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에서 '어린이병원비 완전 상한제'를 공약하라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지방정부, 실손보험 부담분 빼면 재원 덜 든다

2016년 발족해 어린이 병원비 해결 운동을 벌여온 '어린이병원비 국가보장 추진연대'는 이번 지방선거를 맞이하여 모든 지방선거 후보에게 공약을 제안하였다. 바로 아동과 청소년에게 연간 100만 원 상한제를 시행하자는 것이다. 이 글은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모든 정당과 후보들이 우리가 제안한 공약의 의미와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어린이 생명을 국가가 아니라 민간 모금에 의지해야 하는 나라다. 아이를 가지면 먼저 알아보는 게 태아보험이다. 아이 걱정에 어린이보험과 같은 사보험에만 연간 5조 원 규모를 쏟아붓고 있다. 아이 갖기도 두렵고 어렵지만 키우기는 더더욱 힘들다.

어린이병원비 국가보장 추진연대는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다른 선진국들처럼 어린이병원비 걱정없이 키울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자 2016년 초에 결성되었다. 그리고 '5152 운동'을 주장했다. 5152란 부담이 큰 입원 병원비를 전액 국가가 지원할 때 5152억 원이면 충분하다는 요구였다.

문재인 케어에도 어린이병원비 공약이 필요한 이유

문재인 정부 덕에 우리의 운동은 큰 성과를 이루었다. 촛불 민심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우리의 요구를 귀담았고, 대선 공약에 아동의 병원비 부담을 줄이는 정책을 수용했기에 그렇다. 지난해부터 15세 이하 아동의 입원 병원비의 법정 본인부담금은 20%에서 5%로 줄었다. 아이의 병원비 걱정과 부담이 크게 줄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목표의 절반 정도만 이루었다고 본다. 입원했을 때 병원비의 법정 본인부담률이 5%로 낮아지긴 했지만,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기에 그렇다. 여전히 비급여의 문제가 남아있어 큰 부담이다. 비급여 항목은 법정 본인부담률에 적용되지 않는다. 전액 환자 부담이다. 문재인 정부도 임기 내에 이 비급여를 건강보험에 편입하겠다고 했다. 지금보다 비급여 부담은 줄어든다. 그런데도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대부분의 비급여는 급여가 아니라 예비 급여로 편입되기에 그렇다. 예비 급여는 환자가 부담해야 할 본인부담률이 50~90% 정도로 매우 높을 뿐 아니라, 낮아진 법정 본인부담률(5%)도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문재인 케어가 목표로 하는 건강보험 보장률은 70% 정도에 불과하다. 문재인 케어를 환영하면서도 우리의 운동을 멈출 수 없는 이유다.

그래서 우리는 지난해 말부터 문재인 케어 시대에 어린이병원비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새롭게 가다듬었다. 바로 환자가 부담해야 할 병원비 부담이 연간 100만 원을 넘지 않도록 하자는 거다. 급여든 예비급여든 혹은 비급여든 치료 과정에서 환자가 부담해야 할 연간 병원비 부담을 100만 원을 넘지 않도록 하자. 그 이상 초과한 병원비 부담은 전액 국가가, 건강보험제도가 책임지자. 이것이 '연간 병원비 100만 원 상한제'이다. 이렇게 되면 실질적인 병원비 부담은 사라진다. 이 정책을 18세 미만 아동과 청소년에게 먼저 적용하자는 게 골자이다.

ⓒ연합뉴스

모든 정당, 모든 후보에게 '4020'을 제안한다

우리는 이번 지방선거에 나선 모든 정당, 모든 후보들에게도 제안한다. 18세 미만 아동과 청소년에 대해 연간 100만 원을 초과하는 부담에 대해 전액 지방 정부가 지원하자는 공약을!

모든 아이들에게 완전한 연간 100만 원 상한제 정책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재원은 4020억 원이다. 18세 미만 1인당 연간 4만7405원이다. 지방정부가 필요한 예산은 쉽게 추정 가능하다. 예로, 서울시라면 약 140만 명의 아동/청소년이 있고, 대략 666억 원이다. 성남시라면 74억 원이다. 광역 시도 지방 정부가 부담해야 할 예산은 아래와 같다.


위의 추계는 중앙 정부가 추진할 때의 금액이다. 지방 정부가 추진할 때는 이보다 적게 들 것으로 예상한다. 그 이유는 실손 의료보험의 존재 때문이다.

지방정부가 추진할 땐 4020억보다 훨씬 적게 들어

중앙 정부가 추진할 때는 실손 의료보험 가입 여부를 따질 필요는 없다. 하지만, 지방정부가 추진할 때는 불가피하게 실손 의료보험 가입 여부를 따져야 한다, 실손 의료보험이 있다면 실손 의료보험의 혜택을 우선 적용하고, 그 후에도 남는 100만 원 초과의 부담은 지방 정부가 부담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만일 지방 정부의 혜택을 실손 의료보험 가입자에게도 적용하면, 이땐 가입자가 아니라 실손보험사가 그 혜택을 누리게 된다. 실손 의료보험의 원칙상 실제 손실을 초과해서 보상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면, 이 정책을 중앙 정부(실제로는 '국민건강보험')가 추진할 때는 실손 의료보험의 가입 여부와는 무관하게 추진할 수 있다. 중앙 정부에서 연간 100만 원 상한제를 시행한다면, 이때 실손 의료보험 가입자도 우선 중앙 정부 혜택을 누린다. 대신 실손의료보험료는 가입을 유지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대폭 인하될 것이다.

