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평양 방문 카드 아직 살아있다"

[인터뷰] 김준형 한동대학교 교수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북한에 억류된 한국계 미국인 3명의 석방을 언급하며 분위기를 띄웠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의 일정과 장소를 곧 공개할 것이라면서도 발표를 미루고 있다.

이러는 와중에 북미 간 신경전도 펼쳐지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신임 국무장관이 지난 2일(현지 시각) 취임사에서 "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북한 WMD의 폐기(permanent,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ing of North Korea’s WMD program)"를 언급하며 협상의 문턱을 높였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은 이에 대응이라도 하듯 6일 외무성 대변인이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 기자와 문답을 통해 압박을 계속하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미국에 경고성 메시지를 날렸다.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입장 발표 등 북미 간 정상회담을 앞두고 신경전이 증폭되는 데 대해 김준형 한동대학교 교수는 "정상회담이라는 판 자체가 흔들릴 정도는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폼페이오 장관의 PVID 언급에 대해 "비핵화와 관련해 북한의 입장이 확실하다는 것을 미국이 확인했고, 미국 역시 이 부분에서는 확고한 입장을 가지고 있으니 (정상회담에 회의적이거나 우려하는 사람들에게) 더 이상 딴죽을 걸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해석했다.

그는 "물론 미국은 국내 여론을 신경 써야 하는 측면이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사찰과 검증에 대한 대답을 들어내야 북미 정상회담이 최소한 '평타'는 쳤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데, 여기서 미국은 북한이 가지고 있는 과거 핵무기의 폐기를 포함해 '플러스 알파'를 얻기 위해 북한에 다소 압박을 주고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북한으로부터 더 많은 확답을 얻어 내려고 하다 보니 리비아식 해법 적용이나 생화학 무기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회담 자체가 깨질 수준은 아니라고 전망했다.

관심을 모으고 있는 북미 정상회담 장소와 관련해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평양 방문 카드가 아직 살아있다고 본다. 미국 입장에서 평양에 간다면 얻을 것은 다 얻었고, 세리머니만 남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 "평양은 회담을 하다가 박차고 나올 수 있는 장소가 아니다. 따라서 박차고 나올 수 없는, 즉 회담을 결렬시킬 수 없는 상태까지 합의하게 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평양에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가 나온다고 해도 평화협정과 비핵화의 시점을 두고 입장이 엇갈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김 교수는 평화협정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그는 "종전선언은 정치적이고 평화협정은 법률적‧제도적 성격이 있어 단순 비교하기는 어려우나, 이미 종전선언은 1단계를 시작했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양측 정상이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라고 선언하지 않았나"라며 평화협정 역시 단계별로 체결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예를 들어 북미 정상회담 이후 1년이 되는 시점에 북한 핵에 대한 사찰을 완료하고 상대국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면서 첫 번째 평화협정을 채결하고, 이후 2년이 된 시점에는 두 번째 평화협정과 수교를 추진하면서 북한의 완전한 핵 포기를 확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뷰는 7일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박인규 이사장과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 김준형 한동대학교 교수 ⓒ프레시안(이재호)

프레시안 : 오는 22일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것으로 확정되면서 북미 정상회담 시기는 22일 이후로 미뤄졌다. 지난 4월 28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4주 이내에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고 밝히면서 5월 중하순 정도까지 당겨질 것으로 예상됐던 정상회담 일자가 다시 기존 예상 일정으로 되돌아 간 셈이다.

이후 마이크 폼페이오 신임 국무장관은 2일(현지 시각) 취임사에서 "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북한 WMD의 폐기(permanent,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ing of North Korea’s WMD program)"를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CVID보다 강한 조건을 내걸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대량살상무기(WMD)를 거론한 점을 지적하며 북한의 핵뿐만 아니라 생화학무기도 폐기 대상에 추가시켰다는 해석도 나왔다.

이러한 미국의 입장에 반발하듯 6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조선중앙통신> 기자와 문답에서 압박을 계속하면 문제해결에 도움이 안된다면서 미국에 경고성 메시지를 전달했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북 간 이견이 나타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준형 : 미국이 시합을 앞두고 '골대'를 옮기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지금 만들어진 판 자체가 흔들릴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미국 내부의 문제인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내부의 분위기가 좀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 내에서는 북한 핵의 사찰과 검증을 어떻게 할 것이냐의 문제를 두고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와중에 북한의 핵 공학자나 핵 전문가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의 문제도 나왔다. 그런데 사실 이 문제는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폐기)중 '완전한' 부분에 들어가 있는 내용이다. 물론 이걸 2년 내에 모두 완료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일단 가지고 있는 핵을 폐기하고 차후에 신뢰가 생기면 처리할 수 있는 사안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폼페이오가 PVID를 꺼낸 것은, 비핵화와 관련해 북한의 입장이 확실하다는 것을 미국이 확인했고, 미국 역시 이 부분에서는 확고한 입장을 가지고 있으니 더 이상 딴죽을 걸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즉 미국 국내에서 북미 협상을 회의적으로 보는 사람들에게 미국 정부 입장은 확고하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읽힌다.

