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개헌은 정말 불가능할까?

[최창렬 칼럼] 여야가 권력구조 '고집' 버려야

6월 개헌은 국민투표법의 개정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그 시한인 23일을 넘겼기 때문에 사실상 무산됐다. 2020년 총선 결과 개헌선을 확보하거나 개헌연대의 성사로 개헌을 시도할 수 있겠으나 지금의 정당구도에서도 개헌에 실패한다면 결코 이루어지지 어려운 시나리오다.

따라서 여야가 그들의 말처럼 정작 개헌을 원한다면 연내 개헌을 목표로 해야 한다. '드루킹 특검' 등 정치현안에 개헌 논의가 가려졌다고는 하지만 댓글조작 사건이 안 터졌어도 애당초 야당은 6월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의 동시 실시는 필사적으로 막으려 했던 사안이다.
권력구조의 변경이 실질적인 민주적 원리가 작동되는 알파요, 오메가는 아니다. 그러나 최소정의적 민주주의를 일궈낸 1987년의 9차 개헌으로 가능했던 '87체제'는 그 변경을 요구받고 있다. 지난 대선 때 진영을 넘어 6월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의 동시실시는 그렇게 국민 앞에 공약으로 제시됐다.
민주주의는 대표성과 책임성, 참여를 원리로 하는 정치체제다. 이는 시민들의 사회경제적 삶으로부터 발생하는 사회적 갈등과 균열이 정치 내부로 적절하게 수렴될 때 가능해지는 정치시스템이다. 그러나 지금의 정당체제는 비록 여야 4당 체제라고는 하지만 집권당과 제1야당을 제외한 정당들의 역할은 다당제의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기반하지 않는다. 정치적 셈법의 기준이 지금의 정당체제의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치를 움직이는 동력의 기본은 정당이기주의일 수 있다. 정치적 유불리에 입각하지 않는 정당도 존재하지 않는다. 정치공학의 작동이 정당의 집권과 의석확보는 물론 궁극적으로 시민사회의 갈등과 모순이 제도 내에 들어올 수 없는 구조가 문제다. 즉 정치가 해결의 기제로 작동하지 못한다는 데에 있다.
중요한 사회적 갈등을 정치적으로 제도화하지 못함으로써 한국정치는 이중적인 갈등구조를 내포한다. 즉 정당체제 내에서의 경쟁은 오로지 정치 엘리트들의 입신을 위한 쟁투이고, 정작 국민들의 삶의 고민과는 유리되어 있다. 정치적 쟁점이 구체적인 삶의 문제와 동떨어진 정당 갈등으로 귀착되고, 시민의 삶의 현장에서의 문제가 치열하게 정치 내에서 토론됨으로써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구조, 즉 정치의 본령의 실종으로 연결된다.
개헌의 필요성은 이 지점에서 출발해야 하며. 개헌의 핵심 주제인 권력구조 개편을 정부의 권력운용에서 나타나는 장단점에만 집착하는 이론적 측면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통령제와 내각제, 이원집정부제 등 각 제도가 갖는 장단점은 개별 국가의 정치적 전통과 문화,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라 전혀 다르게 적용되고, 구현될 수밖에 없다.
현행 헌법은 순수대통령제가 갖는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원천적으로 작동하기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대통령제와 내각제의 불편한 동거가 필연적으로 가져올 수밖에 없는 대통령 권력 집중이다.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정치권과 시민사회에 형성되어 있다면, 이에 맞게 제도를 손보면 된다.

순수 내각제에 대한 국민들의 선호가 약하다면 대통령제를 채택하되 내각제적 요소를 없애고, 총리에게 상당한 권한을 부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중요하다, 그리고 사회적 갈등이 제도권내에 실질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다당제적 정당체제의 구현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 집권당과 제1야당의 거대정당의 카르텔이 유지되는 구조라면 어떠한 권력구조를 채택해도 사회적 균열을 정치적으로 제도화하는 체제의 구현과는 거리가 멀다.

또 하나의 중요한 포인트는 집권세력 내부의 적절한 견제와 감시가 가능한 시스템의 도입이다. 여권이 주장하는 4년 연임제안에는 이러한 고민이 담겨있지 않다. 야당이 내놓은 대통령과 국회 선출 총리의 권력분산도 실제 권력운용의 교착을 가져오는 비현실적 제도다. 거대 양당이 각종 선거에서 이득을 취하는 적대적 공존의 권력구조를 배제해야 한다. 다양한 정당이 병렬적으로 존재하는 정당체제라야 시민의 삶의 문제가 정치제도 내로 수렴될 수 있다. 이 체제가 반드시 내각제일 필요는 없다.

선거제도와 정당제도에 대한 개편 필요성에 대해서는 정당 안팎에서 동의하고 있다. 정당체제 내에서 정당간의 견제와 협력이 가능해지는 제도를 고민해야 한다. 적대적 갈등과 공존이 교차하는 지금의 정당체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현실이 보여주고 있지 않는가.

여야 각 정당이 고집하는 권력구조에서 한 발 물러나 무엇이 시민의 삶에 친화적인 권력구조인가를 고민한다면 연내 개헌도 의의로 가능할 수 있다. 지나친 정치적 상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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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렬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다양한 방송 활동과 신문 칼럼을 통해 한국 정치를 날카롭게 비판해왔습니다. 한국 정치의 이론과 현실을 두루 섭렵한 검증된 시사평론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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