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여전히 '성조기'를 극복하지 못했다

[기고] 패배주의와 분단의 고정관념, 적대적 냉전사고 극복해야

이른바 '태극기 집회'에서는 언제나 성조기가 출현한다. 세계적으로 목격하기 힘든 집회 광경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성조기'를 극복하지 못하는 것은 비단 태극기 부대만이 아니다. 영어 조기교육 열풍에 의한 자녀들의 대규모 미국 유학 경험들은 젊은이들의 친미적 경향성을 '안정적으로' 강화시키는 요인의 하나로 평가될 수 있다. 또 북핵 문제로 인한 오랜 대치로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미국에 대한 의존도와 선호도는 지속적으로 높아져왔다.

미국이라는 요인이 우리에게 변수가 아니라 상수가 된지는 이미 오래다.

예를 들어, 중국을 보는 우리 사회 주류의 시각은 한 마디로 미국에서 중국을 공부한 학자들이 주도하는 '미국의 시각에 의한 중국'이다. "북핵 문제에서의 중국 책임론"은 미국에 의해 주입된 시각의 대표적 사례이다. 이른바 '중국 대안론'까지도 미국의 눈에 의한 미국적 해석이 주류를 이룬다. 최근에 일각에서 주장된 이른바 '양국체제론'은 미국의 힘을 과대평가하고 현 국제정치의 객관 조건이 마치 영원히 존재할 것처럼 간주하는 일종의 패배주의일 뿐이다.

미국의 광주학살 책임론에서 발화된 반미 운동


일찍이 박정희 시대부터 80년대 초까지 한국은 반미 운동의 무풍지대로 손꼽혔다. 80년 광주항쟁에서도 광주시민들은 미국이 전두환 일당을 물리쳐주길 학수고대했다. 그리해 미국이 북한의 오판을 막기 위해, 그리고 결과적으로 전두환을 돕기 위해 미국이 코럴시호 항모를 파견했다는 소식에 시민들이 환호하기도 했다.

필자는 80년 광주에서 '광주백서'라는 팸플릿을 기록하고 이듬해 전국에 배포했다. 이 '광주백서'는 "미국방성은 '광주 데모를 진압하는 데 사용할 목적으로 4개 대대의 한국군을 미국 통제 하에 풀어줬다'고 발표했다. 그리해 미국은 이제 공공연히 전두환 정권을 지원하고 나섰으며 이로써 광주 대학살극의 공범자로서의 책임을 면할 수 없게 됐다."고 명기했다.

그리고 이는 광주에서의 미국의 역할에 대한 진실의 불꽃이 됐다. 이후 미국의 광주학살 방조 책임은 커다란 이슈로 부각됐고, 마침내 한국에서도 미군 장갑차에 희생된 '효순이 미선이 사건' 등 치열한 반미 운동이 전개됐다.

객관적 조건이란 인간의 구체적이고도 주체적인 실천으로 반드시 극복해나갈 수 있다.

패배주의와 분단의 고정관념, 적대적 냉전사고 극복해야

이를테면, 우리 사회에서 주한미군이라는 말은 여전히 금기어에 속한다.

물론 우리가 처한 엄중한 국제 현실은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국제관계에서 영원한 것은 없다. 주한미군은 어디까지나 '외국 군대'이다. 언젠가는 철수해야 할 '외부적' 존재일 수밖에 없다. 군사적 자주야말로 국가 존재의 핵심적인 요소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특히 우리나라는 국제정치학 교과서에서도 강대국 간 세력이 교차하는 지정학적 위치의 대표적인 사례로 자주 언급된다. 이러한 조건은 열강 세력에 우리가 피동적으로 끌려갈 수도 있는 조건이지만, 최근에 드러났듯이 역으로 우리가 충분히 주도할 수도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관건은 남북한의 협력이라는 요소이다.

바야흐로 이 땅 우리 한민족의 운명이 걸린 시점이다.

급변하는 국제정세를 예의주시하면서도 구태의연한 기존의 고정관념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 패배주의와 적대적 냉전사고 역시 극복해야 한다. 구동존이(求同存異)의 현명함도 소중한 요소이다.

이 과정에서 통일은 반드시 도래한다는 신념이 그 굳건한 토대로 작용할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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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준섭

1970년대말부터 90년대 중반까지 학생운동과 민주화 운동에 몸담았으며, 1998년 중국 상하이 푸단(復旦)대학으로 유학을 떠나 2004년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일했다.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2019), <광주백서>(2018), <대한민국 민주주의처방전>(2015) , <사마천 사기 56>(2016), <논어>(2018), <도덕경>(2019)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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