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당원이 순복음교회로 가는 까닭은?

[하승수 칼럼] "혐오와 차별을 멈춰야 한다! 2018년 아닌가"

지난 4월 코스타리카에서 대통령 선거가 있었다. 결선투표까지 가는 치열한 선거의 최대쟁점은 동성결혼 허용여부였다. 동성결혼에 대해 찬성과 반대 입장을 명확하게 한 두 후보가 경쟁했기 때문에 대통령선거의 최대이슈가 된 것이다.

선거결과는 동성결혼 허용을 주장한 후보가 60%이상의 지지율로 당선됐다. 참고로 코스타리카는 전체 인구의 90%가 카톨릭이나 개신교 교인들인 국가이다.

이렇게 세상은 변해가고 있다. 이제는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금지는 물론이고 동성결혼이나 시민결합도 당연한 상식이 되어 가고 있다.

그런데 이런 흐름에 역행하는 국가가 있다. 바로 대한민국이다.

대한민국은 동성결혼 법제화는 물론이고 차별금지법 제정조차 가로막혀 있다. 차별금지법 제정은 유엔 산하의 국제인권기구들이 모두 권고하고 있는 사항이다. 그런데 2013년 대한민국에서는 국회의원들이 차별금지법을 발의했다가 일부 기독교계의 압력에 굴복해서 스스로 법안을 철회하는 일이 있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2014년 일부 기독교계의 반발에 밀려 서울시민들이 참여해서 만든 서울시민인권헌장 선포를 거부하기도 했다.

그 이후에는 인권의 후퇴가 계속 이어졌다. 일부 기독교계는 점점 더 공격적으로 혐오 발언을 쏟아내고 정치권에 압력을 행사했다. 그 결과 최근에는 그나마 지역에서 만들어졌던 인권조례조차도 폐지되거나 개악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미 충청남도(충북 증평군, 충남 계룡시)에서는 인권조례 폐지 안건이 지방의회를 통과했다. 그리고 부산 해운대구와 수영구에서는 조례에 있던 '성적 지향'이라는 단어를 삭제하는 '조례 개악'이 이뤄졌다. 힘을 받은 기독교계는 인권조례 폐지를 지방선거 이슈로 삼을 태세다.

정치인들은 이런 기독교계의 눈치를 보고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홈페이지를 가 보면, 안철수 후보와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되자마자 한기총을 방문했다.

그러니 이번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인권이 진전되는 것이 아니라 또다시 후퇴할 우려가 높은 상황이다. TV 후보 토론 과정에서 또다시 '동성애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는 식의 혐오 발언들이 등장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이런 상황은 헌법상 정·교분리의 원칙이 흔들리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헌법 제20조 제2항에는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그런데 지금 일부 기독교계는 정치에 개입하여 성소수자들의 존재를 지워버리는 폭력적인 행위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청년녹색당

이런 상황에서 5월 17일이 다가오고 있다. 5월 17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동성애를 질병 목록에서 삭제한 것을 기념하여 만들어진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이다. 이날을 앞두고 혐오의 물결에 맞선 인권의 물결이 일어날 필요가 있다.

그래서 필자를 포함한 몇몇 녹색당원들이 혐오의 핵심인 일부 기독교 단체들을 돌며 정당연설회를 하고 있다. 종로5가 기독교연합회관에 입주해 있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한국교회연합 앞에서, 그리고 광화문 사거리에 있는 감리교회관 앞에서 정당 연설회를 진행했다.

한기총 앞에서 정당연설회를 진행하니, 경찰이 와서 '불법 집회라는 신고가 들어왔는데 와서 보니 합법적인 정당연설회네요'라고 말하고 가는 일도 있었다. 혐오 발언을 쏟아내는 사람, 왜 정당이 종교단체 앞에 와서 이런 행동을 하느냐고 시비를 거는 사람도 있었다.

종교가 정치에 개입하지 않는다면, 정당이 종교단체 앞에서 정당연설회를 할 필요는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일부 종교단체가 노골적으로 정치에 개입해서 반(反)인권적으로 제도를 개악하려 하고 있는데, 정치가 비겁하게 침묵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혐오의 중심에서 인권과 평화의 메시지를 발하려고 한다.

오는 일요일(13일) 오전 10시에는 여의도 순복음교회 앞에서 정당연설회를 진행한다. 일부 기독교계가 혐오와 차별을 멈추고, 인권과 평화의 길에 합류할 수 있도록 평화롭게 진행할 것이다.

차별금지법 제정과 동성결혼 법제화는 이제 더 이상 논의를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그리고 지방선거에서는 인권조례 폐지가 아니라 인권조례를 어떻게 확대·강화할 것인지가 논의되어야 한다. 지방자치 수준에서 '동반자 조례'를 제정해 동성커플을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가족구성권을 인정하는 문제도 본격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지금은 2018년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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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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