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은 왜 더 많이 아픈가?

[6.13선거, '건강불평등'을 말하다] 건강불평등, 무엇이 문제일까?

한국건강형평성학회는 613 지방선거에서 건강불평등이 주요한 정책이슈로 다루어지기를 희망하며 건강불평등 정책의제화를 위한 다양한 활동들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의 일환으로 시민들의 건강불평등에 대한 이해를 돕고, 문제 해결에 관심을 기울일 수 있도록 네 종류의 카드뉴스를 제작하였습니다. 각각의 카드뉴스 주제는 "건강불평등, 무엇이 문제일까", "대한민국 건강불평등 현주소", "건강불평등 어떻게 해결할까", "지방자치시대의 건강불평등, 지방정부는 무엇을 할 수 있나?"입니다.


6월 13일 지방선거일 전까지 한국건강형평성학회는 건강세상네트워크와 함께 각 주제별 카드뉴스 내용에 대한 간략한 기사를 게재합니다. 기사는 한국건강형평성학회에서 작성하며, 카드뉴스 주제별로 네 차례에 걸쳐 게재될 예정입니다.

소득수준에 따른 기대수명의 차이, 불평등이 아니라 당연한 결과?

한국건강형평성학회가 3월 26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국민을 소득 수준별로 5개 집단으로 나누어 각 집단별로 기대수명을 구했을 때, 가장 소득이 높은 집단과 가장 소득이 낮은 집단 간의 기대수명 차이는 6.6년으로 나타났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이 많은 사람들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보다 더 건강하고 오래 산다는 것을 막연하게나마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차이가 6.6년이라는 구체적인 숫자로 제시된 것이 신선하기는 하지만 충격적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이렇게 묻고 싶을 겁니다. 돈 많은 사람들은 좋은 음식을 먹고, 열심히 운동하고, 담배 안피고, 술 적게 마시고, 꼬박꼬박 건강검진 받고, 조금만 아파도 재깍재깍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는데 가난한 사람들보다 오래 살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 것 아니냐고, 한국건강형평성학회에는 이런 당연한 것도 모르는 사람들만 모여 있는 거냐고.

실제로 이 발표 자료에 대한 기사에 달린 댓글들 중에 저런 반응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저희는 되묻고 싶습니다. 왜 가난한 사람들은 몸에 좋은 음식을 가려 먹지 않고, 규칙적인 운동을 안하고, 담배를 끊지 않고, 술을 많이 마시고,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으러 가지 않고, 아파도 제때 병원에 가지 않는 걸까요, 혹시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것은 아닐까요? 그리고 건강수준이 단지 생활 습관과 의료 서비스 이용만으로 결정되는 것일까요?

건강불평등은 피할 수 있고, 불필요하며, 불공정한 차이

건강불평등은 건강수준 차이가 회피가능한 불필요한 차이인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판단에서 시작합니다. 사소한 질병에서부터 사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건강 결과들에서 인구집단들 간에 건강수준 차이가 발생합니다. 개중에는 피할 수 없는 것들도 있지만, 어떤 차이들은 사회적 개입을 통해 회피가 가능합니다.

열대 지방 아이들이 한국 아이들보다 말라리아에 더 많이 걸리는 것을 불평등하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열대지방에 말라리아 모기가 더 많으니까요. 그러나 간단한 모기장을 설치할 돈이 없어서 예방을 못한다면, 말라리아에 걸렸는데 돈이 없어 치료를 못 받는다면 불공평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건강불평등은 개인 간의 건강수준이 단순히 다르다는 뜻이 아니라, 이 차이는 피할 수 있고, 불필요하며, 불공정한 차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건강은 온전히 개인의 책임인가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다양합니다. 유전적 요인과 생활습관뿐 아니라 소득, 주거환경, 근로환경, 사회적 연결망 같은 사회적 요인도 중요합니다. 때때로 우리는 눈앞에 보이는 개인의 생활 습관과 건강의 관계에 집중하느라 정부가 상수도 관리를 통해 깨끗한 물을 공급하고, 대기 오염을 줄이기 위해 각종 규제를 시행하고, 안정적으로 식량을 공급하기 위해 시장에 개입하고, 안전한 의약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관련 산업을 통제하고, 감염병 유행을 막기 위해 질병 감시 체계를 가동하고, 노동자의 안전보건을 위한 정책을 실시하는 것이 우리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간과하기도 합니다.

건강불평등은 생물학적 요인부터 사회구조적 요인에 이르기까지 여러 요인들이 상호작용하여 나타납니다. 그러나 우연히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건강을 보호할 수 있는 자원과 건강에 해를 미치는 요인들이 사회적으로 불평등하게 분포하기 때문에 건강불평등이 생겨납니다. 개인이 처한 사회경제적 위치에 따라 위험에 대한 노출에서 차이가 발생하고, 노출로 인한 취약성에서도 차이가 발생합니다. 개인의 선택이라고 표현하지만, 사실은 자신이 위치한 사회적 환경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행동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가난한 사람들의 건강이 상대적으로 더 나쁜 것을 우연이나 개인의 선택으로 인한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흡연을 시작하는 계기, 폭음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사회적 환경, 질병에 걸렸을 때 본인이 처한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행동 유형 등을 고려할 때, 즉 건강과 관련된 행동이 사회적인 배경을 갖는다는 것을 이해할 때 비로소 설명이 가능합니다.

건강은 권리입니다

건강은 인간이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입니다. 경제적·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2조는 “모든 사람이 도달 가능한 최고 수준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향유할 권리”를 가지고 있음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고자하고 그럴 권리가 있습니다. 건강은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해 필수적이고 기본적인 요소입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야마티야 센의 표현대로 "건강은 인간 삶의 가장 중요한 조건 중 하나이자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잠재력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건강불평등의 발생은 인권과 인간 잠재력의 근원으로서 건강이 갖는 가치를 훼손하게 만듭니다. 따라서 건강 문제를 개인의 책임으로 떠넘기지 않고 사회적 책임으로 인식하고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우리의 기본권을 지키고 정의와 공정성이라는 가치를 회복하는 것입니다.

불평등한 사회가 불평등한 건강을 낳습니다. 건강불평등은 사회불평등을 드러내는 거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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