남북미 정상인 문재인 대통령-김정은 위원장-트럼프 대통령 간에는 일정한 공감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풍계리 핵 실험장 폐쇄와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 발사 시험 중지 등의 조치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입지를 키워주고 있기도 하다.

실제 지난 3월 31일 ~ 4월 1일에 북한을 방문했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당시 미 중앙정보국 국장)과 김정은 위원장 사이에 이야기가 상당히 잘 됐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이 폼페이오 장관에게 핵 동결에 이어 핵 물질 신고와 사찰까지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는 보도도 나올 정도다.

이후에 트럼프 대통령은 "뭔가 될 것이다", "최대의 기회를 잡았다", "과거와 다를 것이다" 등의 이야기를 했는데, 이렇게까지 말한 이유가 김정은-폼페이오 만남 결과 때문인 것 같다.

물론 북미 양측의 정상들이 공감대가 있긴 하지만, 미국은 국내 여론을 신경써야 하는 측면이 있다. 미국 내에서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비판 여론이 있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대한 압력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한편으로는 이러한 압력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뭔가를 더 내놓으라고 하는 국면일 가능성도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폼페이오 장관에게 말했던 내용 정도를 확보해야 북미 정상회담이 최소한 '평타'는 쳤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데, 여기서 미국은 북한이 가지고 있는 과거 핵무기의 폐기를 포함해 '플러스 알파'를 얻기 위해 북한에 다소 압박을 주고 있을 수는 있다.

미북 정상회담 합의가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나 ICBM 시험 발사 중단 정도에서 그친다면 미국 내에서 회담에 대한 역풍이 일어날 수도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적어도 사찰과 검증 부분의 약속이 필요하다. 이렇듯 북한으로부터 더 많은 확답을 얻어 내려고 하다 보니 리비아식 해법 적용이나 생화학 무기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회담이 깨질 수준은 아니다.

▲ 취임식에 참석한 마이크 폼페이오 신임 국무장관 ⓒAP=연합뉴스

프레시안 :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 시각) 본인의 트위터를 통해 북한에 억류돼있는 한국계 미국인 3명을 언급하며 곧 이들의 석방이 있을 수 있다고 암시했다. 그런데 여전히 이들에 대한 조치가 없다. 이 부분 역시 북미 간 줄다리기를 하는 것으로 봐야 하나?

김준형 : 그보다는 석방의 타이밍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북한 입장에서는 억류자 3명의 석방이 미국에게 주는 일종의 선물인데, 정상회담 일자와 장소도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억류자만 석방하면 모양새가 별로 좋지 않다. 또 이들의 석방은 이미 지난 3월 북미 정상회담이 발표된 이후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단지 언제 어떤 세리머니를 할지가 정해지지 않은 것 같다.

프레시안 : 일각에서는 북미 정상회담이 타결되더라도 이행 과정에서 미국 내 반대여론이 상당할 것이고, 이 때문에 합의가 흐지부지 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김준형 : 그렇기 때문에라도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 내용이 나오면 과거 6자회담 참가국들이 모여서 이 합의에 대한 불가역적인 보증을 해야 한다. 그리고 남북은 이 합의에 맞춰 움직여야 한다. 북미 정상회담 합의를 기정사실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게 되면 미국이 발을 빼기도 어렵다. 미국이 발을 빼려는 순간 제재가 약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이 다시 제재로 돌아가려고 해도 중국과 러시아는 따라가지 않을 것이다.

프레시안 : 이란 핵 협정이 파기되면 북미 정상회담에도 영향을 주지 않을까?

김준형 : 이란 문제가 북한과 협상에서 크게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 협정을 파기하려고 하는 데에는 "오바마만 아니면 된다"는 이른바 'ABO'(Anything But Obama)의 기조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 협정을 파기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극단적인 대립 양상으로 가지는 못할 것이다. 협정을 같이 했던 나머지 안보리 상임이사국 및 독일 등 다른 국가들 중 어디선가 중재를 나서면 트럼프 대통령도 마지 못해 끌려 들어가면서 뒤로는 타협점을 찾으려고 할 것이다.

