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1년, 권력 체질의 탈바꿈

[김민웅의 인문정신] 무엇을 이루었고, 무엇을 이루지 못했는가?

겸허한 권력의 탄생

문재인 정부 1년, 우리는 지금 가장 중요한 지점을 돌파하고 있다. 적대적 분단체제의 소멸을 통해 우리를 그간 옥죄던 암울한 역사의 사슬을 풀고 미래를 새롭게 열기 위한 혁명적 사태와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바로 2016년 겨울과 2017년 봄을 소용돌이치게 했던 촛불시민혁명의 완성으로 가는 길이다.

문재인 정부 1년은 무엇을 이루었는가?

첫째, 겸허하고도 신중한 권력의 탄생이다. 위압적이고 일방적이며 위계적 지위에 올라 서 있던 권력의 체질을 시민과 함께하며, 도리어 머리를 숙이는 모습으로 탈바꿈해 놓았다.

둘째, 가슴을 나눌 줄 아는 권력의 등장이다. 문재인 정부의 겸허함은 사실 바로 이 두 번째의 태도에서 나온 것이다.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 아파하고 눈물 흘리고, 어둠이 있는 곳에 손길을 내미는 자세는 우리가 그토록 갈망해온 풍경이다.

셋째, 역사의식을 현실로 만들 줄 아는 권력의 용기다. 제주4.3은 물론이며 광주5.18을 비롯해 이제 분단의 창살에 이르기까지 분명한 가치와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임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속도와 강도가 여러 갈래인 추진력이 존재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문재인 대통령 개인의 인격과 품성, 그리고 태도가 결정적이다. 그의 모습은 비밀주의로 은폐된 방식이 아니라 개방과 노출이 수시로 작동되는 과정을 통해 끊임없이 검증되고 있으며, 특히 남북 정상회담과 대미 관계에서 일종의 '인격 외교'라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고 있다. 세계적 존경과 찬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점에서 자랑스럽고 소중한 일이다.

적폐세력 청산, 민주당의 정치력, 새로운 경제모델

그렇다면, 무엇은 이루어내지 못하고 있을까?

첫째, 적폐세력의 철저한 청산이다. 애초에 협치의 대상이 될 자격이 없는 세력들이 여전히 정치의 중심에서 발언권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은 촛불시민혁명의 기대를 좌절시키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시민들의 힘을 믿고 적폐세력에 대한 보다 단호한 태도를 갖추는 것과 함께, 언론방송의 혁신적 변화가 결정적일 것이다.

둘째, 집권당인 민주당 자신의 역량 문제가 관련되어 있을 수 있으나, 당에게 정치의 공간을 열어주는 노력이 좀 더 필요할 것이다. 자칫 청와대가 정치를 독점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은 동력의 지속성과 내용의 충실함을 만들어내는 데 한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산업화 시기의 모델을 넘어서는 에너지 정책의 전면적 변화와 함께, 노동문제에 대한 보다 혁신적 접근이 요청된다. 아직 신자유주의의 주도적 지배는 소멸되지 않았고, 남북 민족경제 건설의 방식에도 생태적 가치와 관점이 적용되지 않는다면 우리가 겪은 모순이 한반도 전체에 확산, 심화될 수 있다.

특히 세 번째 항목은 우리 사회 전체에 걸쳐 활발하고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 화석연료에 기초한 방식의 경제 운용은 앞으로 지속가능하지 않다. 기후변화의 비극은 지구촌 전체를 조만간 덮칠 기세이다. 노동 문제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 절실한 숙제다. 대자본 위주의 미래경제 설계는 '대자본의 갑질 체제'를 종식시킬 수 없다. 도보다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건넨 USB에 바로 이런 인식과 전환적 모델이 담겨 있기를 기대한다.

촛불, 그 출발점과 목표

결국 문재인 정부의 1년 뒤는 역시 촛불시민혁명의 요구로 계속 돌아가 성찰할 때 분명해진다. 문재인 정부 등장 이후 우리 사회가 겪는 여러 형태의 격변은 촛불시민혁명의 성과 위에 진행되는 '혁명들'이다. 고압적이고 위계적이자 일방적인 권력체제는 모두 그 대상이다. 그것이 남성이든, 자본이든 종교나 문화이든 그 어느 영역에서도 이제는 시민과 함께 하지 않는 세력의 생존 여지는 없다.

속도가 느리거나 강도가 약하다고 혁명이 아닌 것은 아니다. 근본적 전환이 목표가 되어 있다면, 그건 이미 혁명이다. 문재인 정부 향후 4년은 바로 이 혁명 정신을 관철시키기 위한 도정이다. 특히 교육과 언론은 촛불시민혁명의 힘을 내면화하고 실질적 동력으로 만들어내는 가장 중대한 영역이다. 머뭇거리나 엉거주춤할 새가 없다. 격파의 힘을 속도감 있게 과시할 수 있는 선택과 결정이 시급하다.

지난 겨울과 봄의 함성은 이제 일상의 목소리로 바뀌었다. 그리고 이 일상을 지속적으로 변화시켜나가면서 미래를 여는 1차적 책임은 당연히 문재인 정부에게 있다. 촛불시민들의 강력한 지지는 여전하다. 보수세력 일부도 '전향' 중이다. 여기서 기세를 몰아나가야 한다.

이제 우리는 겸허하고도 신중하며 따뜻하고 용기 있는 권력에 못지않게, 혁명적 위력을 발휘하는 권력을 보고 싶다. 이런 기대를 걸 만큼 문재인 정부, 자신감이 넘치지 않는가? 그 자신감의 밑바닥에는 촛불시민혁명이 지금도 살아 숨 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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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웅

미국 진보사학의 메카인 유니온신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동화독법>, <잡설>, <보이지 않는 식민지> 등 다수의 책을 쓰고 번역 했다. 프레시안 창간 때부터 국제·사회 이슈에 대한 연재를 꾸준히 진행해 온 프레시안 대표 필자 중 하나다.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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