현재 18세 미만의 실손 의료보험 가입률은 거의 80%에 이른다. 따라서 지방 정부가 연간 본인부담 상한제를 실행할 때는 초기에는 4020억 원 모두가 아닌 그중 20%인 800억 정도에서 실행할 수 있다. 서울시를 예로 들자면, 중앙 정부가 추진할 때 기준으로는 666억 원 정도여야 하지만, 지방 정부의 정책으로 실행할 때는 그중 20%인 132억 원 정도에서 가능하다. 물론 이 사업이 안착하면 실손 의료보험 가입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그와 연동하여 재원은 증가할 수 있다. 따라서, 실제로는 훨씬 적은 예산으로 추진이 가능하다.

아동·청소년 100만원 상한제 공약 완전 정복

이 외에도 이 공약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몇가지 질문과 답변 형식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① 국민건강보험에도 현재 본인부담 상한제가 있다던데, 무엇이 다른 건가?

현행 건강보험제도에도 연간 본인부담 상한제가 있다. 소득 계층에 따라 80만 원~514만 원이다. 그런다고 정말로 그 이상을 부담하지 않는 게 아니다. 비급여는 제외되어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케어가 시행되더라도 예비 급여제도도 연간 본인부담 상한에서 제외되어 있다.

이와 달리 우리가 주장하는 완전한 연간 본인부담 상한제란 실질적으로 연간 100만 원까지는 부담하더라도 그 이상의 병원비는 국가가 책임지자는 것이다.

② 왜 지방 정부 공약인가, 중앙 정부(혹은 국민건강보험)가 시행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우리가 제안한 공약이 중앙 정부 즉 국민건강보험제도에서 시행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는 것에 동의한다. 이 연간 100만 원 상한제 제도 운영의 효율성 측면에서 보자면, 국민건강보험제도가 시행해야 타당하다. 하지만, 지방 정부라고 해서 못할 이유가 없다.

국가필수예방접종 사업도 사례가 있다. 지금은 국가필수예방접종 사업을 중앙 정부가 떠 맡아 시행하고 있지만, 이 정책도 초기에는 지방 정부에서 먼저 추진하였다. 그리고 점차 국민적 요구가 커지자 중앙 정부가 떠맡게 되었다. 이 정책도 그런 수순으로 가면 어떨까 싶다. 또, 당장 중앙 정부가 나서지 못한 상황에서 지방 정부가 먼저 나서는게 문제될 건 없다. 지방 분권은 시대의 대세다. 지역 주민의 복지에 대한 지방 정부의 책임은 강화될 것이다.

③ 100만 원 초과 금액을 전부 정부가 지원해준다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우려는 없을까?

없다. 우리의 주장은 소액의 진료비나 단순한 외래 이용시 본인부담을 없애자는 게 아니다. 연간 100만 원 본인부담 상한제는 소액의 진료비나 경증질환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적어도 300만~400만 원 이상의 고액의 진료비가 발생할 때 혜택이 주어진다. 이는 대체로 반복적인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하는 만성 혹은 중증질환자가 해당한다. 그 대상자는 전체 아동의 2% 정도로 추산된다. 이들은 대체로 고액의 중증질환을 앓고 있으며, 이들이 주된 수혜자이다. 이 정책의 대상자는 매우 적지만, 아이 키울 때 혹시 모를 병원비 걱정은 완전히 해결할 수 있다.

④ 사업이 지속됨에 따라, 예산이 급격히 증가할 우려는 없나?

없다. 중앙정부 기준으로 추산한 4020억 원은 최대치이다. 시간이 지나더라도 늘어나지는 않는다. 오히려 줄어들 것이다. 왜냐면 우리가 추정한 예산은 문재인 케어의 시행 이전 기준으로 추산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문재인 케어가 작동해 건강보험의 보장이 확대되면, 간 본인부담 상한제에 필요한 예산은 줄어들 것이다.

단지 고려해야 할 점은 중앙 정부 기준으로 추산한 최대치 범위에서 변동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실손 의료보험률의 가입률에 변동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중앙정부 기준의 20% 정도에서 추진할 수 있겠지만, 이 정책으로 실손 의료보험 가입률이 하락하면, 초기보다는 재원이 더 늘어날 것이다. 그렇더라도 중앙 정부 기준의 최대치를 넘어설 일은 거의 없다.

어린이병원비 국가보장 추진연대는 이 정책을 추진하고자 하는 모든 정당, 모든 후보들과 정책 협약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가 제안한 공약에 대해 많은 관심과 채택을 요청드린다. (☞바로 가기 : 어린이병원비 국가보장 추진연대 공약 설명서 다운로드)

(김종명 내가만드는복지국가 보건의료팀장은 '어린이병원비 국가보장 추진연대' 정책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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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는 시민들이 복지국가 만들기에 직접 나서는, '아래로부터의 복지 주체 형성'을 목표로 2012년에 발족한 시민단체입니다. 건강보험 하나로, 사회복지세 도입, 기초연금 강화, 부양의무제 폐지, 지역 복지공동체 형성, 복지국가 촛불 등 여러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칼럼은 열린 시각에서 다양하고 생산적인 복지 논의를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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