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민이 복지 결정에 참여해야 진짜 지방분권

[복지국가SOCIETY] 지역사회보장계획, 어떻게 수립해야 하나?

2018년은 제4기(2019-2022년) 지역사회보장계획(이하 보장계획) 수립의 해이다. 지역사회보장계획은 한마디로 시·군·구 등 기초자치단체와 광역시·도인 광역자치단체에서 향후 4년간 실제 실행할 의도로 작성되는 지역의 상세 계획이다. 보장 계획은 지역의 복지 수요와 전망, 복지 공급 및 지역 자원 현황, 지자체에서 4년간 집중할 세부 사업의 추진 방안, 재정 계획, 전달 체계 구축 방안 등을 포함한다. 그러므로 보장 계획은 지역 단위의 기본 계획이자 전략 계획이며, 실행 계획(action plan)이다.

보장 계획은 참여정부의 지방 분권 정책의 일환으로 도입되었다. 기본적인 의도는 지역에 맞는 복지 정책을 수립하자는 것이었다. 즉, 지역 주민의 욕구에 대해 지방 정부가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것이다. 분권화가 지역 간 불평등을 확대시킨다는 비판도 있지만, 적어도 중앙 정부의 표준화된 서비스 이외에도 지역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와 관련해서 지역 내 공공과 민간 그리고 지역사회 주민이 참여하는 계획은 필요하다.

기존 보장계획 수립의 성과와 드러난 한계

지금까지 3기에 걸쳐 보장 계획을 수립하고 운영했는데, 일정 정도의 성과도 있었지만 여러 가지 문제점이 나타났다. 지역사회복지를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민관 협력의 경험을 하고, 현실적인 평가를 하는 소득을 얻었다. 그러나 보장계획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보장계획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문제가 많았다.

우선, 계획의 실효성이나 유용성이 떨어졌다. 필자는 경북, 부산, 광주 등 여러 지역의 계획 수립에 직접 참여하거나 이 과정을 관찰해 왔는데, 형식적인 계획 수립 또는 실행력을 담보할 수 없는 계획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보였다. 그렇기에 복지 관계자들은 지역사회보장계획의 수립 과정이 정확히 그 지역의 복지 수준을 나타낸다고 본다.

일반적으로 보장 계획의 작성 원칙으로 통합성, 참여성, 협력성을 지켜야 한다. 중앙정부와 시·도 등의 상위 계획과 지역 계획에 통합성이 있어야 한다. 지역주민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면서, 지역 내 서비스 공급 주체들이 협력하여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지역 고유의 특성이 반영될 수 있는 사업 내용을 담고,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초자료에 근거하고, 계획 간의 연계를 확보하고, 실천 가능한 계획이 되기 위해 행·재정 계획을 수반해야 한다.

그러나 외부기관 용역을 통해 형식적으로 계획을 수립하는 문제, 내용에서 질적 전문성이 반영되지 않는 문제, 기획의 관 주도성과 지역 주민의 낮은 관심과 참여의 제한, 세부 사업이 지역 간 차이를 나타내지 못하는 문제, 지자체장이나 지방의회의 무관심으로 인해 보고용으로 작성된 계획 수준, 담당 공무원의 잦은 변경으로 계획에 대한 이해나 인식이 부족하여 책임성 있는 계획의 수립이 곤란하다는 것 등 다양한 지점에서 문제점이 노출되어 왔다. 특히 구조적인 측면에서 실제 계획 수준은 지방 재정의 자립도에 근거하기에 내실 있는 사업 계획이 되기에는 원천적으로 한계로 지적돼 왔다.

사실 보장 계획은 지역복지 전반과 연동된다. 이를테면, 민관이 협의해 작성해야 하므로 민관협력 거버넌스가 구축돼야 하고, 시·도는 사회보장위원회가 시·군·구는 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지자체의 기획 담당 부서와 긴밀하게 연계되어야 한다. 예산부서나 인사부서가 지역복지를 이해해야 하며, 사회보장 영역인 일자리, 주거, 교육, 보건 등 유관부서와 민관기관의 관심과 참여가 필수적이다. 한마디로 지역복지의 다양한 주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그러나 기존의 계획 수립 과정을 보면 지역에 따라 차이를 보이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이런 과정들이 부실하게 운영되었다.

제4기(2019-2022년) 계획에서는 기존보다 광범위한 계획 수립을 요청한다. 기존에는 사회복지라는 상대적으로 한정된 분야를 중심으로 계획을 수립했다면, 사회보장으로의 개념 확장은 보건, 고용, 교육, 주거, 문화, 환경 등을 포함한다. 주관 부처도 보건복지부나 여성가족부에 한정하지 않고, 고용노동부, 교육부, 국토교통부, 문화체육부, 환경부 등으로 늘어난다. (☞ 칼럼 원문 전체 보기 : 제4기 지역사회보장계획, 어떻게 수립해야 하나?)

계획의 수립과 지역의 변화 : 결국 정치 과정이 중요하다

보장계획은 지역 내 사회보장과 관련된 총괄적인 실행 과정을 수립하는 것이다. 지역 내 관계자들이 모여 영역별로 현안 과제를 설정하고, 이를 계획에 포함시켜 실행하는 것이다. 이런 접근은 사회학적 관점에서 본다면 다소 기능적인 이해다. 어떤 절차를 준수해서 사회보장이라는 기능을 수행하도록 하자는 관점에서는 지역의 갈등과 권력 그리고 자원을 둘러싼 체계와 경쟁, 지역주민의 역량 강화나 조직화 등 실질적인 힘의 관계를 조정하는 관점이 빠져 있다.

