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동성애, 흡연보다 위험해" 혐오 발언

지난해 홍준표 발언 데자뷔…'신종 색깔론' 장착

자유한국당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가 '소수자 혐오' 정서에 올라탔다.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퀴어축제를 금지하고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서울시 학생인권 조례를 뜯어고치겠다는 것이다. 좀처럼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가운데, 보수 기독교계와 동성애 혐오 단체의 표를 겨냥한 행보로 보인다.

김 후보는 2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동성애 퀴어축제는 서울시 광장조례에 어긋나기에 허가하지 않겠다"며 "광장 사용조례를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바꾸어 건전한 광장문화를 만들겠다"고 했다. 김 후보는 서울시 학생인권 조례도 전면 재검토해 "조례 안에 있는 성적지향(동성애)·성별정체성(트렌스젠더) 등의 독소조항을 삭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김 후보는 지난 13일에도 서울시장 후보 유튜브 합동인터뷰에서 동성애 혐오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동성애는 담배 피우는 것보다 훨씬 위험하고 한 번 맛을 들이면 끊을 수 없다"며 "동성애로 에이즈만 늘어나고 몸은 망가지고 오래 못살고 평균수명이 단축된다"고 했다.

김 후보는 "동성애자들로 에이즈환자가 생기면 (그 환자를) 100% 다 의료보험에서 지원해주기 때문에 의료보험 재정이 엄청나게 고갈된다"며 "동성애를 해봐야 출산율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동성애를) 드러내놓고 서울광장에서 축제까지 할 만큼 자랑할 일이냐"며 "이렇게 나쁜 동성애를 서울광장에서 허용하는 일에 반대한다"고도 했다. 10여일이 지나 김 후보의 반동성애 발언이 공약으로 구체화 된 셈이다.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박선영 후보도 "학생 인권조례에는 정말 잘못된 조항들이 많다. 가장 좋은 것은 폐지이고 안 되더라도 전면개편해야 한다"면서 "미성년자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조례에 동성애 단어를 명시하는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선거철마다 정치권 일부에서 자극하는 소수자 혐오는 낯선 풍경이 아니다. 지난해 대선 때 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김 후보와 똑같은 말을 했다.

TV토론에서 홍 후보는 "동성애 때문에 대한민국에 에이즈 환자가 1만4000명 이상 창궐하고 있다", "군 동성애는 국방전력을 약화시킨다", "박원순 시장이 동성애 파티를 서울시청 앞에서 한다" 등 혐오 발언을 쏟아낸 뒤 문재인 후보를 향해 "동성애에 찬성하냐 반대하냐"고 집요하게 캐물었다. 동성애 찬반을 묻는 것 자체가 혐오라는 비판에도 아랑곳 없었다.

유독 자유한국당에서 소수자 혐오 조장 발언이 많은 까닭은 보수 기독교계와 동성애 반대 단체들의 외압이 한몫을 한다. 이들은 선거 때마다 각 후보 진영에 동성애 찬반 입장 표명을 촉구하며 여론전을 펴고 낙선운동까지 한다.

이들의 혐오 정서에 편승해 보수표를 긁어모아보려는 얄팍한 심리가 후보들을 파고든다. 정상적인 선거전으로는 당선 가능성이 희박한 후보일수록 소수자 혐오 발언이 더욱 거칠어진다. 종북 색깔론과 쌍벽을 이루는 신종 색깔론이다.

김 후보 등이 문제삼는 각 조례가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서울시 광장조례에는 서울시장은 서울광장을 사용하려는 신고자의 성별·장애·정치적 이념·종교 등을 이유로 광장 사용에 차별하면 안된다라는 항목이 2010년에 추가됐을 뿐이다.

2012년에 주민발의로 만들어진 서울학생인권 조례에는 '
학생은 성별, 종교,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지역, 출신국가, 출신민족, 언어, 장애, 용모 등 신체조건, 임신 또는 출산, 가족형태 또는 가족상황, 인종, 경제적 지위, 피부색,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병력, 징계, 성적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돼 있다. 일반적 인권 차원에서 그 어떤 부당한 차별에도 반대하는 '차별받지 않을 권리' 조항을 '독소조항'이라고 왜곡한 것이다.

한편 김 후보는 바른미래당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을 언급하며 보수 표심을 자극했다. 그는 "지금 당장 단일화를 할 만큼 유사점과 공통점이 별로 많지 않다"면서도 "큰 틀에는 (안 후보와) 단일화를 못할 게 없다"고 말했다.


전날 홍준표 대표가 "후보들끼리는 단일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단일화 물꼬를 터주자 단일화 발언 수위를 더욱 높인 것으로 보인다.

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는 이에 "단일화는 후보자가 하는 것이 아니라 유권자가 가능성이 높은 곳에 지지를 모아줘야 가능하다"며 "나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대결해 이길 수 있는 유일한 후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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