더군다나 러시아와 중국은 이미 이란과 상당히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이루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다시 이란에 제재를 부과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흐지부지하다가 수정안을 제출해서 다시 핵협정을 타결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이 문제가 북핵 협상에 직접적 영향을 주기는 어려워 보인다.

트럼프 평양행,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 신호


프레시안 : 미국이나 북한이 생각하고 있는 구상은 일단 현재 핵과 미래 핵을 폐기하고 ICBM을 폐기하는 수준 아닌가?

김준형 : 그렇다. 거기에다 가지고 있는 무기, 즉 과거의 핵에 대한 검증에 들어가는 것이다. 물론 완성된 무기를 어떻게 자발적으로 내놓느냐는 부분에서의 문제가 있다. 현재 20~30개 정도로 추정되는 핵과 ICBM의 폐기가 핵심 사안인데, 이걸 어떤 방식으로 포기하느냐의 문제가 있다. 북한이 이걸 공개적으로 폐기시킬 가능성도 있다.

프레시안 : 현재로서는 북미 양측이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와 평화협정을 일괄 타결한 뒤에 단계적‧동시적으로 합의 사항을 이행하는 것이 유력한 방안 아닌가?

김준형 : 그런데 일각에서는 '단계적'이라는 단어만 보고 이 방안을 북한의 '살라미 전술'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상황만 놓고 보면 사실 북한이 미국보다 몇 발자국 앞서 가고 있다. 북한이 발표한 풍계리 핵 실험장 폐쇄는 일종의 동결 선언인 동시에 불능화 선언이기도 하다. 여기에 김정은 위원장이 폼페이오 당시 CIA 국장을 만났을 때 미국이 원하는대로 사찰과 검증을 하라고 했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미국보다 북한의 조치가 앞서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 김준형 한동대학교 교수 ⓒ프레시안(이재호)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관련한 큰 틀의 합의를 한다면 실제 이행 과정에서는 미국이 북한보다 앞서서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이행에서는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시나리오다.

북한이 사찰과 검증을 확정했다면 이제 북한에게 남은 것은 만들어 놓은 핵과 ICBM밖에 없다. 이걸 없애려면 미국이 북한에게 무엇인가를 줘야 한다. 이러한 협의 결과에 따라 북미 정상회담의 장소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평양 방문 카드가 아직 살아있다고 본다. 미국 입장에서 평양에 간다면 얻을 것은 다 얻었고, 세리머니만 남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평양은 회담을 하다가 박차고 나올 수 있는 장소가 아니다. 따라서 박차고 나올 수 없는, 즉 회담을 결렬시킬 수 없는 상태까지 합의하게 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평양에 갈 것이다.

또 다른 후보인 판문점의 경우 냉전을 끝낸다는 정도의 합의가 있으면 가능하지만, 그 문제가 합의되지 않으면 어려워 보인다. 싱가포르의 경우 북한이 기존에 이행하겠다고 했던 사항들만 확인하는 수준에서 회담을 끝낸다고 해도 정치적인 부담이 없는 장소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으로 간다고 하면 성공적인 회담이 될 것이라고 예견할 수 있다.

프레시안 : 북한이 사찰과 검증에 최대한 협조한다고 하면 2년 내에 비핵화가 가능할까?

김준형 : 신뢰의 문제인데, 미국이 무엇을 줄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본다. 사실 신뢰가 없는 상태에서 100% 검증은 불가능하다. 다만 북한이 선제적으로 취하겠다고 한 조치들이 모두 실행된다면 속도전으로 갈 수도 있다.

프레시안 : 평화협정과 한반도 비핵화 시점은 어떻게 조율해야 할까?

김준형 : 단계별 평화협정 체결 방안을 고려해봐야 한다. 예를 들어 북미 정상회담 이후 1년이 되는 시점에 북한 핵에 대한 사찰을 완료하고 상대국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면서 첫 번째 평화협정을 채결하는 것이다. 이후 2년이 된 시점에는 두 번째 평화협정과 수교를 추진하고 북한의 완전한 핵 포기를 확인하는 것이다.

종전선언은 정치적이고 평화협정은 법률적‧제도적 성격이 있어 단순 비교하기는 어려우나, 이미 종전선언은 1단계를 시작했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양측 정상은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 이라고 선언하지 않았나?

그리고 이건 미국의 양해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12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미국에 가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났을 때 이 문제가 거론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고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 문제 논의를 축복한다는 발언을 할 수가 없다. 한국이 종전의 어젠다를 미국에 들이민 것으로 봐야 한다.

프레시안 :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취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하려는 목적은 경제적인 제재를 해제하고 국제사회의 경제 블록에 참여하겠다는 뜻으로 보이는데?