이해 반해, 비판적 관점 혹은 정치경제학적 관점에서는 보장계획의 수립과정은 정치과정과 흡사하다고 본다. 지역 사회가 근본적으로 변화되지 못하는 요인이 무엇이고, 이를 어떤 방식으로 구현해야 현재 처한 지역 사회의 문제와 갈등을 해소할 수 있을지 질문한다. 대부분 지역 내 복지 관계자들은 순응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기에 정치경제학적 관점을 기피한다.

그렇기에 다른 한편에서는 지역 내 체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겉으로는 평온하게 보인다. 구조와 시스템을 변화시키기보다는 임의적이고 시혜적인 프로그램의 제안이 우선적으로 고려된다. 지역 사회의 문제와 대책을 일시적으로 처리하는 데 급급하다.

이런 현실의 원인은 여러가지다. 먼저, 취약한 주민의 역량과 같은 지역의 여건이 있다.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개선의 희망이 없고, 희망이 없기에 역량이 발현될 수 없게 된다. 동어반복의 악순환이 지속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역의 역량과 자생력을 증가시키는 수단을 보장 계획에 넣으면 안 될까? 적어도 4년 동안 근본적인 변화는 힘들더라도 변화에 대한 기반을 마련할 수는 있지 않을까? 지역 사회가 세대를 넘어 지속한다고 볼 때, 이것은 선택 사항이 아닌 필수적인 과제다.

역사적으로 볼 때, 복지 영역은 기존의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측면에서 진보적인 특성을 소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보수적인 행태를 보이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들은 복지를 시혜적이고 임시적인 도구로 이해하게 된다. 그렇기에 복지 영역의 관계자들은 현장이 가진 모순과 긴장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 헬조선이란 명명에서 나타난 한국 사회가 가진 사회 문제의 복잡 다양성은 어느 한 부분의 개선으로 성취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보장 계획의 수립 과정은 정치 과정 그 자체라는 것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정치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지역주민의 현안을 과제에 포함시키고, 이를 실질적으로 실행해내는 과정이 바로 정치라는 것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지역사회보장협의체의 역할도 중요하다. 민관협의기구인 협의체에서 공공과 민간의 당사자들이 사회보장과 관련된 실무적인 논의를 할 수 있다. 보장 계획 수립의 가장 이상적인 주체는 사실 협의체이다. 지역에서 협의체가 주도적으로 계획을 수립할 역량이 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지역의 쟁점 사항이 지역의 자체 사업이 되고 지역주민이 그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다면 그것이 바로 주민의 실질적인 참여다.

이런 자체 사업 선정을 통해 지역 전체의 변화를 촉발할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읍·면·동의 목소리를 시·군·구에 전달해 지역이 가진 문제점을 상세하게 공유하고, 이를 통해 상위의 그룹에서 지원하도록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특히 읍·면·동 협의체의 본질적 기능은 지역복지 아젠다의 발굴이 중요한 역할임에도 사실 자원의 동원이나 돌봄체계의 일환으로만 이해되어 온 측면이 있다.

가장 작은 단위, 가장 작은 공간에서 참여가 가능했을 때 비로소 지역의 변화가 시작된다. 지역주민이 보장 계획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도록 안건의 발굴과 과제 제안 등을 위한 아이디어 공모전이나 콘테스트 등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지역주민의 일상적인 삶과 연결되고 반영되는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특히 시기적으로 보장 계획 수립과 6.13 지방선거가 겹치므로 지방선거의 입후보자들을 초청해 지역의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과 전략을 청취하고, 당선 후 선거 공약이 잘 지켜질 수 있도록 다짐을 받을 수도 있다. 지방선거 후보자 토론회를 개최하여 복지 아젠다가 정치 과정에 투입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복지와 분권이 만나는 지역사회보장계획이 되도록 해야

보장 계획은 지방 분권 측면에서서 중요하다. 지역주민의 삶과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실질적인 분권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기존 사회복지정책이 중앙 정부에서 지방정부로 정책이 시달되는 하향식(top-down)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지역 내 지자체의 재량권과 주민의 역량이 확대되고, 이것이 상향식(bottom-up)으로 반영되어, 지역뿐만 아니라 국가와 중앙정부의 사회보장을 효율적이고 균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교과서에서 말하는 실질적인 지방복지 분권이 성취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지방 분권은 단순히 중앙 재정이 지방 재정으로 이전되거나 헌법상 개헌으로 내용이 충족되는 것은 아니다. 지역의 역량이 강화되고 지역주민의 생각과 인식이 변화되어야 비로소 실질적인 분권에 도달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사회보장에 관한 기획력을 가진 공무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시·군·구와 읍·면·동 협의체의 원활한 운영, 폭넓은 시야를 가진 영역 전문가, 역량과 자생력을 가진 주민들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비우호적인 정치 환경과 구조적인 장벽 등 장애물이 많다. 그렇지만 미래에 대한 희망은 여전하다. 다행스럽게 대세와 형국은 우리 편이다. 지역은 복지와 분권이 만나는 지점에서 혁신과 변화가 시작될 것이다.

(☞이상이의 칼럼 읽어주는 남자 바로 가기 : 사회서비스가 좋아지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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