 대형 덤프트럭이 하루에도 수십 번 집 주변을 오르내린다. 흙을 가득 실은 그 대형 덤프트럭이 지나다니면 길에서 멀리 떨어진 집도 크게 흔들린다. 곧이어 돌과 쇠를 갈아대는 전동드릴의 날카로운 소음은 온종일 고막을 심하게 자극하고, 그로 인한 분진이 쉼 없이 괴롭힌다. 땅을 파거나 콘크리트를 파괴하는 기계의 "따따따" 하는 거대한 굉음은 며칠에 걸쳐 아예 심장까지 두드린다. 코를 찌르는 페인트 시너 냄새도 견뎌야 한다. 그것은 심각한 발암물질이기도 하다. 찜통 더위의 여름철에 창문도 열지 못한다.

더구나 건축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딱 한 번뿐이겠지만, 이러한 공사는 주변 곳곳에서 사시사철 계속해 이어진다.

이러한 '고충'을 전달하고 그 시정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도 정당한 요구이자 당연한 권리이다. 그것을 '막무가내 민원'이나 '억지 민원'으로 격하하는 것은 그야말로 본말전도다. 아마 '억지'니 '막무가내' 운운하며 그렇게 주장하던 사람들이 그러한 상황에 놓이게 되면, 십중팔구 하루도 참지 않고 난리를 낼 게 틀림없다.

'파괴적'이고 '오만한' 시각의 건축

내가 살고 있는 동네의 조그만 단독주택을 한 건축사무소가 매입해 건물을 지었다. 그런데 그들은 본래 모란꽃이 예쁘게 피어있던 조그마한 정원을 모두 시멘트로 덮었다. 마당은 철저히 시멘트가 발라진 주차장일 뿐, 한 줌의 흙도 보이지 않는다. 건물 전체는 모두 백색 페인트로 칠했다. 또 마을 다른 골목길 쪽에는 기존 단독을 헐어내고 디자인사무소가 새로 지어졌다. 건물 전체를 회색으로 칠한 3층의 높다란 구조이다. 이 건물 때문에 그 동안 멀리 아름답게 볼 수 있었던 북한산도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고 그림과 같던 스카이라인도 사라졌다.

아마도 그러한 방식의 건축을 자신들은 조형미를 갖춘 현대적 건축으로 인식하고 있을 것이지만, 나는 그것을 '파괴'와 '오만함'이라고 생각한다. 그것들은 인간의 삶과 자연에 대한 이해가 지극히 부족한 '반자연적'이고 '비인간적' 방식일 뿐이다. 그러한 방식의 건축 때문에 마을의 정겨운 풍경은 사라지고 자연은 속절없이 파괴된다.

타인에 대한 배려가 없이 오만으로 충만된 건축의 시각과 관점은 그만 바뀌어야 한다.

환경과 공존 그리고 타인에 대한 배려가 존중되는 지역공동체가 돼야

단독주택의 리모델링이나 구조 변경은 오히려 지금보다 더욱 어려워지고 '애로'가 많아야 한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말이 유행어가 되고, 이 나라 어린이들의 장래 희망이 건물주로 된 지금, 바야흐로 우리의 삶터는 개발과 공사와 탐욕으로 얼룩지고 있다. TV에는 대규모 재개발 아파트 공사로 근처 초등학생들의 수업에도 커다란 지장을 받는다는 뉴스가 이어진다. 학생들의 통학로도 막히고, 학생들은 천식 등 기관지질환과 눈병 등 각종 질환으로 고생한다.

그럼에도 '소음진동 관리법'에 규정된 일반적 규제 외에는 아무런 방안이 없다. 이렇듯 규제가 미비한 현실에서 행정기관은 대부분 건설회사의 손을 들어줄 뿐이다.

일본의 경우, 단독주택을 리모델링하거나 구조를 크게 바꿀 경우 반드시 주변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법률 규정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파트의 경우에는 그 유사한 규정이 있지만(이 역시 강제 규정은 아니지만) 단독주택의 경우에는 아무런 규정도 없다. 내가 각급 행정관청에 '이런 규정이 필요하다'고 민원을 냈지만 '당연히' 전혀 미동도 없다.

이제 그만 개발지상주의와 건설 일로매진주의로부터 결별할 때이다. 관련 규정도 하루바삐 마련돼야 한다. 오로지 개발만 존재하고 건설만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의 미래는 곧 탐욕이고 파괴이다.

우리가 숨을 쉬고 삶을 영위해나가는 삶의 터전으로서의 지역과 마을이 환경과 공존 그리고 타인에 대한 배려가 존중되는 공동체로 되는 그날이 조속히 다가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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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준섭

1970년대말부터 90년대 중반까지 학생운동과 민주화 운동에 몸담았으며, 1998년 중국 상하이 푸단(復旦)대학으로 유학을 떠나 2004년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일했다.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2019), <광주백서>(2018), <대한민국 민주주의처방전>(2015) , <사마천 사기 56>(2016), <논어>(2018), <도덕경>(2019)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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