김준형 : 체제 보장과 함께 국제 경제에 참여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그래서 평화협정 1단계든 다른 용어로 불리든 간에 특정한 시점에서 제재 완화 조치가 들어가야 한다. 예를 들어 사찰 완료 시점에서 일단 제재를 완화하고 핵 물질이든 뭐든 다시 발견되면 제재를 원상태로 돌린다는 식의 조항을 붙여서 제재를 해제해야 한다.

프레시안 : 그런데 북한이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에 중국이 참여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어서 판문점 선언에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이라는 표현이 들어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준형 : 북한은 중국에 예속되면 안된다는 생각이 강하다. 일례로 지난해 11월 쑹타오(宋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 자격으로 북한에 방문했다. 당시 쑹타오 부장은 북한에 대규모 원조를 제시했고, 중국이 북한의 체제를 보장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런데 북한은 이를 거부했다. 이렇게 되면 완전히 중국에 의존하게 된다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북한이 중국의 참여를 목숨 걸고 반대하는 건 아니다. 중국을 배제한다기보다는 협상의 레버리지 차원에서 이같은 움직임을 보인다고 봐야 한다. 북한도 자신들에게 중국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북한이 중국과 등을 돌리고 미국 쪽으로 붙을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지금 북한의 행보는 미국을 끌어들여 균형을 맞추겠다는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봐야 한다. 북한은 기본적으로 예전 소련과 중국 사이에서 자신들이 균형외교를 펼쳤던 것과 마찬가지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도 그렇게 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북한의 판단대로 종전선언이 시작된 지금 시점에서 중국이 들어오는 것은 조금 성급해 보인다. 일단 남북 → 남북미 정상회담이 지난 후에 중국이 참여하는 것이 순서상으로는 좋다고 본다. 시 주석이 북미 정상회담 전에 북한과 정상회담을 추진하려다가 북한이 거절했다는 보도도 있었는데, 적어도 남북미 3자 정상 간에는 중국이 들어올 타이밍이 지금은 아니라는 공감대가 있는 것 같다.

현 국면에서 중국은 한반도 전체가 친미적인 성향을 띄면 영향력을 잃게 된다. 북한이라는 완충지대가 없어지는 셈이다. 그래서 지금이야말로 남북이 미중 사이에서 정말로 균형외교를 할 때가 온 것일 수 있다.

▲ 지난 4월 27일 정상회담을 가진 문재인(오른쪽)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평화의 집'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판문점 선언'의 의미에 대해 발표했다. ⓒ판문점 공동 취재단

아베, 북한과 대화할 수밖에 없다

프레시안 : 9일 한일중 정상회담에서 어떤 공동선언을 낼 것인지를 두고 한중과 일본이 이견을 보이는 것 같다. 일본은 공동선언문에 CVID를 포함하자고 하고 있고, 우리는 판문점 선언을 지지한다는 내용을 넣는 수준에서 마무리하자는 것 같은데.

김준형 : V(verifiable, 검증가능한)와 I(irreversible, 불가역적인)가 없긴 했지만 남북은 지난 4월 27일 정상회담에서 이미 '완전한 비핵화'를 선언했다. 여기에 V와 I가 없었던 이유는 이 부분은 북미 간 해야 할 일이지, 남북이 해야 할 사항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일본과 중국도 마찬가지다. 완전한 비핵화를 지지한다는 수준에서 끝내야지, 이것 이상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실제 북한과 비핵화 협상에서 큰 의미가 없다.

프레시안 : 그런데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일본 국가안보국장이 4일(현지 시각) 백악관을 방문해 볼턴 보좌관과 만나 북한의 생화학 무기와 중단거리 미사일도 거론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러한 일본의 움직임이 북미 정상회담을 깨는 변수가 될 수 있을까?

김준형 : 그렇게까지 작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일본은 납치자 문제까지 북미 정상회담에 넣으려고 하고 있는데, 미국은 일단 들어주는 척을 하겠지만 그 문제 때문에 회담 판 자체를 엎을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 미국은 북한과 정상회담을 통해 뭐라도 해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프레시안 : 일본이 지금은 이렇게 나오지만, 북미 정상회담이 끝나고 나면 북일 간에 정상회담이나 협상이 진행되지 않을까?

김준형 : 그럴 것으로 본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도 지금 할게 이거밖에 없다. 일본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동북아 국면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 결국 일정한 자금을 투입하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건 중국도 마찬가지다.

북한에 CVIG(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Guarantee‧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체제 보장)를 해주는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결국 자금이다. 북한과 미국이 수교하는 순간 월드뱅크가 IMF 차원에서 자금이 들어가기 시작할텐데, 한국을 비롯해 일본과 중국 모두 여기서 손 놓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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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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